마음챙김
엄마도, 아이도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2. 엄마도 아이도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


작품이란 무엇일까요? 

[명사]
1. 만든 물품.

2. 예술 창작 활동으로 얻어지는 제작물.

3. 꾸며서 만든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저와 함께하는 아이들은 그림이든 도자기이든 모든 완성품을 작품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완성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아이는 머릿속으로 많은 고민과 결정을 내리고 스케치를 하고 모형을 만들고 도구를 선택하고 색을 선택해서 만든 이야기가 수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릇”은 흙으로 만드는 것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가장 흔하게 도자기 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물입니다.  하루 세 번의 식사와 중간 간식 등 식문화가 발달해 있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지요. 우리는 어떤 그릇을 선호할까요? 마음에 드는 그릇은 많이 사용할까요? 아니면 장식장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까요!?

그릇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그릇으로 사용할지를 생각합니다. 음식을 담을 것인지 디저트를 담을 것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용도로 쓸 건지. 음식을 담는다면 국물이 있는지 아니면 높이가 낮아야 하는지 넓어야 하는지, 좁아도 되는지 용도에 따라 형태와 유약이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며 시작합니다.

수없는 고민 끝에 작업을 시작하게 된 접시는 형태에 따라 코일링으로 할지, 판으로 할지,  아니면 뜯어 붙일 것인지 등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형태가 만들어집니다.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물을 쓸지 말지,  도구를 쓸지 손으로 할지 정말 많은 고민과 선택이 필하고요.  어찌 되었든 만들어진 형태는 사용하면서 손이 다치지 않도록 날카로운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어 줍니다. 다듬고, 깎고, 다듬고, 깎고를 반복하며 “쓸 만한 그릇”으로 만들어 주는 거지요. 그리고 건조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건조되는 과정부터는 수없이 많은 파손위험에서 견뎌냅니다. 바람이 너무 세거나 따뜻할 때,  햇빛을 너무 직사광선으로 받을 때, 평평한 곳에 있지 않거나 너무 춥거나 더울 때 등 외부 환경에서 온전히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며 버티지요. 건조가 되면 첫 번째 가마에 들어가고 불이라는 환경에서 버티는 첫 번째 과정입니다. 흙 속에 있던 불순물이 타버리고 수분이 날아가고 그 사이에 흙 입자들이 모여 크기가 더 작아지지만 제법 단단한 형태가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다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손으로도 부실 수 있는 약한 도자기라 항상 주의가 필요하지요. 

이렇게 첫 번째 소성이 마친 기물은 예쁘게 장식이 됩니다. 소성이 되기 전에 먼저 장식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파손을 덜 하고 색을 고루 잘 바르기 위해 소성 후에 작업을 하는데 도자기 물감으로 색을 입힐 때 붓으로 하는 방법,  붓이 아닌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찍어내는 방법, 전사지를 사용하는 방법 등 색을 입히는 방법도 참 다양하고 계속계속 새로운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지요. 색을 입히는 재료의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광물을 가루 그대로 사용할 수도, 물감을 만들어서 사용하기도 하고 유약으로 색으로 입히기도 하는데 이 것 또한 가마에서 또 다른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위치에 따라 그날에 불이 올라가는 속도에 따라, 식는 속도에 따라 다른 색들을 나타 내고 다른 질감을 나타내지요. 

두 번째 가마의 온도가 올랐다가 식혀지고 가마 문을 열 때의 설렘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과연 잘 나왔을까? 깨진 곳은 없을까? 무슨 색으로 나왔을까? 티가 붙지 않았을까? 그릇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과 선택, 그리고 나의 손이 직접 닿았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이야기가 다 있어 가마에서 꺼내며 잘 나온 것 못 나온 것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릇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로 나뉩니다. 금이 가거나 유약이 잘못되어 그릇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가끔 공방에 화분으로 쓰신다며 깨진 컵들을 찾으러 다니시는 분들이 있었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이들 창의미술과 도예수업을 하는 작은 공방에 취업해 이때부터 아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다 보니 흙을 만지며 나의 작업이 하고 싶어 지더군요. 마침 군대를 가서 비어있는 막내 동생 방에서 작업을 시작했지요. 제대하면 다시 조립해줘야지 생각하며 동생의 침대로 작업대와 건조대를 만들었어요. 이렇게 집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 늦을 저녁에 만들기 시작한 화병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새벽까지 작업이 이어지며 자신감이 확 내려간 날이 있었어요. 왜 이렇게 만들지 못하지? 나는 하면 안 되는 사람인가? 만들었던 것을 다시 뭉쳐 흙으로 만들고 다시 쌓기를 시작해 다듬고 깎고, 다듬고 깎고를 반복하며 깨닫게 된 한 가지가 있는데 이 깨달음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고 흙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답니다. “이 흙이 쓸만한 도자기가 되는 것이, 내가 쓸만한 사람이 되는 과정이구나!”

흙처럼 유연한 어렸던 내가 수없이 많은 고민과 선택,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얼추 모양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깎이고 다듬어지는 순간을 거치게 되지요. 날이 서있고 뾰족한 모습들이 외부 환경과 누군가의 도움으로 인해 둥근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건조가 되며 파손되는 위험에서 도움을 받습니다. 외부 환경에 의해 갈라지거나 깨지려고 하면 누군가의 기다림과 보살핌을 받아 건조가 되고, 이제 조금 둥근 사람이 되었구나 싶었을 때 혹독한 현실에서 견뎌 조금 더 단단해지는 시기가 오게 됩니다. 마치 흙이 뜨거운 가마에서 단단해지는 초벌 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단단해지는 고통을 거치고 예쁘게 꾸며집니다. 긁히기도 하고 깎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순간이지요. 왜냐하면 보기에 예쁜 모습으로 되어가니까요. 예쁜 모습으로 되어 이제 드디어 나는 다 되었구나 싶었는데 또다시 뜨거움을 맛보게 됩니다. 더 단단해지고 반짝이기 위해서지요. 가마에서 견뎌내고 나온 나는 처음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아도 괜찮아집니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과정을 거치며 충분히 아름다움을 보이고 그 자체만으로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찌그러지면 찌그러진 모양으로, 낮으면 낮은 모양으로, 넓으면 넓은 모양으로,, 깊으면 깊은 모양으로 쓸만한 곳이다 있기 마련입니다.  깨진 것조차도 화분으로, 장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요. 

육아의 현장에는 두 작품이 존재합니다. 나라는 작품과 자녀이라는 작품으로요. 내가 이렇게 여러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고 수없이 많은 보살핌과 깎임을 받은 작품이 된 것처럼 자녀라는 작품이 잘 완성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흙이라는 재료가 쓸만한 도자기가 되기까지, 나의 자녀가 쓸만한 사람이 되기까지 뾰족한 부분을 다듬어주고 깨지지 않도록 바람을 막아주고 온도를 맞춰주고 매일매일 들여다 봐주면서 건조를 시키고 불에서 견디고 나오면 고생했다고 안아주며 예쁘게 사랑을 더해주고 또다시 불에서 견디고 나오면 너는 어디서든 환영받는 사람이 될 거라고 응원하며 말이지요. 

사실 저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흙인 것 같을 때가 많아요. 육아를 하다가도 뾰족한 부분들이 나오기도 하고 뜨거운 불에 들어가서 견디고만 있어야 하는 시간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의 엄마는 흙을 다듬듯 나를 다듬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며 나를 조금 더 쓸만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지금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을까요?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을 까요? 어떤 과정이든, 어떤 모양이든, 금이 갔어도, 깨진 부분이 있더라도 괜찮아요. 

우리는 누군가의 손을 거친 이미 소중한 작품이고 깨진 컵만 찾으러 다니시는 분처럼 깨진 나라도 누군가에겐 환영받을 수 있는 작품이랍니다. 그리고 우리 옆엔 수없는 과정을 거쳐야 할 소중한 작품도 있으니 함께함이 예술이지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지금 비타민을 충전하세요!
맘블리 회원가입 시 비타민 2개 무료 증정!
비타민 충전하러 가기

94
0
댓글
0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앰버서더에게 응원 및 소감글 작성해주세요!

공개 예정 콘텐츠, 놓치지 말아요!
교육
아이도 엄마도 지치지 않는 엄마표 영어
맘블리 앰버서더
2023.03.25 공개예정
인터뷰
맘블리 Interview
오다정 앰버서더
2023.03.27 공개예정
놀이
딸랑이 양말
오다정 앰버서더
2023.03.28 공개예정
놀이
까꿍 부채
오다정 앰버서더
2023.03.29 공개예정
놀이
애벌레 인형
오다정 앰버서더
2023.03.30 공개예정
놀이
워터 매트
오다정 앰버서더
2023.03.31 공개예정
놀이
회전 딸랑이
오다정 앰버서더
2023.04.01 공개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