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메두사 엄마: 용기가 필요한, 육아

💌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깊은 책임감

가끔은 궁금해져요. 한 사람을 낳고 길러내는 이 일련의 과정을 오롯이 알았어도, 내가 감히 아이를 둘이나 키울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 자신을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라고 느끼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한가 봅니다.

나에게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이 아이의 A부터 Z까지를,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내가 결정하고 관여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아이의 삶임에도 그 결정의 어느 정도는 내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나 하나의 삶을 계획하고 꾸려나가기도 버거워 허덕이는데, 이 아이에게 진정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그것을 내가 어찌 감히 알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런데도 정말 오늘 저녁으로는 무엇을 먹일 것인가와 같은 소소한 결정부터, 기관을 어디를 보낼지와 같은 이 아이의 인생에 큰 획을 그을 만한 일까지 어느 하나 나의 책임이 아닌 것이 없는 듯 느껴졌어요. 

저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많이 안고 자라나 성인이 되고 나서 그 감정들을 해결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썼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나의 선택들이 나중에 아이에게는 원망을 들을 일이 될까 봐 겁이 난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아이의 의사를 묻고 존중하며 키우기는 했어요. 그러면 적어도 공동책임 정도는, 너도 좋다고 했잖아라고 할 말이 생기니까요. 어떨 때는 나의 엄마와는 달리 아이를 존중하는,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내가 비겁하게 책임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느낌이라 마음이 어렵고 무거웠던 것 같아요. 이런 시간이 지나가며 책임을 전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엄마라고 전반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게 되었지요. 

💌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들

첫 아이를 낳고 나서는 정말 헤맸던 것 같아요. 부모님과 안정 애착을 맺지 못한 나는,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책임감인지 궁금했어요. 그저 잘 먹이고, 잘 돌보고, 나를 갈아 넣어서 이 아이를 잘 키워 내면 그것은 사랑일까요? 다행히 주변에 아이를 사랑으로 잘 키우는 엄마들이 있어서 그나마 그들을 나침반 삼아 배워가며 아이를 키웠던 것 같아요. 

정서적인 것에 초점을 많이 두기보다는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며 안전하게 키우는 것만으로도 다소 벅찼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기보다는 도대체 그 ‘사랑’이라는 게 뭘까 계속 고민했기 때문에 조금씩 정서적인 영역으로 나아간 것도 같네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너는 나의 보물이야… 라고 말해주는 이런 이성적인 노력이 사랑인 걸까? 계속 저를 괴롭히는 이런 의구심들은 결국 저의 어린 시절과 살아온 상황들에서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를 돌아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아요. 

이것이 막막한 날은 상담을 다녀보기도 하고,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어요. 저는 부모님이 원하지 않았던 딸이라는 말을 듣고 컸거든요. 아들이 귀한 집 둘째 딸이라서요. 그래서 저는 좀 존재 그 자체로 귀하다는 그런 느낌을 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에게 와 주어서 고마워. 넌 보물이야.” 이런 말들을 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아무렴 어때요. 한 사람의 삶을 같이 책임진다는 이 깊은 책임감, 이것이 사랑이 아니면 뭐가 사랑이겠어요?

💌 나의 아이가 사랑으로 느끼는 것들

이 글을 쓰며 옆에 있던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어요.

“얘들아, 너희는 엄마가 뭘 해줄 때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구나’라고 느껴?”

“(첫째)뽀뽀해 줄 때, 간식 줄 때, 놀아줄 때, 허락해 줄 때, 안아줄 때, 선물해 줄 때…”

“(둘째)언제나, 맞아?”

뭐, 생각보다 책임감이 필요한 부분들은 별로 없네요?!! 어쩌면 저는 아직도 답을 찾아 헤매는 중일지도 모르겠어요. 욕구를 채워주는 것, 그리고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에 가까운 것 같네요. 

내가 아이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결국은, 내가 어릴 때 받고 싶었던 사랑의 영향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는 것. 거기에서부터 차근히 시작하면 어떨까 싶어요.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원했던 것은 내가 나에게 주도록 하고… 내 아이는 내가 아니니까요. 당연히 나와 원하는 것이 다르겠죠?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게리 채프먼이 쓴 이 책에서는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든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언어를 익혀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섯 가지는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으로 서로 받는 사람이 원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가 쌓이게 됩니다.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다, 그 사랑을 어떻게 상대가 느낄 수 있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 그것들이 일치하지 않기에 오는 비극

‘메두사 엄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쿨하게 잘 헤어졌다 만났다 하는 아이들을 키우고, 나 역시 이따 다시 만날 건데 왜 슬프지? 이해를 못 했던 엄마였기에 그다지 뜨끔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와! 이 그림책 성인 분리불안 엄마들이 보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한 것 같아요. 엄마가 주고 싶은 사랑과 아이가 받고 싶은 사랑의 대립이라는 화두를 뽑아냈지만, 그리고 메두사 엄마가 아이를 위해 자신을 보호해 오던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장면에서는 깊이 감동했지만!

막상 제 삶과 연결되었던 지점은 정말 의외의 장소였답니다.

아이가 7살 때, 직업체험관(키자니아)을 데리고 갔었어요. 

이 아이는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을 체험하는 걸 매우 즐기는 편이라 입장료가 꽤 비싸지만, 뽕을 뽑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갔어요.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뭐 해보고 싶냐고 물어는 보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서는 전투적으로 시간 체크해 가며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해보도록 뛰어다니며 애썼지요. 소방관, 경찰과 같은 유명하고 재밌다고 소문난 체험들부터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부류의 아들 취향 저격 체험까지 7~8개를 매우 알차게 했어요. 아주 만족스러웠답니다. 아이도 즐거워 보였고요. 집에 오는 길에 아이에게 물었어요.

“어떤 체험이 가장 재미있었니?”

그러자 아이가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몰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없고 엄마가 하라고 해서 한 것들만 있어서.”

뎅! 하고 큰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었어요. 나 뭐 한 거지? 

내가 계획하고 짠 스케줄이지만 나를 최대한 빼야 하는 거였어요. 아이가 저렇게 생각할 줄은 정말로 몰랐거든요.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아이의 것을 결정할 때는 좀 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노력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선택의 키를 온전히 아이에게 넘기는 것도 답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곳에서 자신이 선택하고 시간이 안 맞아서 몇 개 못 해서 아쉬워도 해보고… 이런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아이가 배우고 자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히 있었겠지요. 그것을 제가 빼앗은 것도 맞고요.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더 크고 굵은 이런 실수를 하겠지요.

여러 수업과 책에서 종종 만나는 이 말에 공감이 갔어요.

‘내가 원했는데 받지 못한 사랑은 결핍이 되고, 내가 원하지 않았는데 쏟아진 사랑은 상처가 된다.’ 

생각해 보면, 사랑받은 기억이 없는 나의 부모님도 나름대로는 사랑으로 저를 키우셨겠지요. 다만 그 방법이 나에게 상처가 되는 방법이었을 거고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이기에 나를 깰 수 있는 용기

“너는 나의 진주야. 내가 너의 조가비가 되어 줄게.” 메두사는 이리제를 머리칼 속에 넣어 키웁니다. 그렇게 엄마의 머리칼 둥지에서 낮잠을 자고, 머리칼이 떠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자라난 아이는 어느 날 엄마에게 말합니다.

“나 학교에 가고 싶어요.”

“엄마가, 내가 널 가르칠 수 있단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요.”

메두사 엄마에게는 어떤 상처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아이를 세상에 내놓지 않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 메두사도 멍하니 창밖의 친구들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아이를 보고 학교에 보내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엄마는 따라오지 말아요. 엄마를 보면 아이들이 모두 무서워해요.”

그렇게 학교생활을 무사히 해놓고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사이를 씩씩하게 혼자 지나가는 이리제를 누군가가 부릅니다.

“엄마!” 그곳에는 평생 처음 보는, 머리도 자르고 평범한 옷도 입은 엄마가 서 있어요.

너무 감동적 아닌가요? 나의 상처, 편견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엄마’라는 이름에서 나오는 용기인 것 같아요.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말이 정말 어울리는 나날들을 우리부터가 살아가고 있지 않나요?

저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연대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원래도 사람들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지극히 좁은 내 주변 사람들에 국한된 관심이었어요. 그런데 극심한 내향인인 제 뱃속에서 핵인싸 느낌의 아이가 태어난 거예요. 신기했지요.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인사를 해대는 아이 뒤에서 처음에는 아주 민망한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좀 더 편안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호의를 표하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둘째는 저를 닮아 낯을 매우 가리는 아이라서 다시 첫째 때 정답인 줄 알았던 새로운 경험,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철회하고 안전한 공간과 바운더리를 지켜주는 삶을 다시 구축해 가고 있고요.

이런 점들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아이들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스승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엄마의 사랑이 위대하다고들 하는데 반대로 이 꼬꼬마 친구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용서하는 방식을 보며 더 커다란 사랑을 배우기도 하고요.

메두사 엄마와 이리제에게도 앞으로 조율해 나가야 할 변화들이 많이 있겠지요. 그렇지만! 이 첫 하굣길을 떠올리며 서로의 노력을 기억한다면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어느 부모 자식도 처음부터 잘 맞지는 않지요. 이런 과정들을 거쳐 가며 서로를 알아가고 채워주며 같이 성장해 가는, 그것이 가족이지요.

💊 여지민 앰버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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