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가까이 있는 재료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아이와 집에 있는 날이 많아졌지요. 게다가 동생이 생긴 후로 엄마아빠의 관심을 더 받고 싶어진 첫째 아이는 혼자 장난감 가지고 놀기보다 무엇인가 같이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개월 수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는데 그렇다고 이미 장난감 포화상태인 집에 장난감을 또 사들이기가 내키지는 않더라고요. 잠깐이라도 아이와 집중해서 놀이 하고 싶고, 이왕이면 놀이가 결과물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거실 한가운데 있는 식탁 의자에 앉아서 집안을 쓱- 둘러보았답니다.
소파, 장난감 정리대, 미끄럼틀, tv장, 아기침대, 주방 놀이, 식탁, 책상 등등 발 디딜 틈 없이 매우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사이, 이미 예술 활동을 펼친 아이의 낙서들이 온갖 곳에 있었답니다. 낙서한 재료도 참 다양했어요. 연필, 사인펜, 색연필, 볼펜 등등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들은 다 잡고 그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참에 아예 색도 익힐 겸 미술 놀이를 집에서 하자!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했던 것들을 조금 이르지만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집에서 미술놀이를 시작했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미술 놀이를 생각하면서 어떤 재료들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까를 생각했어요. 먼저 재료를 어떤 것으로 하면 좋을까? 아이가 안전하고 쉽게 다룰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거창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니 이왕이면 비용도 적게 들면 좋을 것 같고, 뒤처리가 쉬운 것, 그리고 아이가 익숙한 것들로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아이 아빠도 작품을 만드는 작가여서 기본 재료들이 충분히 집이 있어 시작하기가 조금은 더 쉬웠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해보자는 마음가짐 하나로 집에서 미술 놀이, 예술 활동을 시작했지요.
❤ 첫 번째. 예술 활동을 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
아이와 집에서 있다 보면 정말 얼마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는 아이들과 함께 온종일 있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무리 말해도 이해를 할 수 없을 거예요. 동시에 집안일도 해야 하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것이 육아를 하는 우리가 아닌가 싶어요. 그러는 와중에 아이와 미술 활동을 한다니, 사실 일을 하나 추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아니, 하나가 아니라 10개 정도 더추가될 수 있어요. 미리 준비하고, 활동하고, 정리하고, 씻기고..그래서 엄마의 마음가짐이 첫 번째 재료랍니다.
아마 집에서 예술 활동을 처음 시작했다면 아이들이 재료들도 대부분 처음 접하는 것들이라 아이들도 엄마들도 당황할 수 있어요. 그래서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수도, 적게 걸릴 수도 있고, 엄마 생각에 1부터 10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는 1번에서 멈추는 때도 있답니다. 사람을 빨간색으로 칠할 수도 있고 물감을 뿌려놓은 모습이 조금은 무섭게 보일 수도 있어요. 옷이며, 집안 여기저기에 흔적들을 남길 수도 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소중한 시간 하나를 생각하며 도전을 해보는 거예요! 지금 그 시기에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과 신체의 움직임이 잊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고, 함께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예술이지요!
저도 집에서 아이 둘과 지내다 보니 피곤이 쌓이고 쌓여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참 많아졌어요. 해야 하는데, 해봐야 하는데 싶은데 몸이 먼저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저는 그냥 아이에게 먼저 이야기해 버린답니다. 내일 엄마랑 이거 해보자! 오늘 엄마랑 이거 해보자! 그러면 그 이야기를 기억했다가 하자고 하는 아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와 약속은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시작하고 아이가 웃는 모습에 기쁘고 완성된 작품에 뿌듯하기도 하고 오늘도 아이와 함께했다는 사실에 행복해한답니다.
❤ 두 번째. 요리재료
아이들은 무엇이든 입으로 맛보고 느껴보는 것을 좋아하지요.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을 많이 생각하게 된답니다. 밀가루에 물을 섞으면서 반죽을 해보는데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반죽에 형태를 아이들과 자세히 느껴보면 촉감을 키울 수 있고 소근육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밀가루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촉감을 가진 전분은 물과 만나 점성을 띄는데 물도 아닌 것이 뭉쳐지지도 않고 재미난 축감을 느낄 수 있어요. 또 다양한 야채들이 있지요. 당근, 오이, 무 등 단단한 과일이나 야채들을 미리 모양을 내서 도장 찍기를 하면 아이들이 재료에 대해 더 관심을 두게 되고 식탁에서 만났을 때도 대화 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생겨나지요.
색을 낼 수 있는 것들도 요리 재료에서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식용 색소로 하면 색도 진하고 예쁘게 할 수 있지만 손에서도 잘 안 지워질 수 있어 색이 있는 채소나 과일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먹어도 문제없구요. 당근, 석류, 시금치, 망고, 블루베리 등을 믹서에 갈아도 좋고 짜내어 즙을 낸 후에 붓이나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다른 재료와 섞어서 사용해도 색이 아주 잘 나옵니다. 과일, 채소 물은 옷에서 잘 안 지워 질 수 있는 것도 참고해 주세요!
공방에서 만난 많은 아이들 중에는 손이나 옷에 뭐가 묻는 것이 싫은 아이들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촉감이 예민한 아이들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부모님 둘 중 한 분, 또는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분의 성향을 그대로 닮았더라고요. 흙이라는 좋은 재료로 놀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졌는데 놀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저희 아이와 첫 번째 했던 촉감 놀이는 이유식이었어요. 남편과 할머니들은 참 싫어했지만 저는 이유식을 먹을 때도 여기저기 묻히면서 스스로 재밌게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야 먹는 즐거움도 오염에 반응하는 것도 익힐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뒤처리가 매우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지금 돌이켜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 다른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참 잘했다 싶어요.
❤ 세 번째. 재활용품
재활용으로 버려지는 곳에는 아이들 작품으로 만들어질 재료들이 참 많답니다. 페트병, 우유갑, 휴지심, 택배상자, 플라스틱 과일통, 색이 있는 비닐, 유리병, 물티슈마개, 빨대 등 너무나도 다양한 재료들이 있어요.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덮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있고 예쁜 색지를 붙여서 사용을 합니다. 또 다양한 재료들을 함께 사용하는 꼴라쥬 작업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요. 재활용으로 만들기나 그리기 작업을 하고 나면 쓰레기를 버릴 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 이거 만들기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하면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는데, 너무 많아져 쓰레기장을 만드는 것만 주의하면 급하게 아이와 시간을 보내야 할 때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는 아주 큰 바스켓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보관하는데 어느 날은 아이가 직접 골라 가지고 와 만들기를 하자고 할 때도 있답니다.
❤ 네 번째. 자연
우리는 자연이라는 재료를 접하고 있어요. 계절마다 바뀌어 땅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 자연스럽게 꺾인 나뭇가지들, 화단에 꽃과 열매, 모래, 돌멩이 등 집의 문을 열고 나가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재료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아이와 재료를 선택하고 채집하는 것부터 활동을 시작하면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고 아이와 대화의 시간도 늘어날뿐더러 질 높은 낮잠 시간까지 획득할 수 있지요! 의무적으로 나가게 되는 아이와의 산책에서 새로운 재료를 찾으며 즐거움을 쌓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이에요.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은 사용하지 않고 남았을 때 다시 자연으로 보내도 되는 장점도 가지고 있답니다.
네 가지의 필수 재료들을 소개했습니다. 예술의 재료라고 해서 거창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 우리 집 안에서, 아니면 우리 집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간단한 재료들입니다.
작품인 아이와 역시나 하나뿐인 작품인 엄마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예술이고 그 예술의 완성품을 위해 사용하는 재료이니 그것 또한 예술의 한 부분이겠지요. 주변을 둘러보세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가까운 곳에 예술의 재료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엄마가 모두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 수 있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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