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키오스크: 나의 세상이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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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삶에 개입하는 우연들

저의 삶을 돌아보며 12주간 어느 카페에 에세이를 연재한 적이 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의 결정이나 노력으로만 굵직한 삶의 궤도들이 그어지지는 않았더라고요?

심지어 우리가 남편을 만나게 된 계기에도 거슬러 올라가고 올라가면 우연이 한 스푼쯤 들어있지 않나요?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나네요. 하나의 작은 우연이 바뀌어도 나비의 날개짓 처럼 그 너머에 있는 우연들까지 몽땅 뒤바뀌고 마는…

나를 뒤흔든 우연들, 어쩌면 나의 삶은 그 우연들에 내가 어떻게 반응했는가로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는데요, 살아보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안 좋은 패였던 적도 있고 반대로 너무 좌절했던 일이 결국은 내 인생의 복덩이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라는 화두에 대해 생각해 보기 좋은 그림책으로 ‘키오스크’를 소개합니다.

💌 키오스크, 안전한 나만의 천국 vs. 나를 가두는 감옥

이 책은 올가라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유럽에서는 작은 가판대, 점포를 키오스크라고 하는데 올가는 그 안에서 살아가요. 키오스크는 올가의 세상이죠.

올가는 편안하고 행복해 보여요. 하지만 언제나 여행을 꿈꾸며 여행 잡지 속 바다 그림들을 정성스레 오려 벽에다 붙이죠.

익숙하지 않나요? 어딘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기를 꿈꾸면서 떠나지 않고 유튜브로 랜선 여행을 다니는 모습! 어디 비단 여행뿐인가요? 육아라는 굴레에 갇혀 비행기는커녕 애 재우면서 꿈만 꾸는?

그래도 나름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뭐 이렇게 이대로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기분 알 것 같기도 하고… 답답하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눈을 돌리지 않으면 그럭저럭 만족스러운 삶이지요.

누구나 삶의 구비 구비에서 이런 구간들을 지나왔을 거예요. 

엄마들에게는 아이도 이런 존재일 수 있겠죠? 너무 소중하지만, 반면으로는 나의 발목을 붙잡는 그런… 

그런데 어느 날! 올가의 삶이 통째로 흔들립니다.

소매치기 아이들이 키오스크 간식을 훔쳐서 잡으려다가 키오스크가 넘어가요.

여기에서의 올가의 태도가 인상적인데요. 

키오스크가 망가지고 물건들이 쏟아진 것에 속상해하지 않고 키오스크를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발견에 기뻐하면서 산책을 떠나는데요. 이것이 올가의 긍정적 자원이 아닐까 생각했답니다. 저라면 깨어진 창문, 망가진 상품에 속상해하고 슬퍼하느라 그곳에서 가장 불행한 1인이 되었을 것 같거든요. 키오스크를 들고 걸을 수 있다는 발견으로 너무 즐거워하는 올가, 그녀는 산책을 합니다.

이런 움직임은 또 다른 우연을 만들어 내는데요.

풍덩!

단골 중 한 명의 강아지의 목줄이 올가의 다리에 칭칭 감기는 바람에에 올가는 강물에 빠지고 말아요. 그런데 올가는 구해 달라고 하지도 않고 둥둥 강물에 떠내려 가네요? 그렇게 사흘을 강물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간 올가와 키오스크는 그렇게도 그리던 바다에 도착해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며 행복하게 석양을 바라보는 제2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이런 막을 수 없는 일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보다는 이런 일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로 흘러가는 거 아닐까요?

불운들에 휘청이고 주저앉지 않고 물 흐르듯 유연하게 몸을 맡긴 채 살아가는 올가의 모습을 보며 순간순간 운명에 휩쓸리던 나의 모습은 어떠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그렇게 올가는 늘 그리던, 키오스크 벽면의 그림과 같은 바다로 흘러옵니다. 그녀가 갇혀있던 키오스크를 타고, 키오스크와 같이.

💌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매사에 치열하게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나의 열정도 사랑스럽지만, 자신의 한계를 수용하고 힘을 뺀 채 흘러가는 곳으로 가보는 삶은 또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해변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다 관광객이 파라솔로 시야를 가리면 키오스크를 들어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는 올가의 유연함이 부러우면서도 왜 바다까지 가서도 나오지는 않는 걸까 안타깝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뒤에 속표지 속에도 사람은 다 비슷하네… 안심하게 되는 그림이 있는데요. 

도시에 살고 있던 올가의 키오스크 벽면을 가득 채웠던 노을 지는 바다! 이 장면에 가 있는, 이 장면을 실제로 보는 올가의 손에는 눈 덮인 산이 나오는 여행 잡지가 있습니다.

이 또한 사람이란 가지 않은 길을 계속 쫓는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라고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제 도장깨기하듯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얻은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나의 키오스크 안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풍경 속에 놓여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 아닐까요?

평소에 잔걱정이 많고, 불편한 것이 많아 삶의 한 걸음걸음이 무거운 저는 삶을 대하는 올가의 자세가 건강하고 진취적으로 보였답니다. 누구나 두려움이나 불안이 있잖아요. 무턱대고 키오스크에서 나오라고 답답해하며 채근하기 전에, 키오스크 안에서일지언정 움직이는 그녀의 변화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이 있건 이렇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결국은 어려움을 뚫고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여정에 키오스크가 같이 해서는 안 될 이유도 없으니까요. 저에게도 키오스크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끈질기게 붙어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것들 때문에 못 한다가 아니라 그것들이 있어도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지요.

💌 내 삶의 전환점들

결혼, 그리고 육아라는 삶의 전환점들을 거치며 흔들리고 깨어져도 결국은 이 길을 걷기 전보다 더 나은 장면이 될 것이라는 믿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 여정 자체를 즐겨보려는 노력… 아니! 너무 애쓰지 않으려는 태도? 이런 것들이 필요한 걸까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며 자라 왔어요. 뭔가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으면 훅 불안함이 올라왔고 그렇게 멈칫하다 안 풀리기 시작하면 ‘역시, 내가 그렇지 뭐.’ 오히려 안도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때는 노력하는 것에 비해 잘 안 풀리는 편이었어요. 오히려 그때는 싫어하고 안 믿었던 ‘끌어당김의 법칙’이니 무의식의 힘을 마인드를 바꾼 요즘은 조금씩 믿어 가고 있어요.

사실 어릴 때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내가 뭐라도 배우고 싶어 하면 엄마는 이런저런 이유로 못한다는 설득이 아니라 너는 못 해라는 저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안 시켜 주셨어요. 우리 집이 3남매여서 둘째인 저까지 시킬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렇게 뭔가 원하는 대로 풀어가지 못한 저의 삶은 어느새 그런 상황에 익숙해졌나 봐요. 일이 잘 풀리면, 뭔가 나에게 유리한 방향이면 이상한 거예요. 뭔가 잘못됐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런 저의 무의식이 제가 편안한 실패의 길로 저를 이끌었는지도 모르죠.

이런 삶을 거부하기 시작한 건, 이 사실을 알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서였어요. 계속 이렇게 사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요? 그런데도 신중히 쌓아온 성공의 경험들이 쌓이다보니 나 좀 괜찮은 사람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저는 서서히 바뀌었습니다.

그 시작에는 여전히 낮은 자존감일지언정,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큰 몫을 했어요. 막상 부족하고 잘 안 풀리는 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저의 실수나 실패를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거든요. 오히려 막상 겪어보니 실수, 실패… 별 거 아니던데요?

말 그대로 안 죽네? 다시 일어설 수 있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저에게 회복 탄력성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가끔은 이 생각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이번 생은 망했네?”

그런데요, 그렇다고 주저앉아 운명 탓만 할 수는 없잖아요.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뭐라도 해봐야겠지요? 그래야 후회가 덜하니까요.

확실한 건 나를 가두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어쩌면 올가도 이러한 시간을 거쳐 키오스크 안에서 생활하고, 키오스크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르죠.  아무렴 어때요. 우리 올가는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인 걸요?!

자! 이제 남들이 생각하고 열광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더라도, 조금 부족한 나의 모습 그대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싶으신가요? 그 여정을 남은 시간 동안 함께 걸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다에 가봤는데 아니라고요? 그러면 올가처럼 이제부터라도 산을 알아보면 되지요. 그래서 여긴가? 싶으면 일단 가보는 겁니다.

그렇게 작은 선택들과 그에 따른 우연들이 나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갈 거예요.

원하는 꿈을, 목표를 키오스크 벽에 붙이고 그쪽으로 작은 발자국을 떼 봅시다!

💊 여지민 앰버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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