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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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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괜찮은 마흔

– 부제: 마흔 먹은 엄마의 마음속 이야기-


마흔의 취향

ⓒ백지선, 맘블리 앰버서더

정신을 차려보니 마흔이 나에게 왔다.
이래저래 마흔까지 살아보니 좋은 것도 좋지만 크게 나쁜 것도 없게 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선호하지 않았던 것들에 눈이 가기도 하고 스스로 허용하지 않았던 것도 은근슬쩍 선을 넘기기도 한다. 사람이 굳은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도 참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듯 신념도 매년 구조조정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버려야 할 건 버리고 담아야 할 건 담는 업데이트가 되는 신념이라면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조금 덜 괴로울 것 같다. 

속담에도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사십 년을 살아봤으니 서당 개보다는 조금 더 잘살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적어도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한 번쯤 확실히 생각해 보고, 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남들이 좋다는 걸 내가 좋아하는 건 줄 알았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알았다.

이제부터는 진짜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을 알아야겠다. 그럼 왠지 내 삶이 더 풍부해질 것 같아서 말이다.

*

어느 날 책을 읽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에 대한 질문이 생겨났다.
그런데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에서 그저 맴돌 뿐이었다.

뭔가를 확실히 말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너무 나를 모르고 지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만 따지고 보기만 했다. 정작 내가 어떤 것들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았다.

마흔이 될 무렵 일상의 무의미한 날들이 많아지는 걸 느꼈다.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주부와 엄마의 의무는 해냈지만 결국 나로서의 시간은 갖지 못했다.

남는 시간마저 이미 소진한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채운다는 핑계를 댔다.
그렇게 소파와 한 몸이 되어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진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괜히 아파져 왔다. 하루가 고단했지만 이제 익숙해져 버린 살림으로는 더 이상의 숙면을 채워주지 못했다.

천천히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들을 만들기로 했다.
하루 중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절대 짧지 않은 시간 사이사이 내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꽤 괜찮은 일상이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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