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사람은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이 있다.
누가 한 말인지 뼈저린 경험 끝에 비로소 나온 명언이 아닌가 싶다.
한 사람을 타인에 의해 변화시키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 깨달음을 통한 변화를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내가 타인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을 돌아봐도 지나쳐간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조언 아닌 조언들이 나를 크게 변화시키진 못했다.
보통 이래라저래라하면서 누군가를 바꾸려 드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자기 앞가림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니 자신이 변화될 수 없다면 남도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하는 것 같다.
나도 어리석은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휴지를 걸어 놓을 때마다 좁아지는 마음에 못난 어른이 된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휴지 걸이에 걸 때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냥 손에 잡히는 대로 쓰는 게 휴지였고 어떻게 놓여 있는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주부가 되어보니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의 방향이 몹시 거슬리기 시작한 것이다.
휴지의 시작 부분을 벽에서 떼서 걸 것인가 벽에 붙게 걸 것인가.
이건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의 문제와 비슷한 논제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휴지 시작 부분이 밖으로 되어 있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욕실에서 샤워하거나 청소를 하게 되면 습기가 차게 되면서 휴지가 벽에 달라붙게 되기 때문이다.
달라붙은 휴지를 떼면 너덜너덜해진 휴지를 또 치워야 하고 사용할 때도 젖어 있어서 불편하기 일쑤다. 반면에 휴지를 벽에 안 붙게 해 놓으면 수증기가 있어도 크게 젖지 않아서 괜찮다. 또 휴지를 쓸 때도 시작 부분이 공중에 떠 있으므로 당겨쓰기도 편하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유를 앞세워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보면 가끔은 별것도 아닌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 어른아이 같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살아온 날들에 비해 여전히 서툰 마음 때문에 가만히 있는 휴지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