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모유수유: AA컵 가슴이 젖동냥 줄만큼 젖양이 넘쳐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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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모유수유: AA컵 가슴이 젖동냥 줄만큼 젖양이 넘쳐난 비결


자연분만을 시도하고 모유 수유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 나. 자궁문을 4cm 열어 놓은 채 9시간 진통을 하다가 담당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급히 제왕절개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 목표는 실패. 그러고는 모유수유를 더 악착같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출산 후 알게 되었는지 출산 전이었는지 조금 헷갈리는데 질을 통해 균 샤워를 하지 못한 아이들은 피부 장벽이 약하다고… 모유에는 분유에서 만들 수 없는 물질이 들어있다고… 이러한 지식은 차치하더라도 아이와의 교감만을 위해서라도 나는 모유 수유를 적극 추천한다.

사실 나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임신 기간을 겪었기 때문에 이렇다 할 태교를 하지 못했다.(1~3화 참고) 남편은 이때 내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 얼굴은 늘 잿빛이었고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 내 배에 대고 아기의 태명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편이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평소에 아이들을 정말 좋아했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 예능을 보면 감정 이입이 되어 운 적도 많았다. 반면에 우리 남편은 친구들의 자식을 보아도 별 감흥이 없고 지나가다가 우는 아이를 봐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이랬던 우리인데… 어떻게 우리 배 속의 아이를 향한 모습은 이렇게 달랐는지… 

그러다 보니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모성애라는 건 바로 생기지 않았다. 진통하다가 예정에 없던 제왕절개 수술을 앞두고 마취과 선생님이 ‘아기를 보실 거예요, 그냥 주무실 거예요?’라고 묻는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반신 마취를 하고 아기가 태어난 후, 아기 얼굴을 확인하고 다시 잠들어 수술을 진행할 것이냐, 아니면 아기 얼굴을 보지 않고 수술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다가 일어날 것이냐 선택해야 하는 것이었다. 선뜻 대답하지 못했던 건 내 배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내가 깨어있다는 걸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아이가 건강한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을 이겼다. TV에서 갓 태어난 빨간 아기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지극히 엄마다운 모습은 나에게 없었다. 모성애는 0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모성애 유무에 상관없이 자연분만에 실패했던 나에게 모유 수유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내가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남은 하나를 해줘야 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젖만 갖다 대면 아이가 잘 먹는 줄로만 알았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지 아니한가! 그런데 이 또한 안일한 생각이었다. 출산 후, 신생아실에 있는 아기를 보러 가기 전, 내 병실 선반에는 어렴풋이 알고만 있던 유축기가 있었다. 나는 어차피 직접 수유(직수)를 할 거라고 생각해 별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노오란 초유를 놓쳤다. 신생아실 옆 모자동실에서 처음 시도했던 모유수유는 이미 며칠간 달콤한 분유가 쭉쭉 나오는 젖병에 익숙해져버린 우리 아기의 짜증만 돋웠을 뿐 처참히 실패했다. 두 번째 모자동실에서도 모유가 나오지 않아 당황한 아기의 우렁찬 울음에 너무 당황한 남편과 나는 곧장 신생아실로 달려가 분유를 받아왔다. 

5일간 병실 생활을 뒤로 하고 간 조리원에서 만난 가슴 마사지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거의 5~6일간 직수는 두 번 밖에 시도하지 않았으며, 유축이 뭔지도 모르고 있던 나. 미리 공부하지 않았는지, 주변의 친구들이 얘기해주지 않았는지, 초유의 중요성은 알고 있는지, 유축기에 연결하는 깔때기는 사두었는지 물어보시는 말이 ‘준비되지 않은 엄마’라는 도장을 꾹꾹 찍어주시는 것만 같았다.  

은인 같던 가슴 마사지 선생님의 조언과 실력으로 모유가 잘 나오기 시작했다. 모유가 잘 나오는 방법은 다른 게 없었다. 직접 수유를 하든 유축을 해서 먹이든 쉬지 않고 가슴이 모유를 만들어내게 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내 모유수유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가슴 마사지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방법을 믿고 그대로 따랐다. 우선, 수유콜을 받으면 무조건 수유실로 갔다. 1시간 만에 부르든, 30분 만에 부르든 정말 졸려서 전화 소리를 듣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우리 아이에게 기꺼이 갔다. 다녀와서는 유축을 했다. 잔여 모유가 없도록 가슴을 비워주는 것이다. 우리 산후조리원의 전화벨 소리는 ‘생일 축하 합니다’였는데 나는 정말 이 노래에 노이로제가 걸릴 뻔했다. 유축한 모유 젖병을 산후조리원 냉장고에 넣을 때면 다른 산모들이 넣어 놓은 젖병들이 나열되어 있다. 꽉 차게 넘쳐날 것 같은 젖병을 보고 있노라면 이 엄마는 가슴이 커서 모유량도 많은 것일까? 박탈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 가슴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 모유량은 점차 늘어갔다.

나는 제왕절개를 한 터라 산후조리원에 있는 내내 몸이 불편했는데 남편은 여기에 큰 공감을 해주지 못해 두 번의 대첩이 있었다. 한 번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니까 엄살 부리지 말라고 해서 발발했고, 다른 한 번은 모유 수유 초반에 고이 쥐어짠 모유를 엎은 때였다. 유축기를 끄고 젖병에 끼워 놓은 깔때기를 분리하고 수유 브라를 입고 젖병 뚜껑을 닫는 등 세세한 과정 중 몸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하다 보니 그만 뚜껑이 살짝 열려있던 젖병을 쳐서 엎어버리고 만 것이다. 짜증이 폭발해 대성통곡을 했다. 유축을 다 하면 정리하는 동안 뚜껑을 닫아주는 정도는 옆에 있으면 도와줄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 남편이 공감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 아닌데도 모유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정말 달랐다. 내 새끼한테 좋은 것 먹여보자는 엄마의 마음은 간절했다. 남편은 그렇게 힘들면 분유 수유를 하자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편은 질투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유 수유는 엄마만 할 수 있는 행위이므로 아빠는 소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모유 수유가 성공할 수 있던 까닭 중 하나는 보조기구가 있었던 것. 유두보호기와 유두 보호크림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눈물) 우선, 유두보호기를 말하자면, 이후에는 유두 모양이 아이가 입에 넣기 적절한 모양으로 점차 변해갔지만, 처음에는 아이가 입에 넣기 어려운 모양이었던 것 같다. 조리원에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유두보호기를 제안해주셨다. 마침 친구가 안 쓴다고 준 새 제품이 있어서 유용하게 썼다. 블로그에서는 아기가 유두보호기에 익숙해지면 유두에 직접 입 대는 걸 거부하게 된다고도 했는데 나는 우선 모유를 먹여야 했기에 이 제품은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또 하나는 유두 보호크림. 모유수유는 유축도 그렇고 유두가 아주 괴롭혀지는데 이때 상처가 나고 갈라지기도 한다. 특히 나는 좀 이따 더 자세히 설명할 테지만 유두 백반이 자주 생겨 이를 종종 뚫어줘야 했는데 그때 유용하게 사용했던 건 바로 혈당 체크를 하던 침이었다. 마치 여드름을 터뜨리듯 내 유두에 있는 유두 백반에 침을 찌르면 고름같이 뭉쳐있던 모유와 피가 섞여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고도 때때로 포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다. 출산의 고통에 버금간다는 젖몸살은 다행히 나에게는 심하게 오지는 않았다. 가슴 마사지실에 안내 사항으로 유선을 막을 수 있으니 기름진 음식, 특히 튀김류나 사골국물 같은 건 많이 먹지 말라고 적혀있었다. 나를 괴롭혔던 건 유두 백반. 말하자면 젖꼭지에 생기는 여드름 같은 것이다. 유두 안에 있는 유선이 어떤 이유에 의해 막히면 모유가 막힌 부분에 뭉쳐져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데 그 통증이 만만치가 않다. 평소에도 아프긴 한데 아이가 입을 대고 모유를 빨기 시작하면 그 고통은 극에 달한다. 마치 길고 두꺼운 바늘이 내 가슴을 관통하는 것 같달까. 특히 아이의 첫 모금이 주는 고통은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지속할 수 있었던 건 ‘젖 먹던 힘’이 뭔지 알려주는 것처럼 힘차게, 땀을 흘리면서 최선을 다해 모유를 먹으려고 노력하는 우리 아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이 밖에 모유 수유를 추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다이어트에 톡톡히 효과를 봤다는 것. 임신 기간 중 임신성 당뇨로 인해 식단에 제한이 있었던 나는 출산 후에도 한동안 조심해야 했음에도 그동안의 절제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먹고 싶은 건 마구 먹었다. 어느 글에서 전 세계 엄마들의 먹는 음식은 천차만별인 데 반해 모유 성분은 비슷하다는 내용에 힘도 얻은 터였다. 3.44kg의 아이를 낳았지만 출산 직후 2 kg정도밖에 빠지지 않아 의문을 가졌던 나의 몸무게는 모유수유를 하면 할수록 폭발하는 내 식욕과는 상관관계가 없는듯 쭉쭉 내려갔다. 물론 모유수유를 끝내자마자 다시 격하게 찌기 시작했지만 모유수유 할 때만큼은 결혼 전 가장 날씬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신체 분위의 존재의 이유를 여실히 알아 나갔다. 특히, 자신감 없었던 내 신체 부위가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시기를 보낼 수 있었던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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