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마흔 먹은 엄마의 마음속 이야기–
“세상에는 수많은 육아서가 존재하지만 정작 내 아이의 육아서는 없다.”
나름 8년 남짓 아이를 키우면서 내린 육아에 대한 나만의 정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듯 다양한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지만, 이제는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걱정하면서 살던 때는 내가 엄마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저 신이 정해준 나의 정체성은 XX라는 DNA로 거부할 수 없는 자궁을 갖게 되었으니,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권리인지 의무인지 모를 입장이 된 것이다.
내가 결혼하고자 마음을 먹었던 때의 사회적 분위기는 남녀가 결혼하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주위 친구들은 20대 후반부터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전력 질주를 하며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시작했으니 서른두 살에 결혼한 나는 그제야 100미터 달리기 출발점에 있는 셈이었다.
그렇게 결혼 1년 만에 임신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세상에서 정해준 일련의 법칙을 잘 시행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이제 마흔이 된 초1 맘이 되면서 매일 불꽃이 튀는 축제의 전야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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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흔이 되면서 아이 또한 초등학생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각자의 예민함을 더해 원플러스 원이 되어 버렸다.
원래 밖에서는 큰일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던 아이는 입학 첫날부터 선생님을 동행해서 화장실에 갔다고 한다.
어느 날엔 필통을 보니 연필 중간에 파먹은 흔적이 있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수업 시간에 너무 심심해서 그랬다는 것이다. 지루한 수업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선생님과 낯선 장소에 한껏 긴장한 것이다.
집에 와서는 괜한 짜증을 내고 쉽게 화를 내며 엄마를 들볶는다.
모든 스트레스의 배출구는 엄마인 내가 되는 것이다. 자식이 가장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상대는 보통 아빠보다는 엄마가 되는 법칙에 우리 또한 이변은 없었다.
하교 후 교문에서 만나는 아들은 은밀한 거래라도 하듯 자연스럽게 책가방을 벗어 넘긴다. 나 역시 원래 내 것을 받은 것처럼 한쪽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돌아온다.
매일 필통을 확인해서 연필을 깎는다. 준비물이나 숙제가 없는지 체크한 후 다음 날 입을 옷을 정해서 옷장 위에 올려놓는 것까지 엄마의 몫이다.
육아의 최종목표는 ‘독립’
마흔이 된 나조차도 스스로 삶에 대한 독립과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이렇게 해서 과연 아이를 독립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