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챌린지
아침에 딸의 머리를 땋다가... ...
김*니카
5달전

아침에 딸의 머리를 땋다가, 딸을 샤워시킨 후 딸의 머리를 말려주다가, 병설 유치원 다니는 딸의 점심 도시락을 싸주다가 갑자기 원망스러운 마음이 올라와 울컥할 때가 있다. 남들은 출산을 경험하고 엄마가 되면 친정엄마의 한없는 은혜를 깨닫고 엄마와 사이가 더 각별해진다는데, 나는 엄마가 되고서 참으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살고 있다.

평생 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육체노동을 이어오며 책임감이 결여된 친정아버지를 대신해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린 엄마에 대한 고마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에게 엄마의 존재는 내가 사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서 엄마가 온 몸으로 노동하여 나를 길러준 것에 대한 심리적인 보상도 드리고 싶고,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의 육체적 노동도 멈추어 드리고 싶기에 지금도 여러가지 도전을 이어 오며 살고 있다.

이런 효녀 심청이인 내가 딸을 낳고 보니, 나 자신이 엄마가 되고 보니, 문득문득 엄마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서 당황스럽다.

아침 등원 전 딸의 머리를 땋아줄 때면 식당 문을 열기 위해 새벽 일찍 출근하여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언니와 내가 고사리 손으로 서로의 머리를 땋아준 기억이 난다. 병설 유치원을 다니는 딸아이의 도시락을 싸줄 때는 직접 도시락을 싸다니던 초등학교 3학년의 내가 떠오른다. 마침내 전국적으로 급식이 실시되었던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3년 내내 아침에 스스로 계란물을 입혀 햄을 굽고 비엔나를 구워 도시락을 싸던 기억이 떠올라 울컥할 때가 많아졌다.

내가 엄마가 되어 아파트 놀이터에 나가보니 7세인 내 딸보다 한 뼘 정도 더 큰 여자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다.

"너는 몇 학년이니?"

"3학년이요."

"아, 그래. 네가 3학년 이구나... …"

내 딸보다 겨우 한 뼘 더 큰 네가 3학년이구나. 이제 겨우 그네 줄을 야무지게 쥐기 시작할 무렵이 3학년인데… … 새벽에 알람소리 듣고 스스로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언니 것까지 도시락 2개를 매일 싸던 어린 내가, 겨우 저 그네 타는 아이만 했을 것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나이를 먹을 수록 마음이 더 깊어지고 철이 들어야 되는데 나는 어쩜 사춘기에도 없던 반항심이 마흔이 다 되어 올라오는 것인지… …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누구보다 애썼고 그 당시 엄마로서는 아침 식사까지 맡아가며 식당을 운영했어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지금까지는 늘 그렇게 이해를 했다.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

내가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선택', '피치 못 할 상황' 이라는 감정에 대한 호소가 모든 이성적 사고를 눌러왔기에 나는 엄마를 이해해주는 착한 딸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혼자서는 반팔 티셔츠도 스스로 벗지 못하고, 물 한잔 안 흘리고 스스로 잘 마시지 못하는 게 아이들인데, 어린 아이에게 나의 친정엄마는 너무 큰 짐을 지워준 것이 아니었나. 내 눈으로 어린 나를 마주하고 나니 자꾸 의문이 들었다.

단지 육아나 자식의 안전 따위가 엄마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책임감없는 아빠를 푸쉬하기 보다는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엄마 자신이 일선에 서서 생계를 해결한다는 변명으로 자식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자기합리화 한 것이 아닐까?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란 것도 어쨌든 엄마가 주체적으로 결정 내린 선택이 아닐까?

이성이 감정을 압도하여 이런 질문들을 해대기 시작하자 원망과 분노가 솟구쳤고 아침마다 불 앞에서 고사리 손으로 도시락을 싸는 어린 내가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가게 때문에... 가게 때문에...'

여느 친정엄마들이 챙기는 딸들의 사사로운 경조사. 출산이라든지, 출산 후 몸조리 라든지, 자취할 때 부모님의 방문이라든지, 해외에서 들어올 때 공항에 마중을 나온다든지... ... 이런 종류의 살뜰한 챙김은 '가게 때문에' 여유가 없는 우리 친정엄마는 당연히 못해주는 것이었다. '당연히' 라는게, 과연 당연하게 존재하는걸까. 무언가를 당연하게 만드는 것도 결국 본인의 선택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평소에 자주 하다 보니 내 입은 통제력을 종종 잃곤 한다. 어느 명절 날 친정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가만히 티비를 잘 보다가, 드라마에서 친정엄마가 결혼한 딸의 몸조리를 도와주는 장면을 보면 갑자기 엄마에게 악다구니를 퍼붓는 것이다.

'엄마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희생하고 정말 열심히 산 것은 무조건 인정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살뜰하고 세심하게 챙겨주는 친정엄마 역할로 보면 엄마는 빵점이야.'

내 딸이 커서 늙고 힘이 없는 나에게 '이래서 나는 엄마한테 섭섭하고 저래서 원망스럽다.' 라고 하면 억장이 무너지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기도 같다. 그래서 나부터 친정엄마에게 마음을 곱게 쓰려고 하는데도 잘 안 되는 걸 보면 나는 한참 모자란 인간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오늘 아침에 딸의 머리를 땋다가...

#부모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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