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챌린지
내게는 단짝 친구가 없다
쭌찌맘
1년전

단짝친구의 사전적 정의 :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친구

내게는 단짝 친구가 없다. 뜻이 맞아도 매우 친하지는 않아서 아주 가끔 보는 지인들이 몇 명 있을 뿐이다. 남편을 떠올렸지만 남편은 늘 함께 어울리기는 해도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한 편은 아니었다. 단짝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이고 축복일까.

꼭 단짝 친구가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면 내게도 단짝 친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친구가 내게는 책이다. 책을 읽는 사람이라고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현실에서 단짝 친구가 없기에 단짝 친구를 찾으러 책을 읽는 것에 더 가깝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작가가 적어 둔 책에서 내 생각과 비슷한 글을 읽었을 때, 나는 단짝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너무 외로울 때 도서관에 가서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보면 나와 뜻이 통하는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때로는 이 작가를 현실에서 만나면 단짝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뜻이 맞아도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내향적 기질이라면 항상 함께 어울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니까. 거절당할 두려움 없이 종이로 연결된 작가와 나의 시공간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대화하고 헤어진다.

 내게 단짝 친구가 없다는 게 오랫동안 아프고 나의 결핍처럼 느껴졌었다. 내가 부족해서 친구가 없는 건 아닐까. 내가 친구로 사귈 만큼 편하거나 재미있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 누구도 나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가끔 길거리에서 친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했다. 친구가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혹시 이번 인연은 단짝 친구로 이어질 수 있을까 기대하다가 상처받기를 반복할수록, 내 인생에서 단짝 친구는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단짝 친구가 있는 인생이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더 따뜻하게 느껴졌을 테지만. 없다고 실패한 삶이라 섣불리 규정 짓는 건 마음이 아프니까. 내게 진정한 친구가 없는 탓을 불안정했던 가정환경으로 돌려 보기도 하고, 친구를 원하는 갈망을 내려놓기도 하고, 친구 필요 없다며 나를 속여 보기도 한다.

 친구가 없는 삶이 외롭고 아픈 건 사실이다.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가 없어 결혼식도 올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너는 친구도 없냐는 시엄마의 말이 내게 그토록 가시처럼 박힌 걸 보면 친구는 내게 아픈 가시가 맞다.

 그래도 일부러 억지로 친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의 친구가 되기 위해 나를 내려놓고 맞출 자신도 없다. 한편으로는 친구가 있는 사람이 정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성격이 나쁘거나 이상할 거라는 생각에 반발심이 일어난다. 알고 지내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 마음 툭 터놓고 얘기할 단짝 친구는 없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보니 내게 진정한 친구라 느껴졌던 친구가 딱 한 명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도 안 하고 방황하던 시기였다. 그때 만난 같은 반 친구였는데 마음도 잘 맞고 항상 어울려 다녔다. 그런데 작은 오해로 그 친구가 내게 화가 났고, 내게 쌍욕과 저주를 담은 문자를 보냈다. 내가 해명하고 친구의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었지만 이미 아빠에게 버림받은 상처가 있었기에 당시 내게는 그럴 힘이나 여력이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끝날 무렵 그 친구가 다시 내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물어왔지만 나는 몇 년이 지났어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후로 내게는 알고 지내는 친구도, 연락하는 친구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이혼으로 크게 다친 마음에 친구와의 절교가 더해져서 친밀한 인간관계는 불에 데일 듯 멀리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최근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 괴로워하기만 했다. 언젠가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희망을 품기도 했다. 깊은 상처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두려워하게 만든다는 걸 요즘에서야 느끼고 있다. 언젠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나의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게 된다면 내게도 단짝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편안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아,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함께 어울려 다니는 단짝 친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 아닐까. 항상 함께 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나를 비난하기도 하고 아직은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이지만. 내가 나의 가장 따뜻하고 든든한 단짝 친구가 되는 것이 단짝 친구를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일 것 같다. 오늘부터 나 자신을 비난하는 말도 줄이고, 나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어주어야겠다. 내가 꿈꾸는 단짝 친구의 모습처럼 나 자신에게 그렇게 대해야겠다 다짐해본다. 

#단짝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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