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식상할까요, 자존감
“자신을 잊고 아이에만 집중한다고 아이가 더 잘 자라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 출처: 지나영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육아’ 별책 <부모 트레이닝> 중 >
처음 맘블리 앰버서더를 지원할 때는 너무나 자신만만했습니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게 있었고 마지막 화까지도 쉽게 써질 거로 생각했습니다. 2022년 여름부터 시작한 본질육아가 내면의 건강을 회복하게 했고 가정이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정말이지 본질육아의 덕을 보며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본질육아를 온 세상에 알릴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였습니다.
맘블리를 통해 연재하고 싶은 것은 바로 ‘본질육아 실천기’였습니다.
실천기에 대한 세부 주제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1화는 마지막에 새롭게 내용을 구성했으나, 본질육아를 하기 전과 후를 다룬 2화 또한 술술 써졌고, 어렵지 않았어요.
3화인 감사 일기 편부터였습니다.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슬럼프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본질육아를 만나 육아에 날개를 단 것처럼 하루하루 자신 있고 행복한 상태로 육아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커뮤니티 이전에 클래스유 본질육아법 인터넷 강의의 미션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었고, 그래서 지나영 교수님의 ‘닥터지하고’ 유튜브 방송에 인터뷰이로 참여할 기회도 생겼고 클래스유에서 제공하는 지나영 교수님의 본질육아법 강의 광고에도 모델이 되어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닥터지하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12월 중순부터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현실 자각 시간이 왔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당시에 나는 열심히 ‘본질육아’하고 있고 교수님께도 칭찬받았는데, 실제상황 나의 육아는 아이에게 거친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하고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며, 때로는 아이를 향해 손까지 들어올리기도 했기에 자책이란 녀석이 쉽게 나를 무너뜨렸어요. 자존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본질육아에 대한 확신이 분명했고, 본질육아의 기본을 충실히 실천한 덕에 남편과의 사이가 기적처럼 좋아지고 우울증이 개선되는 ‘수혜자’였지만, 이즈음부터 난조였던 나의 육아 날씨는 마치 폭우처럼 나를 세차게 덮쳤습니다.
아이에게 ‘별이야, 보석이야’ 하며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절대적인 존재가치를 느끼게 해주겠다는 엄마가, 아이에게 함부로 말하고 손까지 드는 것은 너무나 잘못된 행동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당해야만 하는 아이가 겪는 ‘나는 맞아야 하는 아이’라는 상처는 엄마인 나를 심하게 자책하게 했습니다.
불안이 올라왔습니다.
‘본질육아를 제대로 하는건가?’ 고민되었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에 닿으니 해결책도 숨은 듯 보이지 않았습니다. 육아는 점점 더 힘들게만 느껴졌어요.
이때 시작하게 된 것이 ‘행동 루틴’입니다.
이미 본질육아법에서 지나영 교수님께 ‘루틴과 리추얼’에 대해 배웠지만, 아이의 루틴으로만 인식하여 나의 루틴으로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본질육아 캡틴스 커뮤니티 중에서도 ‘전업맘 본질육아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매달 책 한 권의 내용을 함께 나누고 있고, 이달의 서적은 ‘내면 아이’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중 나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행동 루틴. 여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기.’
다음날부터 아침 기상 후에 ‘물 한 잔 마시기’를 실행했습니다. 피로가 심한 아침에는 ‘물 한 잔 마시기’도 힘든 루틴이었지만, 마음은 비우고 몸만 움직였습니다.
이틀이 지나니, 기상 후 목이 마르고 물을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며칠 더 지나니, 물을 마신 뒤 느끼는 목표 달성의 기쁨이 생겨, 밤이면 ‘어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동 루틴을 실행하는 시간은 나의 작은 성공의 시간이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면서는 기운을 조금 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물을 마시고 나서 따뜻한 물로 개운하게 샤워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아이들 키우는데 기운을 다 쏟느라 정작 나는 씻지 못할 때도 많았는데, 샤워하며 ‘아, 나는 씻는 걸 정말 좋아하지. 물을 좋아했지.’라는 것을 느꼈고, 깔끔하게 씻으니 자존감도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아이들 생각이 났습니다. 내가 힘이 없다고 요즘 아이들도 잘 씻기지 못했는데, 뒤돌아 생각해보니, 나는 아이들 씻기는 일에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씻어 개운하니 오늘은 꼭 힘을 내어 아이들 씻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따뜻한 물에 기분 좋게 씻겨 보송보송하게 물기를 닦아주고, 촉촉하게 로션 바르고, 새 옷으로 입혀 머리카락을 말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벼르고 별러 결국 아이를 씻기니 그 뿌듯함으로 나의 자존감도 무척 상승했습니다.
지나영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인생의 의미란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뿌듯해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아이는 잘 키우려고 낳는 게 아니라 사랑하려고 낳는 거예요.’
나는 본질육아로 가정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면서 회복한 에너지로, 아이를 잘 키우려 했던 ‘성취지향의 엄마’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이 때문에 화났던 많은 순간도, 결국엔 잘 키우고 싶은데 아이가 내 마음같이 따라주지 않아서였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면 되는데 잘 키워지지 않을까 봐 불안해하고, 다른 본질육아하는 분들과 내가 비교되어 불안하고, 불안들이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려 더욱 불안한 악순환이 지난 한 달여간 반복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저 사랑하면 된다.’, ‘자식을 내 뜻대로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 사실을 깨닫자마자 첫째 아이는 마치 나의 변화를 알아채는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해졌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던 아이가, 나를 배려하고 존중해주었습니다.
지나영 교수님의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책 프롤로그에는 이런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를 잘 키우는 법뿐만 아니라 부모 스스로 인생을 잘 살아가는 법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모와 아이, 우리 가정이 두루 평안해질 것입니다.’
본질육아는 분명 아이와 나를 동시에 성장시키고 있었습니다.
*행동 루틴을 하는 내용이 담긴 감사 일기를 아래에 덧붙였습니다.
더하여, 4년 전 자존감이 낮아 힘들던 나의 날에 대한 기록도 함께 남겨봅니다.
✔ 기상 후 감사 일기(1/12)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세수한 뒤 거울을 보며 감사 명상을 했습니다.
오늘도 잘 자고 일어나 아침 명상을 하는 내게 감사합니다.
요 며칠 아이가 간간이 두통을 호소하여 꾀병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어려워 아이와 갈등이 있었습니다.
결국엔 두통의 기록이 담긴 두통일기를 쓰고, 많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자기 몸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고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에게 감사합니다.
✔ 기상 후 감사 일기(1/13)
기상 후 세수와 감사 명상을 하고 맑은 물을 마셨습니다.
평소에는 피곤해서 아침 샤워가 어려운데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샤워하고 물을 두 잔 더 마셨습니다.
하루 마실 물의 양을 이미 반이나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니 뿌듯합니다.
나를 위한 행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감사합니다.
매일 자는 시간이 늦지만, 일찍 일어나기 좋아하는 첫째에게 해돋이 할 때쯤 깨워줄까 했더니 좋다고 합니다.
새벽에 깨워 말을 걸어도 다정하게 웃는 첫째에게 감사합니다.
나를 가장 뿌듯하게 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아이들을 씻기고 보송하게 말려 깨끗한 옷을 입힐 때였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하니 그 중 대표적인 하나는 씻는 것이었습니다.
씻고 나면 자존감도 상승하고 나를 돌봐준 것 같아 치유의 느낌을 받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이 마시고 씻을 물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피곤하면 더 잘 수 있는 새벽 시간의 여유에 감사합니다.
✔ 기상 후 감사 일기(1/15)
일어나자마자 나를 위해 세수, 양치하고 간단히 화장도 해줬습니다. 선크림 바르고 눈썹 그리는 게 전부지만 거울 속의 내게 웃어주며 ‘I can handle it.’ 하며 호흡해주니, 내가 훨씬 생기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물을 세 잔 마셨습니다. 오늘 아침 행동 루틴도 성공입니다.
나의 목표 루틴을 실천한 내게 감사합니다.
엄마의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옹알이로 화답하는 둘째의 존재에 감사합니다.
어제저녁, 일찍 잠들기 위해서 애쓰면서도
엄마 오늘 지나영 교수님하고 공부하냐며 함께 하고 싶다는 첫째의 사랑스러움에 감사합니다.
스트레스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나날이 날 배려해주고,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남편에게 감사합니다.
아침 식사 준비를 위해 냉동실에 넣어둔 고기를 해동 중입니다. 식재료를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가 있어서 감사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사실 나는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존재임에 감사합니다.
그 때문에 일할 힘이 생기는 지금에 감사합니다.
✔ 4년 전, 나의 자존감이 낮았던 날의 기록
세 살 아이가 나보다 다른 이가 좋다, 내가 밉다고 하는 말에 나는 그토록 깨지기 쉬운 존재였던 것처럼 푸른 서슬로 베인 것처럼 너무나 아팠다.
만 두 돌도 안 된 아이의 말에 왜 내 가슴은 이토록 균열이 나는가.
내가 나에게는 지우개를 갖다 대고, 내 아이를 그리는 동안
나는 그토록 약하고, 얇고, 상처 나기 쉬운, 또한 다른 이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실패는 지는 것이 아니란다. 실패는 성장으로 가는 통로란다.”
< 출처: 지나영 ‘세상에서 가장 쉬운 육아’ 별책 <부모 트레이닝> 중 >
실패는 성장으로 가는통로라는말을 기억할게요!
네❤ 실패로 길이 막힌 줄 알았는데 잘 가고 있었어요💓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별보다 반짝이는 이안님 귀한 글 감사합니다. 저도 얼마전에 슬럼프에 빠져 바닥까지 내려갔다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혹여나 제가 20초 허그를 깜박하면 엄마는 별이예요~ 말해주는 저희 집 쌀들덕에 이 시기를 잘 극복해가는 중입니다. ^^
소중하고 귀한 쌀들이에요!!!^^ 아름다운 감사님~ 따뜻한 말씀 감사드려요♡ 발이 바닥에 닿아야 바닥을 밀고 올라올 수 있더라구요. 슬럼프가 우리 육아를 더욱 건강하게 해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