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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엄마’는 본캐가 아니라

부캐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두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하고 기관을 보내고 난 뒤부터 제 시간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어릴 때는 제발 내 시간이 한 시간만 있었으면… 이런 생각이 간절했죠.

막상 그 시간을 마주하고 보니 저는 ‘엄마라는 역할’에만 남은 시간을 몽땅 써가며 엄마로서 더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린아이들 때문에 못 했던 청소나 빨래. 설거지, 그리고 집 정리를 진심으로 하다 보면 아이의 하원 시간이 금세 가까워졌어요. 나를 위한 근사한 티타임 하나 갖지 못하고 하루 중 어렵게 얻은 ‘나의 시간’이 그렇게 허무하게 마무리된 적이 많았어요. 

집안일을 하면 기분이 정리되는 것 같고. 더러운 것을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말하는 주변 엄마들도 많습니다. 내가 할 일이 쌓여 있으면 오히려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거죠.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요. 엄마, 아내, 딸 이란 역할에 매여 있기보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연예인도 그렇잖아요. 유재석이 본캐보다 부캐인 유산슬로 인기가 더 오른 적이 있고, 요즘에는 유투버들도 부캐로 다른 가면을 써가면서 콘텐츠를 제작하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엄마’는 본캐가 아니라 부캐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엄마로 살아온 시간보다

엄마 아닌 ‘나’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잖아요. 

그렇다면 내 인생의 본캐는 엄마가 아닌, ‘오롯한 내’가 되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나로 살고 싶은 엄마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엄마에 얽매인 당신보다, 원래 당신의 웃음을 찾아가는 일에 당신이 두팔 걷고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인생이니까요. 

오늘 당신의 본캐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나요?

저의 인생을 위해 하나씩, 저의 본캐를 위해 작은 것들부터 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저의 이야기를 적어 볼게요!

—–❤❤❤❤❤—–

두 아이가 등원 버스에 탔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아이들에게 연신 보낸다. 버스 안의 아이 둘에게 나의 마음이 닿기를 바라면서 손으로 눈빛으로. 오늘 아침에 화내고 짜증 냈던 엄마의 모습 말고 지금 사랑을 보내는 내 모습을 아이들이 간직하고 하원 할 때 만날 수 있기를. 버스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웃으며 손을 흔들고 그렇게 돌아선다. 그러고 나면 오전 등원 전쟁으로 화내고 힘들었던 마음을 과감히 접는다.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매일 적응이 안 된 엄마로 지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늘 부족한 엄마란 생각에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정말 쉽지 않구나 싶다.

그렇게 아이를 배웅한 엄마들끼리 아침에 어떤 일로 짜증이 났었는지. 우리 애는 요즘 카봇을 좋아한다는 둥, 유치원에서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간단히 나누고 집으로 돌아온다. 

거실은 아이들 등원 전쟁의 흔적이 아직 그대로다. 작은아이가 세 번이나 바꿔 신은 양말이 짝짝이로 여기저기에 있고, 한창 멋 부리는 큰아이가 벌인 패션쇼 현장으로 거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전쟁터가 따로 없다. 그것들을 설렁설렁 모아서 개키려고 놔둔 마른빨래가 모인 곳에 대충 올려놓는다. 

아이들이 먹은 시리얼이 남겨진 그릇들을 집어 들고, 먹다 남은 사과를 내 입에 넣고 씹으면서 접시와 함께 싱크대에 넣어둔다. 청소와 설거지는 나중일. 그리고 등원 시간에 쫓겨 미처 끄지도 못했던 화장실과 옷 방. 거실의 모든 불을 차례로 끈다. 그리고 안방 침대에 들어와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아고 아고, 아. 피곤해’

침대에 몸을 뉘면 나도 모르게 나오는 할머니 같은 몸의 신음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는 다시 아이들과의 아침의 일상을 복기시키면서 아쉬운 점들을 생각해 본다.

‘아, 아침에 화내지 말 걸. ‘

아침에 있었던 아이들과의 실랑이들과 결국 터트린 둘째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있다. 유치원 등원 버스 안에서도 열심히 손 흔들어줬지만 그래도 마스크 위로 둘째의 삐진 눈매가 내 마음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아이들은 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아이와 함께다.

‘저녁은 둘째가 좋아하는 치킨너겟을 해줘야겠다. ‘

그렇게 나름의 반성의 시간을 갖고 휴대폰을 집어 들어본다. 밤새 못 봤던 메시지 답장을 하고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내 몸은 아직도 침대에 그대로 인체. 마음은 움직이고 싶지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을 보내고 혼자 있을 때는 불을 끄고 누워있게 된다. 푹 쉰 것 같지만 쉬지 못한 느낌이 든다. 집안일을 하지도 않고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드라마 미리보기나 관심 없는 예능이나 보며 시간을 죽인다. 그렇게 침대에서 움직이질 않는다. 

사실 혼자만을 위한 시간을 갖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몇 년 동안 내가 좋아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해도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으로 아이의 옷이나 신발들만 검색해 보다가 시간이 가는 것이 허무해져 의도적으로 아이를 배제해도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고 한 것이 고작 요즘에 핫한 예능프로를 보는 일.

생각해 보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기 전에는 책 읽기와 일본어를 좋아해서 독서하거나 일본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자기 계발 책을 보며 나를 성장시키는 것도 좋아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성취와 기쁨을 맛보았던 성취 지향적 인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계발서를 봐도 엄마로 살며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없는 시간 쪼개서 사는 엄마들 넘사벽의 의지와 정신력이 나에겐 없다고 쉽게 결론 내린다. 그랬다. 감히 도전했다가 성과를 얻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먼저 밀려온다. 

그렇다면 좋아했던 일본 드라마는? 잘 들리던 일본어가 귀에 들리지 않자 씁쓸한 마음이 들어 드라마를 보는 것도 꺼려졌다. 내가 쌓아온 능력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진 기분이 든다. 

이렇게 나는 엄마라는 자리에서 점점 빛을 잃어가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각지도 못한 좌절과 어려움을 느끼며 양육 효능감마저 떨어지는 시점에서 내가 그동안 잘 쌓아왔던 커리어도 이제 별 볼 일이 없어진 지금. 나 자신이 잉여 인간처럼 느껴지고 돈도 못 벌고 아이도 잘 키우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무엇 하나 잘 해내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사는 건 비싼 것도 척척 사면서 정작 나를 위한 옷. 내가 신을 신발. 나 혼자 먹을 음식들에 대해 돈 쓰는 것은 아까워한다. 

나는 지금 누구를 위해 사는 걸까? 삶의 가치 1순위가 아이들이 되면서 나는 내 인생의 주연으로 살았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조연도 아니다. 마치 이름 없는 엄마 1, 아내 1 혹은 무명의 삶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름을 찾고 싶었다. 

엄마라는 역할을 내 인생의 주연으로 만들지 말고, 내 이름 석 자로 내 인생을 다시 살고 싶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 엄마로서 인생의 시간을 더 애틋하게 만들고 싶었다.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한동안 빈 노트를 쳐다보기만 했다. 생각처럼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그래도.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봤다. 잊어버리고 홀대하고 살았던 과거의 나를 찾고 싶었다.

내가 언제 기뻐했었는지. 

내가 언제 뿌듯했었는지.

내가 무엇에 칭찬을 가장 많이 들었었는지.

내가 어떤 것을 잘했었는지.

나는 과거의 나를 소환해보기로 결심했다. 지금 하지 못하는 좌절감이 아닌, 예전에 잘 해냈기에 지금도 잘해 나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나만의 노트를 채우기 시작했다. 

—–❤❤❤❤❤—–

 

엄마는 부캐

당신이 본캐!

삶에서 엄마라는 이름표 떼고 당신의 이름표를 다시 붙여 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다시 찾는 연습을 해봐요, 우리.

❤ 함께 해 보아요. ❤

힐링 페이지 4단계.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소환해보세요! 딱 세가지만요!

그 일을 지금 하고 있고 못하고 있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다시 나를. [내가 좋아했던 것]들을 기억해주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내 마음의 기뻤던 일을 생각해보세요!

내 인생을 [엄마로 한정 짓지 말고] 내 스스로 만족하는 것 하나쯤 해보겠다는 마음을 내어보아요 우리!

맞아. 나 사람들 앞에서 강의하는 거 좋아했었구나. 

맞아. 나 여행 가는 거 좋아했었네. 진짜 그때 마음이 기뻤어!

맞아. 은진이가 나한테 통화하고 나서 위로받았다고 할 때 정말 뿌듯했어! 그런 일 하고 싶어 했었지!

스스로 하는게 어색하다면  인스타 피드에 올려보면서 인증해보세요. 저를 태그(@nowthanks123)해주시거나, 제 메일로 (yhcoaching@naver.com)  3줄 일기를 보내주시면 제가 그 마음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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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송이안
    1년전

    "아고 아고, 아 피곤해" 에서 왜 웃음이 나죠ㅜㅜ
    엄마는 부캐, 나는 본캐 !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져요🌬🌸

  • 앰버서더
    남영희
    1년전

    가벼운육아를 응원합니다!

  • 남*화
    1년전

    미리 미리 아이가 어렸을때부터 엄마가 아닌 '나'를 찾아가는 연습이 필요했던건데 그때는 그걸 인지하지도 못하고 훌쩍 세월이 흐른지금 공감하게 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앰버서더
    남영희
    1년전

    지금부터라도 찾아가보는 용기를 내시기를.응원합니다!

  • 이유진
    1년전

    솔직하고 현장감이 느껴지는 작가님의 모습 그리고 곧 우리의 모습이죠 나만 그런 고민 속에 있던것이 아니구나.. 나도 일어날 수 있겠다 ! 하는 힘을 주시는 글,잘 보았어요 😊

  • 앰버서더
    남영희
    1년전

    힘받을수 있었다니 기쁩니다♡

  • 공*연
    1년전

    오늘도 위로 받습니다. 오늘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께요~

  • 앰버서더
    남영희
    1년전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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