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책 제목 맞히기 놀이


2.책은 가성비 좋은 최고의 장난감

2-2. 책 제목 맞히기 놀이


지난 시간에  “책 돗자리 만들기” 놀이로 책이 가성비 좋은 최고의 장난감인 것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집안이 좀 어지러워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하는 돗자리 놀이와 함께 우리 가족이 자주 했던 책 놀이가 있어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책 제목 맞히기” 놀이 입니다. 

아이들이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아빠!” , “엄마!” 를 외치던 순간을 기억하시지요? 잊지 못할 그 순간이 오면 대부분 부모님은 집안의 모든 물건에 사물 이름 카드를, 아이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대형 낱말 & 숫자 등 브로마이드를 부착하기 시작합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많은 단어를 소리로 익히면서 약속된 글자의 생김새를 익히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림처럼 글자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글을 배우기 전에도 그림처럼 글자를 인식한 친구들은 통 글자를 익히게 됩니다. 즉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처럼 생긴) 그림을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어휘 자극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자연스럽게 각인 효과가 커져 인식할 수 있는 글자(그림)가 많아지고, 이것은 또 다른 언어 호기심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수다쟁이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친구들이 언어발달이 빠르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지요.

일상생활 속의 어휘 자극이 내 아이의 언어발달에 기초가 될 수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우리 아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는 데 조금 더 노력해야 할까?’라는 실천적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교육의 현장에서 정말 실감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은 경험들이 쌓여서 관심거리가 되고, 관심이 쌓여서 흥미가 되며, 흥미가 쌓여야 자발적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쌓여서 기대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자녀교육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도 없고 지름길도 없는 거겠지요. 내 아이의 성향과 가정의 교육환경, 부모의 가치관과 가정문화 등 많은 부분이 함께 고민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우리 가정만의 방법을 찾아가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거창하지 않아도 지속 가능한 꾸준한 일상 활동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렇기에 반복적인 틀 안에서 새로운 자극이 지속 가능한 책 놀이가 아이들의 어휘 자극과 경험 쌓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책 제목 알아맞히기” 놀이는 아직 한글을 떼지 못한 유아기 아이들과 신나게 할 수 있는 쉬운 놀이입니다.

하지만 “책 제목 알아맞히기” 놀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아이들이  제목을 자주 들을 수 있는 “읽어주기” 시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맞추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제공된 정보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책을 읽어줄 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물 단어가 나오거나 감정단어 등이 나오면 우리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단어를 살펴본 후에 반복적으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제목의 책이나, 특별히 관심 있어 하는 제목이 있는 책의 경우 실제로 흉내를 내본다거나 그림을 그려보는 등의 추가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독서 흥미를 높일 수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어도 되나요?”라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아이가 원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읽어주세요.”라고 답변드립니다. 오히려 그 책에서 나온 다양한 어휘 자극에 관계된 다른 언어와 경험으로 관심을 확장해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의 흥미와 관심은 배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집 흥돌이가 한글도 가르치지 않은 5세 여름, 태풍이 와서 창문을 꼭꼭 닫아두고 거실에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거실 창문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이야기하길래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평소 좋아해서 자주 읽어줬던 태풍과 관련된 동화책의 이야기를 몽땅 외워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관심을 보일 때 우리는 놓치지 않고 다음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흰 종이에 관심을 확장할 수 있는 책 제목을 적어주고 이 책을 찾아오라고 미션을 주고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아주 천천히 세는 숫자이지만 아이는 몰입한 상태로 종이에 적힌 글자 그림과 똑같은 책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책 제목을 발견하고는 정말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또한 만약 그 책의 제목을 정확하게 찾지 못하더라도 책장에 꽂혀만 있는 책이 아니라 직접 만지고 꺼내보고 넘겨보는 모든 책과의 시간은 아이들에게 책이 친숙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책과의 행복한 추억이 많다면,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유아 그림책 시리즈를 보면 똑같은 표지의 양장본 책에 제목만 다양하게 적힌 시리즈들이 있습니다. 저는 약 50권 정도가 되는 유아책  시리즈가 있었는데, 쓰윽 지나치면 모두 똑같은 책이라고 느낄 만큼 색상도 디자인도 비슷한 책들입니다. 그런데 돌이 막 지난 우리 흥순이에게 남편이 실수로(집중하지 않은 아빠 ㅋㅋ) 다른 제목으로 책 읽기를 시작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아빠가 말한 제목에 맞는 책을 찾아왔습니다. 너무 놀란 아빠는 설마 우연이겠지, 라는 생각으로 다른 제목을 이야기했는데 흥순이는 그림책 시리즈가 있는 전면책장에 가더니 한참을 둘러보고 정확히 그 책을 찾아왔습니다. 뒷이야기는 말씀 안 드려도 상상이 가시지요? 우리 집에 천재 있다고 난리가 났었더랬지요 ㅎㅎㅎ 

이후로 우리 흥순이는 하루에 최소 1시간, 때론 2~3시간까지 책 제목 맞히기 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책을 찾으러 가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지만 책을 찾아왔을 때 깜짝 놀라는 할머니, 아빠, 엄마의 표정을 보는 것이 재미가 있는지 “또! 또! 또!” 를 연발하며 제목을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정확하게 제목을 찾아온 책은 또한 재미있게 읽어주기의 보상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읽은 책들은 또 오늘의 책 돗자리가 되었고, 그 책을 정리할 때는 다시 돗자리에서 전면 책장으로 “책 제목 맞추기 놀이”를 하면서 책을 옮기곤 했습니다. 

물론 꼭 시리즈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아이에게 자주 읽어주었던 책들이라면 어떤 책이든 관계없습니다. 그리고 책을 보관하는 것부터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쉽게 찾아 꺼낼 수 있는 위치, 특히 전면책장 등을 통해서 우리 아이가 원하는 글자 그림을 언제든 보고 손쉽게 꺼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전면책장은 2~3개월 단위로 놀이를 진행하면서 충분히 활용된 책은 다시 책꽂이로 옮기고 새로운 시리즈를 전면책장으로 꽂아주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장난감이 생긴 것과 같이 매우 신나는 일이 될 거랍니다.

이렇게 책을 더 살펴보고 다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하기에 “책 제목 맞추기”는 책과의 시간을 조금 더 만들어주고 싶었던 부모의 마음이 잘 전달된, 우리 흥남매들에게는 최고의 놀이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실제 초등학교 입학 후 독후활동을 진행하면서 수업 현장에서는 <책 제목 바꾸기> 활동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일기를 쓸 때도 제목을 정하기 위해 아이들이 고민하는 것과 같이,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해 감상을 나눈 후에 책 제목 바꾸기 활동을 진행해보면 얼마나 우리 아이들이 주제 접근적 사고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왜 이런 이야기에 이 제목을 지었을까?’라는 고민은 우리 아이들의 어휘 감각, 요약하기, 주제 찾기 등 많은 부분에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자녀가 초등 이상의 친구들이라면 이처럼 “책 제목 바꾸기” 놀이를 해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아이들의 새로운 제목을 들었을 때 “그건 좀 안 어울리지 않아?” , “그게 이 책의 핵심 내용에 어울리는 거 같아??” , “이 책의 주제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등의 반응은 멈춰주세요. 놀이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거창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책 놀이 활동! 우리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환경에 맞게 함께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새해 모든 부모님의 새로운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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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김윤정
    1달전

    아이가 어렸을때 이런 흥미 있는 놀이로 자극을 주지 못했던것이 아쉽네요. 주변의 유아들에게 책 제목 맞히기 놀이를 꼭 추천해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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