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육아 스트레스로 화를 참지 못하시나요?


별 것 아닌 아이의 행동이 유독 저의 눈에 거슬리고 신경 쓰일 때가 있어요.
저도 모르게 지나치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게 되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해도 소용이 없어요.
어른 답게 아이를 가르치고 보듬어야 하는데,
이럴 땐, 제가 토라진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오늘의 사연

아이에게 다신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계속 화를 낸 적이 있나요?
별 것 아닌 일에 감정이 요동치고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 때가 있나요?

어쩌면, 그건 당신의 내면아이가 외치는 간절한 목소리일지도 모릅니다.

Talk 1. 내면아이야, 안녕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에 작고 여린 한 아이를 품고 삽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겉모습은 성장하고 성숙해지지만,
이 작은 아이는 자라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요.
어린 시절 가장 순수했던, 그리고 상처받았던 마음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요.

이 아이는 우리 마음 중에서도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있어서 웬만해선 눈에 잘 띄지 않아요. 평소에는 존재 자체를 알아차리기조차 쉽지 않지요.
그런데 우리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힘든 상태일 때, 혹은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아픈 상처가 건드려져 나도 모르게 예전의 기억이 떠오를 때, 예고 없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상담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아이’라고 부르는데요.

인간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의 아픔과 상처로 인한 또 다른 자아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지닌 내 안에 또 다른 나’를 내면아이라고 해요. 

내면아이를 만나게 되는 계기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내면아이를 만나는 경험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돌보아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여지는 성인 자아가 약해지면서 동시에 내면아이가 존재감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에 더하여 과거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경험했던 장면들을 이제는 양육자의 입장에서 반복하게 되면서 그때의 상처를 고스란히 지닌 내면아이가 고개를 내미는 것이지요. 

저의 내면아이가 처음으로 드러난 건, 첫째 아이가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습니다.

어린 아기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당시의 저의 일상은 ‘내게 엄마이기 이전의 삶이 있었나?’ 싶을 만큼 모든 것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먹는 것, 자는 것,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도 무엇 하나 제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요.

그렇지만 저는 아기를 위해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참고 버티며 힘든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Talk 2.
아이도 화나면 무서워요! 내면아이의 성질머리


언제부턴가 별 것 아닌 일로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한번은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던 중이었는데, 먹을 생각은 없고 장난만 치며 투레질하는 아이를 보고선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소리를 질렀어요. 먹기 싫으면 내놓으라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면서요. 깜짝 놀란 아이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태어난 지 겨우 6개월 된 아기가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불같이 화를 쏟아내는 엄마를 보며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날 밤, 잠든 아이 곁에 누워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아냈는지 모릅니다.
그때의 감정은 미안함과 죄책감,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마구 뒤엉켜 있었어요.
아이는 너무나 당연한 행동을 한 거였는데, 심지어 아동발달을 공부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그렇게 화를 쏟아낼 수 있는지 엄청난 자책과 후회가 밀려들었어요. 그리고 절대로, 다시는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다짐이 무색하게도, 이성의 끈을 놓은 것처럼 화와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한동안 잠잠한 것 같다가도 또 나타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밥을 먹일 때에는 물론이고 등원을 준비하다가도, 목욕을 하고 옷을 입히다가도, 잠자리에 함께 누워서도 화는 불쑥 튀어나왔어요.
그리고 그 순간을 넘기고 나면, 다시 또 후회하고 반성하다가 다짐하는 것으로 저의 잘못을 줄이려고 했고요.

이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를 내 본 적이 없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침착하고 이성적인 성격을 유지하던 저였기에, 이런 모습은 그 누구보다 저 자신에게 너무나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오는 무력감 역시 저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고요.
더군다나 너무나 작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인 내 아이에게 이처럼 가혹한 시간을 견디게 한다는 사실은 스스로도 용납하기 어려운 잘못된 행동이었지요.

Talk 3. 내면아이와 마주하는 시간


어느 순간,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반성하고 후회하다가 다짐하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보일 때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그 행동 이면에 숨어있는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오로지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에만 집중하면, 당장은 문제행동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튀어나오거든요. 아이들을 가르치며 익힌 원리를 저 자신에게도 적용한 것이지요.

우선, 나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종이에 적어 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하는 상황이었고 화가 올라오기 전 감정은 어땠는지, 화를 내게 된 결정적 포인트는 무엇이었는지, 화를 내고 난 후 아이의 반응은 어땠고 나의 감정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최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 내려갔어요. 

사실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이성적 사고는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용을 적어보려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더라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의 감정을 잘 모르겠다’라고 그냥 솔직하게 적어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적어내기를 반복할수록 더 많은 기억과 감정이 떠올랐고, 구체적인 기록이 쌓이다 보니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제 수고와 노력이 아이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이러한 행동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그 사람의 노력을 알아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저의 어른 자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내면아이는 그저 ‘나의 노력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 ‘너무 잘했다고,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만을 지녔을 뿐이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만든 이유식을 잘 먹는 아이를 보면 저의 노력이 인정받는 기분이 드는 반면,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알아주지도 않는데 괜히 혼자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느끼는 거죠. 그럴 때면 내면아이가 불쑥 튀어나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고요.

이 분노 속에는 ‘아이를 돌보느라 뒷전이 된 저를 보살펴 주세요. 더 많이 다독여주고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라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Talk 4. 내면아이도 리추얼이 필요해


내면아이의 존재를 알고 난 후 저의 행동 패턴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아이를 향해 분노하는 나의 내면아이를 드러내며 부모답지 못한 모습을 보인 후 반성과 후회, 그리고 다짐으로 끝났다면, 이제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때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했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아이가 잠든 밤이면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내느라 애쓴 저 자신을 위로하며 토닥여 주기도 하고요.

나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일이 결국은 나 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육아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하지요. ‘부모의 성장’에 있어서는 양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온전히 성장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 내면아이를 성장시키는 것 역시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아이 역시 건강한 내면아이를 지닌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우리의 육아 여정에서 살펴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여러분 안에 있는 내면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보세요. 다른 사람이 챙겨주지 않는다고 해도, 여러분 스스로 자신의 내면아이를 살피고 돌볼 수 있습니다. 내면아이가 안정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어야만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고, 우리의 마음이 편안할 때 비로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우며 아이에게 전하는 말이 다정해진답니다.

엄마를 위한 생활 처방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은
‘오롯이 나를 위한 일’ 한 가지를 해 보세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 마시기, 영화 보러 가기,
친구들과 수다떨기 등 무엇이든 좋아요.

주말 중 반나절 정도는
‘자유부인의 시간’으로 미리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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