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나온 지 벌써 12일째, 이쯤 되자 느리게만 흘러가는 것 같던 시간이 빨라지는 듯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 서북쪽으로 3~4시간 거리에 있는 벨기에.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 중심에 있는 호텔에서 1박 2일을 머무르기로 했는데, 벨기에 초입부터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빌딩 사이로 스타일리쉬한 직장인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벨기에는 예정된 여행지가 아니었기에 아이랑 벨기에 여행을 하기 전날, 벨기에라는 나라의 정보를 함께 볼 책은 없었지만, 우리에겐 정보의 바다,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에서 벨기에 관련 영상을 보는데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이 아이랑 보기에 제격이었다.

아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가면 보러 간다는 오줌싸개 동상을 보더니 포즈를 따라 하기도, 이런 음식을 꼭 먹어보자면서 새끼손가락 마주 걸고 “꼭꼭 약속해”를 몇 번이나 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 입성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

유럽 그 자체, 브뤼셀 광장

그랑플라스 광장으로 가는 길 입구, 유럽스럽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그랑플라스광장 거리에서, 브뤼셀을 담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브뤼셀 중심가 근교에 있는 호텔 덕분에 첫날은 동네를 탐방하는 느낌으로 다녔다.

벨기에 그랑플라스광장 카펫축제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마침 방문했던 시기에 브뤼셀 광장에 초대형 카펫 스타일의 조경이 바닥에 가득했고, 코로나로 3년간 못 하다가 이제 오픈했다고 한다.

브뤼셀광장이 주는 풍경은 한마디로 유럽 전체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밤에 보는 그랑플라스광장 플라워 카펫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게다가 어디를 가나 거리 곳곳에 달콤한 와플 냄새가 나는데… 이건 또 참을 수 없지!

건너건너 와플가게가 참 많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그 중 아들의 선택은, Strawberry & Nutella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딸기 바나나 와플에 누텔라를 가득 뿌려진 첫 와플을 만들어주셨다.
다만 너무 너무 달아서 한입 먹고 점점 느끼해지는데 양은 많이 남아서 더 이상 와플을 사지 않았다.

만약 벨기에에 간다면 와플은 다른 토핑 많이 넣지 말고 꼭 플레인이라고 적힌 것을 사먹길 추천한다.

세계 유산 중 하나인 브뤼셀 ‘그랑플라스 광장’에서 엄마와 아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그래도 아이는 이 달콤한 도시가 너무 좋았는지 차 없는 거리마다 사람이 많아도 싫은 내색 한번 없었다. 

광장을 중심으로 노천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았는데 수많은 야외테이블 중에 LEON이라는 맛집 맞은편으로 자리를 잡았다.

노천레스토랑이 즐비한 브뤼셀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벨기에 가면 먹어봐야 할 ‘갈릭홍합찜!’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벨기에만 있는 ‘체리 맥주!’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홍합요리가 유독 많았고 유명하다는 브뤼셀, 마늘이 들어간 홍합찜을 시켰고 같이 곁들이는 메뉴로 스모크 랍스타 스프와 해산물 요리, 빠에야와 벨기에 특산품인 체리 비어까지 시켰는데 모든 메뉴가 맛있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보니 무얼 먹어도 맛있었겠지만, 특히 아이는 랍스타 스프 맛에 푹 빠져서 그릇까지 핥아먹을 기세였다. 


✈️

이불 속 수다는 즐거워

거리 곳곳이 예술작품인 브뤼셀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무지개 횡단보도, 예술의 도시 브뤼셀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든든히 배를 채우고 골목 구석구석을 탐방하면서 유튜브에서 본 벨기에 특유의 벽화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고, 거리마다 기념품이며 초콜릿이며 먹을거리가 한가득이다 보니 아이가 자꾸 “엄마~~나 이거~~”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아이와 여행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것을 보면 갖고 싶고 사달라고 조르는 상황이 뻔히 보이기에 미리 아이가 생각한 착한 일을 3가지 이상 수행했을 때 2유로를 저축할 수 있도록 약속했었다.

물론, 단순히 물질적 보상을 해주는 건 나도 원하지 않은 방향이지만 아이가 스스로가 생각한 착한 일들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가 어떤 일이 즐거웠고 속상했는지도 알 수 있고, 잠자리 들기 전 모자간의 수다 타임으로 서로를 알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되었다.

간혹 아이는 착한 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엄마가 듣기에 과연 이 일이 옳은지 아닌지 논쟁이 될 때도 있었다. 아이도 나름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를 잘 들어준 후 공감을 해주고 잘잘못을 설명해 주는 과정을 거쳐 갔다.

처음엔 매일 밤 2유로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집중하던 아이가 점차 엄마와의 진솔한 수다 타임을 즐기게 되었고, 너무 졸린 날도 이야기는 꼭 하고 자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항상 그림책으로 생각을 물었던 날들이 지금은 하루를 되새기며 서로 생각을 묻고 나누는 모습에서 아이도 나도 또 한 뼘씩 성장했음을 느꼈다.


✈️

개구쟁이 스머프의 고향

벨기에 갔을 때도 그랬다.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픈데 그럴 때마다 삼촌 등에 업혀있는 동생을 너무 부러워했다.
계속 업어달라고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를 종종 안아주기도 했으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그래서 꾀를 낸 게 있다면, 차도가 아닌 넓은 길에서는 아이랑 달리기 시합을 하기도 하고, 걸음걸이에 박자를 더해서 재미있게 걸어보려고 하기도 했다.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시합이었지만, 그 덕분에 많이 걷는 날도 놀며 쉬며 구경하며 보냈다.

스머프의 나라 벨기에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가다 보니 문구점 같은 곳에 귀여운 스머프가 많이 있었다!

벨기에 출발 전 스머프도 미리 보여줬었는데, 아이는 이미 등장인물까지 파악하고 파파 스머프가 누구인지 가가멜이 누구인지 먼저 얘기해주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벨기에 상징이 되어버린 오줌싸개 동상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오줌싸개 동상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 작은 동상 앞에 재치 있게 만들어진 동상을 보고 진짜 있다고 신기해하는 아이의 반응에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금 느꼈다.

해가 긴 유럽의 여름은 대부분 밤 9시 반은 되어야 어둑어둑해진다.

그날 밤 광장에서 레이저 쇼를 보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많은 인파 속에서 아이 손을 꼭 잡고, 혹시 모를 소매치기도 대비하여 짐을 꽁꽁 싸매기도 했다.

그리고 시작된 쇼는 멋진 유럽풍 건축물로 둘러싸여 각양각색의 불빛들로 화려함을 더했다.

아이를 높은 곳에 앉힌 후 꽉 껴안고 보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I’m from Korea! 하자마자 한국에 관한 이야기들을 마구 꺼내는 아주머님과 한국의 기생충 영화도 보았고 한국 전통문화가 너무 멋지다고 극찬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해외에서 만난 육아 동지, 브라질 아주머니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나는 아주 유창한 영어는 아니지만 단어를 어떻게든 조합해가며 말했고, 서로의 이름도 묻고 하다 보니 이분은 벨기에에 2년 정도 살고 있고 아이가 3명 있는 브라질 아주머님이었다.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쇼를 보며 졸려 하는 아들을 데리고 후다닥 호텔로 돌아가야 했다.

여기서 잠들면 꽤 많은 거리를 업고가야했으니..! 20키로 남짓한 아이 손을 잡고 숙소까지 가는데 잠 깨우려고 별 얘기를 다 했다.

지금 그 브라질 아주머님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곤 한다.

오지라퍼 기질이 많은 나는 사실, 더 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나 또한 이제는 아줌마이고 챙겨야 할 아이와 함께 여행 중이다 보니 내 의지와는 다르게 제약이 더 많았다.


✈️

유럽의 성당에서 시작된 탐정 놀이

브뤼셀에 있는 성당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을 뜬 우리는 근처 성당에 걸어 다녀와 보기로 한다.

유럽 어느 곳을 가도 성당은 많고, 안의 내부도 볼 수 있으며 누구나 방문해서 기도하고 갈 수 있기에 각 도시의 성당들을 아이랑 꼭 와보고 싶었다.

아이는 성당의 조각상들을 보며 다양한 질문을 하였고, 켜진 초들을 보고 우리도 봉헌 후 초를 켜려고 했으나 내 가방에서 지갑만 쏙 빠져있는 걸 알게 되었다!!

“어머 왜 지갑이 없지??” 하는 나의 말에 나보다 더 놀란 아들!

아이랑 지금부터는 탐정 놀이가 시작되었다.

왔던 길도 가보고 돌이켜 생각해보는데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설마 소매치기에 당한 건 아닐 거라고, 숙소에 있을 거라고 아이한테 안심시켜주며 돌아왔다.

정말 다행히도 체크아웃하려고 싸놓은 짐, 배낭에 있었고, 찾고 나니 안심하는 아이 모습에 그제야 나도 한시름 놓았다.

언제, 어떤 일이 예기치 못하게 생길 수 있는 이 모든 일을 겪고 있는 지금, 혼자가 아닌 아이랑 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힘들고 행복하고 힘들지만 감사했다.


🛬

평화로운 브뤼헤

체크아웃 후 1시간 정도 떨어진 벨기에 3대 여행 도시 중 서쪽 바다에 인접한 브뤼헤에 갔다.

휴양도시 느낌이 가득한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로운 분위기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우리가 찾아간 브뤼헤의 중심지에 있던 태국 식당은 정말 맛있었다.

내부도 태국식으로 깔끔했고, 들어가서 사왔디캅!하고 인사하는 나를 보고, 바로 따라서 인사하는 아이의 모습에 가게 주인들이 너무 예뻐해 주었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브뤼헤에서 기다란 배를 타고 건물과 연결된 수로를 통해 선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관광할 수 있었는데, 사람도 많고,너무 더운 날씨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해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가 평소보다 두 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타기에 선장님은 영어로 할지 프랑스어로 할지 독일어로 할지 처음에 선호도 조사를 하셨다. 영어를 선호하는 비중이 컸고, 센스있는 선장님은 중간중간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같이 얘기해주시기도 했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사랑스럽고 예쁜 내 아이지만, 아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도중 제어가 안 돼서 힘든 순간이 있다.

배를 탈 때도 이 모든 걸 듣고 경험하는 순간에도 아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배 밑에 물을 만지고 싶어서 난리였다.

궁금한 건 뭐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라서 하지 말라고 할 때가 많았지만, 여행할수록 자기조절능력을 키워갔던 것 같다.

그리고는 꼭 자기 전 나와 둘이 있을 때 듣고 보고 경험한 것들을 조잘조잘 얘기할 때 ‘아 아이가 관심 없어 보여도 다 듣고 있고 보고 있었구나!’ 하고 느낄 때가 많다.

엄마들은 안다. 내 아이가 무얼 하고 싶어 하는지… 그렇지만 그 순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하고 싶어 하는 걸 하지 못하게 막을 때가 많다.

정말 위험한 일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단호히 안된다고 제지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제어를 할 땐 왜 그런지 합당한 이유와 함께 아이가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이해하는 뉘앙스로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합리적인 이해를 한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강가 옆에서는 골동품 등을 파는 플리마켓이 진행되었는데, 물건을 사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이우미, 맘블리 앰버서더

의외의 골동품, 포켓몬 카드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한창 포켓몬 캐릭터를 좋아할 시기라 아이는 역시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그간 모은 용돈 중 일부를 포켓몬 카드를 사는 데 사용했다.

많이 살 줄 알았지만 자기가 모은 돈이라 허투루 쓸 수 없는 걸 아는 지 딱 2장만 사겠다고 하는 아이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브뤼헤는 정말 더없이 평화롭고 아늑한 도시였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브뤼헤를 벗어나 브뤼셀을 지나 다시 독일로 가는 길, 1박 2일 여행이 이토록 여유로운 2박 3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 아이와 유럽 여행 갈 때 알아두세요!

여행 일정 계획은 아이와 함께.

미리 알아보고 최소한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을 한두 가지라도 정하고 가게 되면 아이도 일정에 맞추어 원하던 것들이 지켜진다는 것에 여행의 참 묘미를 알게 될 것이다. 

한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원하는 것들이 온전히 지켜질 것처럼 이야기하기보다 여행이라는 건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음을 꼭 알려줘야 한다. 너무 큰 기대는 너무 큰 실망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유럽은 따뜻한 커피를 마셔요.

유럽 대부분 커피는 따뜻하게 먹는 문화다 보니 아이스커피를 팔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벅스 체인점이 들어오면서 아이스커피나 카라멜마끼아또 등 메뉴가 생겨났지만, 그곳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도 불볕더위에 여행 내내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커피가 그리웠다.

한식이 생각날 땐 동남아 식당도 OK

여행 중엔 한식을 추구하는 우리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빵이나 양식으로만 먹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지만, 이럴 때 google map에 ‘Pho’라고 검색하여 태국식이나 베트남식 식당이 없는지 찾는다.

소고기 쌀국수는 아이들도 먹을 수 있고, 보통은 이런 식당에 볶음밥 같은 메뉴도 있으므로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유럽에서 한두 번은 동남아 식당에 가길 추천한다.

만약 한식 가게가 있다면 고민하지 않고 갔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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