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행과 현실 사이, 캠핑의 맛

우리 가족의 첫 캠핑은 2018년 가을, 첫째가 32개월, 둘째가 8개월 때였다.
사실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떠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연 가까이에서 나고 자라 자연과 친하고,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은 캠핑 갔을 때
좋은 점을 계속 얘기했다.
“가면 내가 텐트도 치고 불도 피우고 다 할게. 당신은 가서 푹 쉬기만 해.”라는 말과 함께.
그래도 크게 와 닿지 않았다. 캠핑을 가본적이 없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내가 캠핑을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다들 놀란다.
“의외네요, 여행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럼 나는 얘기한다.
나도 여행은 좋아하는데, 그저 캠핑보다는 편의시설이나 숙소가 잘 갖춰진 리조트나 호텔여행을 더 좋아한다고.

아무튼, 그렇게 남편의 얘기를 몇 번이나 더 듣고 나서야 ‘나도 한번쯤은 같이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Talk 1. 캠핑, 가면 고생만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캠핑 가려면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지 않아?”
잠시간 캠핑 갈 생각을 해 본 그 찰나를 남편은 놓치지 않았고, 나에게 첫 캠핑지의 선택권을 준다며 캠핑 카페를 알려주었다. 가입해서 캠핑에 대한 정보를 찾는 중에도
마음 한 켠에서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정신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캠핑은 커녕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가기 힘든데, ‘우리가 정말 캠핑을 갈 수 있나.’하는 의심이 자꾸만 들었다.

고르고 고른 캠핑장

우리 가족의 첫 캠핑지는 포천에 있는 캠프운악으로 정했다. 캠프카페를 돌아다니던 중 ‘오토 캠퍼들의 성지, 5성급 캠핑장’이란 단어가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에서 운영하는 큰 규모의 캠핑장이어서 시설이나 관리가 잘 되어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캠프운악 자리배치도> 편의시설이 가깝고 경사가 없는 평지로 된 A구역 (출처: 캠프운악 홈페이지)

캠프운악 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이 가능한 자리 중에 화장실, 개수대 같은 편의시설이 제일 가까운 곳부터 확인했다. 캠핑장의 풍경이나 뷰 같은 건 생각하지도 못했고, 아이들과 함께하다가 생길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좋을 것 같은 편의시설이 제일 가까운 곳 위주로 사이트를 찾아 예약했다.

Talk 2. 캠핑 = 짐 한보따리 + 걱정 한보따리


캠핑 당일, 짐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내 생각보다 더 엄청났다.
아이와 함께하는 외출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평소에도 그런데 캠핑은 오죽할까.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짐을 챙겼는데도 신랑과 함께 몇 번이고 집과 주차장을 오가며 트렁크에 짐을 한가득 쌓은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신랑이 야심차게 준비한 루프박스와
간만에 실력발휘한 짐 테트리스

드디어 만난 캠프운악

도착해서 자리를 확인하고 사이트 바로 옆 주차장에 주차 후 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신랑은 무거운 짐 위주로, 나는 가벼운 짐 위주로. 신랑이 무겁고 부피가 큰 텐트와 에어매트 위주로 설치하면, 나는 가볍고 작은 캠핑용품들을 배치하고 먹거리를 준비했다.
서로 그렇게 하자 미리 얘기한 건 아니었지만 부부는 부부인지 자연스럽게 역할분담이 되었다.

A구역은 주차장이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주차하고 짐을 옮기는 것이 편했다.

우리 자리에 어느 정도 짐을 옮기고 나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캠핑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아이들이다.

텐트와 장비들을 피칭하는 게 처음이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가늠이 안되는데, 우리가 피칭하는 동안 아이들은 어쩌지. 신랑에게 부탁하고 내가 아이들을 돌볼까,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차라리 둘이서 빨리 셋팅을 끝내 놓고 아이들을 같이 돌보는게 낫지 않을까.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 캠핑을 오기 전에도, 도착한 후에도.

다행히, 둘째는 8개월이라 유모차에서 낮잠을 한번 재울 수 있었는데, 혼자 남은 첫째가 너무 심심해 하지는 않을까? 혹시 혼자 돌아다니다가 다치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도 되었다.

Talk 3. 캠핑가면 아이들은 뭐하고 놀죠?


A구역 앞쪽 길에는 양쪽으로 큰 은행나무가 많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주위를 보는데, 바닥에 은행잎이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첫째한테 마음에 드는 예쁜 낙엽을 주워보라고 했다.

첫 캠핑, 첫 자연물 수확
은행잎을 주워 와서 예쁜 모양의 은행잎이라고 보여주고, 예쁜 노랑색이라며 보여주던 아이의 해맑은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생각해도 첫 캠핑 하면, 노란색 은행잎과 첫째의 얼굴이 떠오르니 말이다.

나뭇잎만 가지고도 잘 노는 아이는 캠핑장에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해서 논다.
특히, 캠프운악(E구역 앞)에는 다양한 사이즈의 트램폴린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Talk 4. 캠핑의 꽃


마침내 집이 완성됐다. 배치가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장비 세팅도 모두 완료.
캠핑을 처음 와본 아이는 텐트가 신기한지 그 안으로 들어가 보기도 하고, 의자에도 앉아보고 옆에서 재잘거렸다.

캠핑이 뭔지, 아직은 잘 모를테지만 밖에 나와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은가 보다.
어찌 보면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보다 아이가 더 캠핑을 잘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났다.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바베큐&캠프파이어 시간!

신랑이 전부터 자기는 불 피우는 건 자신 있다고 말했는데, 말처럼 정말 금방 불이 붙었다. 장작불에 구워 먹은 첫 삼겹살은 평소에 맛볼 수 없던 숯 향 가득 베인 고기 맛이었고 거기에 시원한 맥주는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아이들과 처음으로 장작 타는 냄새와 장작 타는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캠핑장에도 밤이 찾아왔다.

아이들을 재우고 첫 불멍도 해보고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바라보면서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타닥타닥 장작타는 소리를 안주삼아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별 거 아닌 일들로 신랑과 두런두런 대화도 나누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육퇴 후에 먹는 치맥보다 훨씬 맛있고 캠핑장의 소리와,
냄새, 온도 등 그 때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Talk 5. 캠핑장에도 둥근 해가 떴습니다.


다음날, 아침을 알리는 핸드폰 알람 소리가 아닌 짹짹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캠핑장의 아침은 유독 빨리 오는 것 같다.
텐트가 하얀색이었는데 빛이 바로 들어와서 새벽녘인데도 텐트안이 대낮같이 밝았다.

밤사이 가장 걱정했던 아이들은 한번도 깨지 않고 너무나 잘 자고 일어났다.
사실 밤의 여유도 잠시, 막상 자려고 텐트에 누우니 야외에서 잠을 자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 추워서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까 낯선 환경이라 새벽에 깨서 울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걱정을 했더랬다.

야외에서는 라면이 제일이지

첫 야외 취침이라 온몸이 맞은 것처럼 아팠지만 아침에 일어나 텐트를 열고 나가는 순간 콧속으로 들어오는 아침공기는 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침에 끓여 먹은 라면 맛은, 이제까지 먹어본 라면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들 이 맛에 캠핑에 오는 구나 싶었던 순간이다.

Talk 6. 캠핑은 맛있다.


4년 가까이 캠핑을 하면서 캠핑에 첫발을 잘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신랑의 권유에도 엄청 반대했다.
하나도 아니고 애 둘을 데리고 가서 왜 사서 고생 하려는 거냐고 얘기 하던 나였다.
그런데 이제는 힘들고 고생스러워도 캠핑 가고 싶다고, 가자고 먼저 이야기한다.

엄마도 힐링이 필요해

두 아이를 케어하며,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다가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육아로부터 탈출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인데도.


그렇게 1박 혹은 2박을 다녀오고 나면 사실 진짜 힘들다.
계속 다니다 보면 아이들도 자라고, 요령이 생겨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전혀 아니었다.

그래도 육아에 지친 일상을 자연속에서 환기하는 것만으로, 캠핑장을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또 가고 싶어지는 캠핑만의 매력이 있더라.

지금은 신랑보다 내가 캠핑을 더 좋아한다. 가족 캠핑을 계획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캠핑장을 검색하여 놀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이제는 내 담당이다.

캠핑을 다녀오면 비록 몸은 힘들지만
정신은 더 맑아지고 또 다음 캠핑날을 기대하며 일상을 열심히 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캠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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