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미술에 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문외한 엄마다.

아주 어릴 적부터 그림에 대한 동경이 있어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집안 여건이 현실적으로 받쳐주지 않았었고,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사람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나의 부모님은 단 한 번도 나를 데리고 미술관에 가본 적이 없다.
내 기억으론 학교에서도 소풍이나 체험학습으로 미술관을 가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 때문일까, 이렇게 예술에 대한 연결고리가 딱히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를 낳기 전부터 내 아이가 일상에서 예술이 항상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왔다.

예술이란 것이 그림뿐만 아니라 노래나 춤 등 다양한 종목과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그게 무엇이든 간에 개인이 가진 내면의 욕구나 생각을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해내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창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과 그림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엄마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제니의 일상에도 자연스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천천히 녹아드는 것 같다.

예술을 어렵지 않게 느꼈으면 좋겠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 제니와 미술관 데이트를 즐겨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제일 애정하는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Talk 1. 제주 축소판, 왈종미술관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왈종미술관은 제주를 아주 예쁘게 축소해서 그림 한 점으로 눈에 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작품들로 채워진 미술관이다.

미술관 자체도 아담하거니와 건물 자체도 예쁘다.

제니는 15개월에 아빠와 미술관 데이트를 하면서 한 번 다녀오고, 27개월 되던 때 무려 1년만에 다시 나와 다녀왔다.

닉이 별로 볼 게 없다고 했었던 기억에 딱히 가 볼 생각을 못 했다가 같이 다녀와 보니 무슨 저런 막말을 했을까 싶었을 정도로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

미술에 딱히 관심 없는 아빠가 느끼는 것과 미술을 사랑하는 엄마가 느끼는 것은 주관적이라 이렇게 몹시 다를 수 있다.

미술관 입구 우측에 조그마한 정원도 마련되어 있어 아이에게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키워줄 수 있을뿐더러, 문 열고 들어서자마자 아주 예쁜 소리를 가진 종이 울려 미학적 감성을 깨워주는 곳이었다.

유모차가 있더라도 엘리베이터로 3층까지 편하게 다닐 수 있고, 2층에 들어서면 눈길을 끄는 미디어아트와 함께 서귀포 바다와 야자수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다.

미술관에서 내다보는 창밖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야말로 뷰맛집이 따로 없다.

의자도 여러 개 준비해 주시는 배려 덕분에 한참 그곳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쉴 수도 있고, 미디어아트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제니도 그곳에 앉아 제법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관람하러 온 사람들을 한참 관찰하기도 하고 미디어아트를 여러 번 보기도 하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며 좋아하기도 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도예나 목조각 등의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는데 규모나 가짓수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 하나하나마다 제주를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이 미술관에서는 그동안 여행하면서 또는 살면서 내가 보아온 제주의 여러 아름다운 모습들을 나 대신 누군가가 액자 안에 어여쁘게 잘 담아 작품으로 승화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이 미술관이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청소년 관람 불가 존이 있다는 거다.

처음엔 너무 의아해서 도대체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성에 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서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이 언급하지 않을테니 직접 가서 눈으로 보시라. 

제니는 이 미술관을 매우 편하게 생각하고 좋아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3층에 있는 명상실 때문이었다.

명상을 16년째 접하고 오래도록 수행해 온 나로서는 미술관에 있는 명상실이 몹시 반가웠고, 명상실 옆에 바로 작업실이 있는 걸 보아 명상을 하시면서 작품을 그리셨을 모습을 상상하니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부터 해보고 싶던 그림그리기가 당장 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명상실에서 바라보는 작은 창밖의 경치 역시 아름다웠고,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고요한 공간이라는 것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온 집안 전체가 침실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완전한 아이 놀이방이 되어버린 작은 방을 언젠가는 나를 위한 곳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니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우리는 한참을 그곳에 머물러 쉬었다.

작업실에서 연결된 야외로 나가면 끝내주는 오션뷰를 만날 수 있고, 다른 야외 입구로 들어서면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도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갔던 때는 8월이라 몹시 뜨거운 여름날이어서 옥상에서 오랜 시간 있지는 못했는데, 세상 힙한 옥상을 볼 수 있으니 꼭 옥상까지 올라가 보길 추천한다.

친절하게도 7세 이하 무료입장이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는 아트숍과 미술관 왼편에 카페도 마련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Talk 2. 우리 아이의 실내 놀이터, 기당미술관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제니를 데리고 제일 자주 찾는 미술관이 기당미술관이다.
일단 동네에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고,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아이와 함께 보기에는 크지 않아 딱 좋고 기획전시나 특별전시가 주기적으로 자주 바뀌기에 다양한 작품들을 접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가기에 안성맞춤인 이유는 미술관 안에 있는 아트라운지가 아주 센스 있기 때문이다.

실내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원목으로 된 큰 놀이집이 있다.
미끄럼틀도 타고 주방 놀이, 계산대 마트 놀이 등을 할 수 있다.

내가 가장 훌륭하다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미술관에서 그림 놀이를 맘껏 할 수 있도록 준비 해두었다는 점이다.

종이와 색연필 및 크레파스뿐만 아니라 이젤까지 넉넉히 준비되어 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당연히 이곳을 좋아할 수밖에 없고, 그림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을 그려보고 싶게끔 동기부여를 만들어줄 환경을 갖추었다.

게다가 마치 도서관에 온 것처럼 다양한 그림 관련 책들도 준비되어 있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편히 앉아서 책도 마음껏 볼 수도 있다.

이 아트라운지는 뻥 뚫린 커다란 창을 통해 한라산을 기가 막히게 볼 수 있다는 어느 카페가 부럽지 않을 만큼의 숨겨진 경치 맛집이라는 게 정말 강추하고 싶다.

제니는 이 기당미술관을 자주 다녀서 미술관에 대한 지루함이나 거부감이 없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든 “오늘 미술관 가서 놀까?”라고 했을 때 제니가 신나게 “미술관 가자!”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미술관이다.

요 며칠 전에도 다녀왔고 미술관 특성상 왁자지껄 떠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참을 시간 보내며 즐겁게 놀고 올 수 있기에 제니에게는 어느 키즈카페가 부럽지 않은 실내 놀이터다.

바로 왼편에 삼매봉 도서관과 맞은편에 서귀포 예술의 전당이 있어서, 미술관에 이어 도서관도 갈 수 있고, 예술의 전당에서도 전시를 자주하므로 또 다른 전시 관람이나 공연 관람 등으로도 이어져 외출 한 번에 여러 코스 도장 깨기도 가능한 위치라 엄마들끼리 아이 데리고 만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꼭 한번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Talk 3. 제주도립미술관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의 미술관을 언급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입구에 커다란 거울 연못부터 시선을 확 끄는데, 전시 외에도 다양한 야외 공연이나 행사를 통해 여러 번 다녀와서 우리에게 제법 친숙한 곳이다.

워낙 규모가 있는 좋은 전시를 하고 있어서 종종 방문하는데, 전시 자체도 아이와 함께 관람하기에 좋지만,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림책오름’이라는 어린이 책 미술관 때문이다.

닉이 다른 볼일을 보느라 잠깐 시간이 남아서 제니와 산책 겸 전시를 보려고 미술관에 갔었는데, 전시는커녕 이곳에서만 계속 놀다가 돌아온 날이 있었다.

실제로 책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좀 아쉽고, 같은 시간대에 단 두 팀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작다.

대신 영유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난감이 굉장히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고 아주 아기자기하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나는 이 공간이 놀이방에 가깝다고 느꼈는데, 블록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등등 가짓수가 제법 많다. 사전 예약을 해두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사전 예약을 하지 못했더라도 예약자가 없는 경우 당일 미술관 입구에서 현장 예약 및 접수를 할 수 있어서 이용에 큰 어려움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두 팀만 이용할 수 있고, 회차마다 약 두 시간 미만의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이용 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지만 나와 제니도 현장 접수로 이용했다. 그리고 심지어 무료다.

도립미술관 입장료를 끊지 않고 이곳만 별도로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 미술관이 6세 이하는 관람료 면제라 금액 자체가 부담이 없지만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있는 편이다 보니 아이와 천천히 관람하다 보면 아이가 쉬고 싶어 할 수도 있고 지루해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아주 유용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바로 왼편에 카페가 있어서 아이가 혼자 놀 수 있거나 아빠와 단둘이 놀 수 있도록 한다면 잠깐이나마 엄마가 편히 쉴 수도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도 역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특히 여름방학 프로그램이나 어린이미술학교 등은 최소 7세 이상이 대상이라 제니에겐 해당 사항이 없어서 때가 될 때까지 한참 기다리는 중이다.

초등학교 전후로 큰 아이가 있다면 교육 프로그램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다.

미술관 속 영화관을 달마다 한 번씩 운영하는데, 꽤 유명한 작품들을 낮에 상영하니 혹시 일정이 맞는다면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여유를 느껴보길 추천한다.

나도 조만간 둘째 모유 수유 시간만 아니라면, 도전해보려고 한다.

우리 미술관에서 애들 놔두고 영화 보는 사치도 한번 느껴보자고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Talk 4. 제주를 느낄 수 있는 제주현대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은 그야말로 여기가 제주구나 하고 느끼게끔 해주는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입구에서 반기는 키 높은 야자수부터 미술관 입구까지 걸어가는 길에서 내 몸과 마음이 지금, 이 순간 제주에 속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최근 김보희 작가의 ‘The Days’ 전시로 또 한 번 열풍적인 인기를 휩쓸고 갔는데, 나 역시도 제니를 데리고 이 전시를 보기 위해 방문했었다.

이미 제니는 닉과 한번 다녀왔었고 아주 좋아했는데, 그날은 시간이 부족해서 공공수장고 아트미디어까지는 보지 못하고 와서 아쉬웠다고 했다.

그래서 뱃속에 둘째를 위한 태교 겸 나도 동행해서 함께 다녀왔는데, 출산 전에 다녀오길 얼마나 잘했냐며 지금까지도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미술관이다.

일단 본관과 분관 그리고 공공수장고까지 건물이 나누어져 있어 규모 부분에서 다른 미술관에 비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분관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고 작은 전시관인 데다 작품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과감히 패스해도 괜찮다.
최근 전시는 ‘제주 비엔날레(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하는 국제 미술 행사)’에 맞추어 새롭게 바뀌었고, 공공수장고에서는 김보희 작가의 미디어아트 전시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곳을 추천하는 건 단연 공공수장고의 미디어아트 때문인데, 정말 아름답고 황홀하다.
작품 자체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도 가득하고, 출구쪽에 포토존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를 할 수 있는 작은 종이와 싸인펜도 준비되어 있다.

제니가 처음 보는 미디어아트라서 혹여나 무서워하거나 싫어하면 어쩌지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었는데, 주제 자체가 제주의 자연이다 보니 제니가 무척 흥미로워했고 개, 나비, 새 등 동식물이 등장해 오히려 더 호기심을 가지고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술관과 별도 입장을 하니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면 공공수장고 만이라도 들려보길 추천한다.
또한 정해진 시간에 회차마다 25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니 사전에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단, 너무 어린 아기에게는 미디어아트가 지나친 자극이 될 수 있으니 24개월 미만은 개인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실제로 나는 제니와 미술관을 다니면서 24개월까지 미디어아트는 전부 패스하면서 관람했다.

제주에서 이미 유명한 빛의 벙커의 미디어아트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빛의 벙커 입장료가 워낙 비싼 편이고 그에 비해 대략 1/10의 가격으로 공공수장고에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에서 아주 높은 가성비가 나온다.

또 규모로도 빛의 벙커는 캄캄한 전시관을 계속 이동하며 다녀야 해서 아이들이 무서워할 수 있지만, 여기는 딱 한 곳에 머물러 바닥부터 시작해 천장까지 모든 면을 관람하고 나오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들어가도 이동할 일이 딱히 없어 편리하다. 

특히 야외정원이 잘 되어있어 아이와 산책하기에도 좋고 작은 연못도 있고 카페도 있다.

어린이 조각공원이라고 야외정원에 나가보면 신종생물이라고 조각상이 있는데, 이건 기대보다는 좀 기괴스러운 부분이 없지않다. 

제니는 여기 조각을 무서워하고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아해서 막 추천은 못하겠지만 작품 의도대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한번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다.

무엇보다 우리는 시간이 여유로워서, 제니는 뜨거운 여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수장고 앞에 너른 광장을 포함하여 미술관 분관 앞에 정자가 있는 정원이나 미술관 본관 뒤편에 가면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숲속에서 실컷 자연을 만끽하며 뛰놀았다.

다만 아이가 많이 어려서 유모차를 끌고 다녀야 한다면 건물 간 이동이 제법 거리가 되어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기를 바란다.

추가로 미술관 일대가 저지 문화인 예술마을로 이루어져 있어 현대미술관 외에도 다양한 카페나 아트갤러리 또는 연계체험 프로그램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Talk 5. 화장실도 작품인 훈데르트바서전시관(우도미술관)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우도에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필수코스로 넣으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은 훈데르트바서전시관(우도미술관).

사실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우도까지 들어가야만 가볼 수 있다는 지역적 한계도 있지만 우도는 자연 외에 딱히 둘러볼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에 아주 반가운 곳이다.

특히나 자연 친화적인 화가 훈데르트바서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색적인 건축물부터 미술관 안에 있는 작품들까지 정말 아름답고 유럽의 어느 미술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둘째를 출산하기 전에 기필코 여길 다녀오겠노라 하고 큰마음 먹고 여름에 다녀왔는데, 다시 가고 싶을 만큼 우리에겐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사실 도민들에게는 우도까지 다녀오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은 결정이고, 우도는 워낙 바람이 세고 기상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니기가 어려워 아이와 함께 다녀온다는 건 정말 멀고 먼 여정이 된다.

여기서 살다 보면 육지와 다르게, 차로 이동 거리가 대략 15분 이상 넘어가면 먼 거리라고 생각하고 웬만해선 다니지 않게 된다.

화려한 매표소에서 얼마 안 가 만날 수 있는 연못부터 멀리 내다보이는 바다를 즐기며 탈 수 있는 나무 그네까지 제니의 호기심을 잔뜩 사로잡은 이곳.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는 아주 천천히 전시관 안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이 안에서만도 오후 한나절 내내 보냈던 것 같다.

정원에서 분수대와 여러 건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하고, 전시관 안에 사람들도 붐비지 않아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어서 평화롭던 시간이었다.

워낙 색채가 다채롭고 밝고 화려하다 보니 제니도 흥미롭게 보는 것 같았다.

건물 어디에서도 직선을 찾아볼 수 없어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작가의 철학에 따라 그렇게 구성되어 있었다.

게다가 여태 살면서 이렇게 예쁜 화장실은 처음 볼 만큼, 화장실도 하나의 작품이었다.

전시관 중간중간마다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 잠시나마 아이가 쉴 수도 있었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게 만드는 작품들을 한참이나 보고 또 보았다.

전시관 출구 쪽에는 작은 드로잉 존이 마련되어 있는데, 여기서 셋이 쪼르르 앉아 그림 그리는 시간이 무척 따뜻하고 행복했다.

전시관과 미술관 외에도 카페나 산책로도 잘 마련되어 있어 다음 방문 때는 더 오랜 시간을 천천히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왔던 곳, 언제 둘째 데리고 다시 갈 수 있을까? 

작년 파크 입장료는 오스트리아 수교 130년 기념으로 무료인데, 올해도 계속 진행할지 아닐지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훈데르트바서 특별전과 미술관은 입장료가 각각 별도로 있는데,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미술관 특별전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을 끊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

미술관 특별전으로 [우리들의 블루스]의 정은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중인데, 우리는 다음 방문을 기대하기 위해 남겨두었다.

입구 매표소에서 한번 티켓을 끊으면, 입장 후 티켓 변경이 불가하니 참고하자.
아예 파크 내부에 입장한 후, 기념품 판매점에서도 미술관이나 전시관 티켓을 끊을 수 있으니 시간이 촉박하거나 고민이 더 필요하다면 파크 안에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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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연, 맘블리 앰버서더

아이와 함께 가기에 미술관만큼 훌륭한 실내 관광지가 어디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제주의 미술관은 여러 면에서 만족스럽다.

너무 거창하게 작품을 감상하러 간다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동네 도서관에 자주 드나들듯이 미술관도 그렇게 편하게 자주 드나드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제주는 같은 섬이어도 다니는 지역에 따라 날씨가 천차만별 달라지기도 한다.
심지어 여긴 비 오는데 저긴 해가 쨍쨍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아이와 함께 갈 만한 실내 관광지를 찾는다면 나는 무조건 미술관을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웬만한 관광지보다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금액으로 아이도 엄마도 아름다운 예술로 영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생겨나듯, 조금 더 아이들을 배려한 아이 시선의 미술관도 생길 날이 오길 기대하며 추천하고 싶은 미술관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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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9 공개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