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기분 좋은 상상을 시작해볼까 한다.
6살(만 5세) 된 아이랑 30일 남짓한 시간 동안 ‘아빠 없이’ 나와 내 아이가 24시간을 공유한다는 상상인데, 만약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6살 정도엔 어떤 모습일지도 상상하면 된다.
6살 아이의 기준을 알려드리자면, 화장실에 혼자 다녀올 수 있고 작은 배낭을 메고 걸을 수 있으며 15분 정도는 스스로 앉아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엄마와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다.
어떤 그림이 그려지는가?
물론, 이것이 기분 좋은 상상일지 최악의 상상일지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
많은 나라 중에 나는 아이랑 유럽을 가보고 싶었다.
신혼여행으로 다녀와 보았지만, 집에 있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장식품이나 벽에 걸린 건축물 그림을 보며 아이가 어려서부터 자주 물어보기도 했고 엄마 아빠의 사진 속에 내 모습이 없다는 걸 속상해하기도 했었기에 더 가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책에서만 보던 건축물과 한국에서는 쉽게 눈으로 담을 수 없는 풍경들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고, 외국에서는 외국어 사용을 해야만 필요한 것들을 요청할 수 있다는 사실도 직접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중에서도 독일로 중심을 잡고 근교에 있는 유럽 다른 나라도 가보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사실 처음엔 나에게도 마냥 기분 좋은 상상이 아니었다.
‘여행 중 많이 걸을텐데… 아빠도 없는데 안아달라거나 업어달라고 할 때는 어쩌지?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 장거리 비행기는 무사히 타고 갈 수 있을까? 공공장소에서 실수할 경우는? 아… 안돼 안돼!!’하며 최악의 경우만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생활비를 쪼개서 간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기에 모든 상상의 결말은 안되는 쪽이었다.
하지만,
“갈 거면 가고, 말 거면 말아”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신랑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따지고 보면 언제 이만한 시간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고, 건강 또한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조건 간다에 초점을 맞춰서, 가야 할 이유는 뭐가 있을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가고 싶은 마음과 가야 할 이유가 만나 시너지가 생겼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기왕 갈 거라면 유럽, 독일로 가기로.
✈️
독일을 중심으로 정한 이유는, 유럽 국가 중 비교적 생활물가가 저렴한 편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나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이 많은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아이 교육 관련해서 교구나 장난감 등을 구매해본 엄마라면 많은 제품이 독일에서 온 게 많다는 것을 아실거로 생각한다.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교구나 물고 빨아도 안심이 된다는 블록 등은 made in Germany 제품이었고, 이런 제품을 만드는 독일 사람들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독일이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라는 사실과 경도상 비슷한 위치에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근접한 유럽 국가들 여행 시 꼭 거쳐 가는 곳이라 하니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아끼는 친척 남동생이 미국 군인인데, 2년 전부터 독일로 발령받아서 살고 있다는 것이 결정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 아이보다 2살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는 친척 동생이라 영상통화를 이따금 하곤 했는데, 통화를 끝날 때면 놀러 오라는 이야기를 하는 동생에게 항상 손사래를 치며 “워킹맘이라 어떻게 가겠어, 매형도 바쁘고… 언젠가는 갈게~” 하며 인사만 하곤 했다.
그러다 올해 봄쯤 통화를 할 때 내 꿈을 동생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누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 달씩 살아보는 게 꿈이야. 그냥 여행으로 며칠 가는 거랑 살아보는 거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
“누나~ 그 꿈 이룰 수 있게 우선 여기부터 오시면 되겠네요~”
하는 동생.
그날은 나도 달랐다. 거절하기보단 가슴속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신랑은 같이 못 가는 상황이니 아이랑 둘이 다녀오라며 갈 수 있다고 얘기를 하라는데, 막상 얘기하려니… 동생네 가족집에 한 달간 머무르며 여행을 같이하자는 게 여간 민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과연, 갈 수 있을까? 괜찮을까? 하며 고민만 수없이 했던 것 같은데…그렇게 고민만 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법. 결정해야 했다!!
✈️
갈 곳은 정했고 그렇다면 이제 계획을 짜야 하는데, 문제는 나 혼자가 아닌 아이랑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것.
어떤 나라에 갈지, 비행기 표는 얼마나 할지, 예산은 얼마나 잡아야 할지, 아이랑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를 적어 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To do list를 작성하기도 하며 행복한 여행 준비를 하다가도 문득 이런 걱정들이 떠올랐다.
가고 싶은 곳은 많은 데 다 갈 수도 없고, 해보고 싶은 것도 아이랑 함께라서 못하게 될 수도 있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데 아이를 데리고 다닐 수 있을지, 그 나라의 치안은 괜찮을지, 여행 중에 소매치기라도 만나면 어떨지,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은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는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진짜……멘탈이 무너져내릴지도 모를 것이라는 걱정들 말이다.
그런 데다가 아직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난 상황은 아니기에 해외로 나간다는 자체가 걱정이 앞섰다. 더군다나 아이까지 데리고.
🛬
세부 계획은 동생이랑 정하면 되고, 먼저 비행기표부터 알아보는데 소아라고 저렴한 것도 아니고 경유라고 더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틀간 비행기표를 알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둘이 합쳐 항공 값만 330만 원이 최적의 플랜이더라.
유럽 왕복 비행에 적어도 1인 100만 원 이상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지만 고민은 이제 그만, 지금부터는 고민이 시간만 낭비하는 터라 바로바로 결정했다.
바로 다음 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류할증료가 대폭 인상했다는 기사를 보고, 항공편을 다시 검색해보니 예상보다 40만 원 이상 오른 금액을 보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in-out 정하고 아이랑 가고 싶은 나라를 이야기하는데 동생네의 의견으로는 프랑스 파리 디즈니랜드에 가도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고, 유럽 여행에서 누구나 로망으로 꿈꾸는 스위스에 가보는 건 어떨지 하는 계획도 나왔다.
우리 아이는 탈것들을 너무 사랑하고 디즈니 만화에서 나오는 캐릭터 중에 공주들 빼고는 다 좋아하는 편이다.
모든 계획은 아이 위주로 결정되었는데, 차로 이동 거리를 고려해보고 크게는 프랑스 3박 4일 / 스위스 3박 4일을 결정했다.
그리고 숙소는 무조건 취사가 가능한 곳으로 주변에 놀이터가 있는 지도 찾아보았다.
무조건 1일 1 놀이터와 1 아이스크림은 아이의 희망 사항이었는데… 놀이터는 찾아두었지만 무더운 여름, 1 놀이터가 가능할지 장담할 순 없었다.
마지막으로 독일 근교로 가볼 수 있는 나라(룩셈부르크, 벨기에, 체코) 등을 아이들 컨디션과 이동 거리를 고려하여 현지에 가서 정하기로 했다.
D-7
꼭 필요한 물건을 택배로 주문하는 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코로나로 인한 입국 시 유의해야 할 것들도 독일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8월까지 독일 내 입국 시 음성확인서가 필요 없었지만, 같은 날 출국하는 프랑스행 승객들은 음성확인서를 미리 준비 안 해서 곤란한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하고자 백신접종 확인서, 음성확인서 등은 영문으로도 준비했다.
한여름이었기에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구명조끼를 가져갈지 말지 고민했으나 챙겼고, 여행 막바지에는 짐이 되기도 했지만, 결론은 가져가길 잘했다.
햇반이나 라면 등은 현지 한인 마트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기에 되도록 간단히 준비하는 게 좋다.
만일을 대비해 건조된 미역국이나 사골곰탕 큐브 등은 여행 중에도 잘 쓰였다.
아이 취향 따라 간단히 먹일 한식은 꼭! 꼭! 챙겨가시길 바란다. 유럽이라고 매번 빵만 먹을 순 없고, 든든히 먹이지 못했다는 생각이 꼭 뒤따라오기 때문에 현지에서 아이 입맛에 안 맞는 음식들 때문에 속상함을 겪지 않으셨으면 한다.
나 또한 아이들과의 여행이라 내내 외식만 할 수도 없고, 예산이 많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여행 중 가려는 스위스의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라고 하니!!
마지막 짐 점검할 때까지도 무게를 맞추며 집에 있던 전복죽 파우치를 넣어갔다.
혹여라도 아플 수도 있는 상황을 언제나 대비하며 근처의 약국이나 병원 정보도 찾아놓고 한국에서 필요한 약은 처방해서 준비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감기에 걸렸을 때 초기에 먹으면 괜찮은 시럽 종류, 해열제, 벌레 물린 데 바를 것과 모기 기피제 스티커, 아이 유산균, 영양제 등은 꼭 챙겼으나 너무 많이 챙겨가진 않았다.
왜냐면 독일에 흔히 있는 DM이라는 가게에 각종 영양제랑 생필품들을 구매할 수 있고 특히 독일제 영양제는 효과 좋기로도 소문나 있다 보니 필요하면 현지에서 구매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준비했고, 출국 D-1일까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D-DAY
배웅 나온 아빠와 아이는 두 손을 꼭 잡고 한참 이야기를 했다.
엄마 힘들지 않게 엄마가 하는 말 잘 들으라는 주의사항 전달에 가까웠지만.
잘 다녀올게!! 아빠와의 작별 인사 후 아들과 나는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비행기가 보이자 마구 뛰어가는 아이.
“다쳐, 그만 뛰어가~~~!!”
아무리 불러도 소용 없고, 직진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졌다.
신났는지 한번 말해선 여간 듣질 않는 우리 비글 아들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불쑥 드는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 과연 괜찮을까?’
왕복항공권
아이랑 함께라 국내 항공사로 직항만 찾음.
아이를 위한 키즈밀을 준비해주는 항공사도 많이 있으니 출발 24시간 전에 예약하면 된다.
여행경험이 있는 초등이상 아이와 함께라면 유럽행 외항사로 stop-over하여 경유지에서 하루나 이틀 여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할 곳들 숙소
스위스는 특히 취사가 가능한 곳으로 빨리 예약해야 한다.
다양한 호텔들과 에어비앤비를 병행하여 아이랑 투숙할 수 있고, 검색 후 가성비 좋은 곳으로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환전
몇 년 전만 해도 경비의 대부분 환전해가야만 했지만, 지금은 카드나 휴대폰 결제가 활성화되어있다는 점을 참고하여 꼭 현금으로 쓸 것을 대비해서 환전했다.
요즘 해외여행 시 꼭 필요하다는 트래블 월렛 카드와 어플은 실제 현지에서도 유용했다.
여행자보험
유럽 여행은 특히 소매치기도 많고, 핸드폰 분실이나 파손의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1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할 뻔하다가 바닥에 떨어져서 액정만 깨진 경우가 있었다. 그래도 가장 가까운 현지 경찰서에 가서 Police report를 받아왔기에 귀국 후 청구하여 수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은 아이랑 함께이기에 보장범위도 좀 더 크게 해서 둘이 합쳐 5만 원 후반대로 준비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