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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솔, 맘블리 앰버서더

우리집 첫째, 태희는 늘 먹는 것에 진심이었다. 

어쩜 그리도 잘 먹는지, 무엇을 주든 맛있게 먹는 아이 덕분에 나도 덩달아 신나서 이유식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아이 밥에 관해서는 걱정 없겠다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 아이 밥 먹이는 시간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무엇이든 잘 먹는 태희에게도 가리는 음식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밥이다.
유아 식단에 맞추어 정성스럽게 아이 밥상을 준비해주면 항상 밥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언제부턴가 밥시간만 되면, 어떻게든 아이에게 한 숟가락이라도 더 밥을 먹이기 위해 애쓰는 나와 주는 밥은 안 먹고 장난치는 태희의 전쟁이 계속되었다. 

행복했던 이유식이 끝나고 유아식으로 넘어가는 순간부터 나의 불행 아니 우리의 불행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태희의 유아식 재료를 정리하면서 무염버터를 보자마자 갑자기 베이킹이 엄청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런저런 베이킹 레시피를 떠올리면서 냉장고 속을 살피는 나의 눈에 들어온 노란색 레몬.

육아 시작 후 나의 첫 베이킹은 마들렌으로 정했다.

나는 9년간 빵과 케이크를 만들었다.

내가 먹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게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내가 만든 빵과 케이크를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행복했다.

태희가 자는 틈에 열심히  반죽을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 숙성되길 기다리는 하루가 너무 설레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다음날 마들렌을 구우며 온 집안은 레몬과 버터 냄새로 가득 채워졌고, 완성된 마들렌을 맛있게 먹고 예쁘게 포장할 마음에 들떠있는데, 태희가 자꾸 나의 마들렌을 넘보기 시작했다.

여유롭게 식탁에 앉아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먹으려던 내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태희에게 뺏기지 않으려  한입, 두 입 후다닥 먹다가 내가 지금 애랑 뭘하자는 건지 헛웃음이 났다. 

아이는 단지 궁금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엄마가 요리하면 나던 냄새와는 조금 다른 달콤 상큼한 냄새와 행복한 표정으로 포장하고 그릇에 담는 엄마를 보며, 저건 뭔지, 무슨 맛인지 당연히 궁금하고 먹어보고 싶었겠지…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이럴게 아니라 ‘태희마들렌’도 만들어서 같이 먹어볼까?하고 머릿속이 번쩍했다. 

그렇게 나는 버터량을 조절하고 밀가루 대신 쌀가루, 소금과 설탕 대신 아기 간장과 아가베 시럽을 넣어서 첫 아기빵 미들렌을 만들었다. 

태희는 소중하다는 듯 두 손으로 꼬옥 쥐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미들렌을 먹었다.

아이에게 주는 첫 빵.
크게 걱정은 안 했지만 이 정도로 잘 먹을 줄은 몰랐는데, 순식간에 세 개나 먹어버렸다.

우리 모자의 첫 티타임은 성공적이었다.

빵집에서 파는 제품들은 아직 태희가 먹기엔 간이 세고, 무엇보다 버터 함량이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들렌을 시작으로 조금씩 태희를 위한 빵을 만들었다.

아이가 자라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태희빵 레시피는 밥 대신 먹일 수 있는 빵으로 점점 진화하여, 지금은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빵을 만들어 주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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