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육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교육이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왜 막상 생활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기는 힘든 걸까요?
인성은 타인 또는 공동체와 더불어 살기 위해 즉 관계를 잘 맺고 함께 잘 살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먼저 엄마와 아이가 친밀감과 유대감을 형성해야 하며 서서히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감정 조절을 가르쳐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다수 엄마가 인성교육을 어려워하고 부담스러워합니다. 현장에서 유아 친구들에게 수업하는 저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그중 참 어려운 수업이 바로 ‘위로’를 알려줄 때인데요.
저는 평소 수업 시간에 위로하는 방법과 무슨 말로 위로하면 좋을지 가르칩니다.
가르치면서도 항상 무언가 2%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마음 한쪽에 찜찜한 마음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위로하는 방법 이전에 위로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해주는 게 가장 먼저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부모의 몫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떨 때 이런 마음을 갖게 될까요? 맘블리 독자분들은 아이의 따뜻한 마음씨를 위해 어떻게 지도해주시나요?
나: 우는 친구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아이들: 위로해줘야 해요.
나: 왜 위로를 해줘야 할까?
아이들: 음…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인성에 관한 질문에 “왜?”를 붙이게 되면 아이들은 꽤 당황합니다.
‘~해야해’라는 당연한 내용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해야 칭찬 받았으니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자기주장이 뚜렷했던 똑똑한 한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위로해주지 않고 그냥 모른 척해줄 거예요. 저는 제가 울 때 누가 와서 말 시키면 창피했었거든요.”
이 말을 한 친구는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이렇게 대답해주었지요.
“오~ ○○이는 그런 방식으로 친구를 배려하고 위로하는구나! 그것도 멋진걸?!”
방식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친구를 배려하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전달이 되기 때문에 사실 틀렸다고 할 수 없는 것이에요.
즉, 나의 감정만큼 상대의 감정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은 일방적인 교육으로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마음들은 경험해야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오가는 직접적인 경험을 많이 해서 긍정적인 자아를 갖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 아이들에게 드물게 경험되어지죠.
대신 우리는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책육아가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이유입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그림책은 가장 좋은 매개체. 인성을 위한 그림책은 영유아기를 위한 아주 훌륭한 놀잇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책의 주인공이 되어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고 배려받고 위로받은 아이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아이로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주’는 엄마, 아빠 없이 처음으로 캠프에 떠나게 됩니다.
처음 낯선 곳을 간다는 긴장감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 엄마 아빠에 대한 그리움 등 여러 마음이 섞여 가기 전부터 주의 기분은 푹 가라앉아있었죠.
주의 엄마, 아빠는 그런 주에게 가서 잘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 위로와 응원의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술 자국을 담은 종이들을 상자에 넣어 ‘뽀뽀 상자’라고 하며 주에게 선물해줍니다. 주가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항상 주의 엄마 아빠는 뽀뽀해주곤 했어요. 그래서 캠프에 가서 엄마, 아빠가 그리울 때마다 볼에 뽀뽀 종이를 붙이고 마음을 달래라고 준 것입니다.
캠프에 떠나고 엄마, 아빠가 그리운 친구들이 버스에서 하나둘씩 울기 시작합니다. 주는 그런 친구들에게 자신의 뽀뽀 종이를 나눠줍니다. 주의 친구들은 그 뽀뽀 종이를 통해 마음에 안정감을 찾고 첫날밤을 보낸답니다. 뽀뽀 종이를 나누면서 쌓은 우정으로 더 이상 엄마, 아빠를 그리워하지 않고 친구들끼리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며 책은 끝이 납니다.
따뜻한 내용에 감동한 저는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자연스럽게 대화 독후감을 유도합니다.
“너무 멋진 이야기야. 다빛이도 엄마, 아빠가 뽀뽀 상자를 만들어줄까? 엄마, 아빠의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줄게~”
“아뇨~ 필요 없어요.”
“그래? 다빛이는 엄마, 아빠가 그리울 때가 없어?”
“저는 이제 형아라서 어린이집도 엄마 없이 잘 가는걸요~ 괜찮아요.”
시큰둥한 아들의 반응에 꽤 당황한 저였지만 아이의 의견이 중요했기에 알겠다고 하고 마무리되었죠. 그 이후로도 아들은 몇 번이고 그 책을 찾았습니다.
👩👦
어느 날 아침, 혼자 책을 읽고 있던 아들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난 것처럼 자던 저를 깨웠어요.
“엄마! 뽀뽀 상자를 만들어야겠어요!!”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적극적인 아들에 모습에 “그래 좋아~”하며 상자를 만들고 저의 입술과 아들의 입술을 맞닿아 뽀뽀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이 뽀뽀 상자는 왜 만드니? “
“이건 아빠 거예요.”
“응? 아빠? 아빠는 왜? “
“아빠는 맨날 아침 일찍 일을 나가잖아요. 그리고 맨날 영상 통화로 나를 보고싶다고 하잖아요. 이거 만들어서 가져가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 순간 저는 감동을 뛰어넘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을 나가는 남편은 자고 있는 아이들과 제 볼에 뽀뽀를 하고 나가곤 합니다. 영상 통화로 그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죠. 아이는 그런 아빠가 우리를 보고 싶어하는 마음을 헤아렸던 거예요.
저는 제가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위로를, 따스함을 필요로만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은 그 책을 읽고 뽀뽀상자를 받기보단 주고자 하는 크고 단단한 아이가 되어있었습니다.
‘주의 뽀뽀 상자’를 보고 아들이 뽀뽀 상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 저의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더라고요.
아들은 저녁에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에게 뽀뽀 상자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아빠는 감동한 눈빛으로 아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때 아들은 다른 사람을 위로해줄 때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아들은 ‘엄마가 하랬으니 친구를 위로해줘야돼’ 가 아닌 스스로 위로받는 친구의 감정과 위로해주는 나의 감정까지 좋아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려고 할 겁니다.
그에겐 책에서 이어진 경험을 통해 위로해야 할 이유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또 위로해주면서 위로를 잘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희 아들은 사소한 일에도 따뜻한 말로 저에게 감동을 선사해주는 아이입니다.
아이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따뜻하지만, 상상도 못 할 존재에게도 따뜻한 말을 해주곤 해요.
어느 날, 알 배추를 사 왔는데 겉잎이 상해서 뜯어내고 그 속에 싱싱한 알 배추만 가지고 요리할 때였습니다.
겉잎을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자 첫째 아들이 자기가 가지고 놀겠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얘는 왜 안 먹어?“
”응, 걔는 알 배추 겉잎인데 너무 시들고 상해서 버리는 거야~
싱싱한 알 배추를 먹어야 맛있지~“
그랬더니 아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배추에게 말합니다.
“배추야 너 잘못이 아니야.”
아들은 배추가 감정을 느끼는 존재로 상상했고 배춧잎이 못생기고 시들어서 먹지 못하니 자신을 자책할까 봐 위로를 해주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제가 배추인 척 하며 말했어요.
“응 고마워, 그런데 난 슬프지 않아.
나는 친구들을 지켜주느라 이렇게 시들게 되었어.
그래서 나는 못 먹어도 슬프지 않아~”
“멋지다. 내가 너 친구 해줄게~”
이야기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아들은 배추에 눈코입을 그렸고, 저는 말풍선을 달아서 나눈 대화를 써줬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이들은 상상력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림책으로 간접 경험만 해주어도 다양한 교감을 어른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따스한 마음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아이만 따스한 마음씨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물론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사랑을 받는 환경에 있다면 너무 축복이겠지만 우리의 일상은 매일 드라마 같지 않으니까요. 그럴 때 사랑 가득한 그림책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때 사랑을 받은 사람과 사랑을 준 사람, 그사이에 느껴지는 마음들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주세요. 그럴 때 아이는 그림책의 주인공에게 몰입이 되어 사랑을 주고받는 경험이 풍부해질 수 있답니다.
💡 인성 동화책을 읽을 때 대화 꿀팁
1. 등장인물의 행동보다는 감정에 집중될 수 있도록 질문해주세요.
예를 들면, 친구에게 양보했을 때 양보받은 친구의 기분은 어땠을까? 양보한 주인공은 어떤 마음일까?
2. 같은 상황에서 우리 아이라면 어떻게 할지 물어보세요.
왜 그렇게 행동할지 이야기하고 나면 서로의 감정들이 어떨지 예측할 수 있게 대화 나눠 주세요.
3. 아이의 경험을 떠오르게 해주세요.
너도 일상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지, 어떻게 행동했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를 물어보세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면 그림을 그리며 설명할 수 있게 유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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