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제주에서 워케이션을 즐기며 살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 지역으로 가서 산책을 하거나 주변 경치를 구경하고 근처 카페에서 일한다. 익숙한 곳을 조금만 벗어나도 세상은 새로움 그 자체다. 그럴 때면 내 세상이 얼마나 작으며 바깥세상은 얼마나 넓고 다채로운지 깨닫게 된다. 그런 풍경 속에 있으면 아까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했던 고민이 하찮게 느껴지거나 갑자기 해결 방법이 번뜩 떠오르기도 하고, 어쩐지 기분이 좋아져서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계획들도 막 생긴다. 그런 마음으로 낯선 공간에 앉아 있노라면 마치 내가 여행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원래의 자리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풍경은 낯설고도 새롭다. 살짝 설레는 기분으로 플래너를 체크하고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는 내 모습이 어쩐지 근사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일하는 공간이 내 취향에 딱 맞을 경우, 그런 근사한 느낌과 함께 일 몰입도도 올라간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기분이 좋다. 그런 날은 하교하고 돌아오는 내 아이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
나한테 워케이션은 이렇게 일과 휴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낯선 풍경에 들어가 있는 나는 더 이상 일상에 찌든 내가 아니고, 그런 환경에서 하는 일은 더 이상 그냥 늘 하던 일이 아닌 소중하고 창의적인 일이 된다. 일상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으로 일상에 생기를 한 스푼 더하는 것, 워케이션은 내게 그런 의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워케이션이 엄마들에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아, 살림, 직장, 업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나 자신을 지키고 살려면 이런 시간과 경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3화에서 언급했듯이 2022년 1월에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진행하는 ‘열린 모임’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월 한 달간 <워킹맘 비즈니스 트립>이라는 제주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했다. 그 후 2년간 운영해 오던 제주맘 자기 계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워크인제주’로 변경하고 2023년 3월에 ‘함께 일하고 work, 함께 걷는 walk 워킹데이를 기획해 매월 운영하고 있다.
워킹데이는 ‘워케이션은 하고 싶지만 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했다. 특히 우리 같은 엄마들 말이다.
워케이션이라고 하면 으레 어디 먼 곳으로 몇 박 며칠씩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워케이션은 일과 휴가를 함께 즐기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그러니 하루 중에 단 몇 시간만이라도 평소에 자주 가던 곳을 벗어나 여행하듯 즐기며 일한다면 그게 바로 워케이션 아닐까? 더욱이 우리 엄마들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크기 때문에 멀리 오래 떠나는 워케이션 보다 가깝지만 낯선 곳에서 단 한두 시간이라도 워케이션을 즐기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에 맞다.
그래서 이번 화에서는 워킹데이에 기획했던 반나절 제주 워케이션 코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글을 보고 누군가는 자신만을 위한 짧은 워케이션을 떠날 용기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평소에 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생각만 하고 말았던 옆 동네로 산책하러 갔다가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가 책을 읽거나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모르지, 어쩌면 제주행 첫 비행기를 훌쩍 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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