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과 인내, 그리고 끈기.”
캐나다의 병원 시스템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을 확인하고 난 후 바로 병원에서 초음파를 보며 임신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7~ 8주 차쯤에 패밀리닥터 또는 워크인을 통해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 연결을 받아 본격적인 임신에 대한 확정과 진료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빠르면 3~4주 차에도 바로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 확인과 아기집 초음파를 볼 수 있지만, 캐나다에서는 힘든 이야기이다.
매일 임신테스트기로 두 줄이 진해지는지 확인하며 병원에 갈 날만을 기다리던 5주 차쯤에 갑자기 갈색 혈을 확인했다.
그 순간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어떡하면 좋지? 지금 내가 뭘 해야 하지?
당장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인터넷 검색만 하며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무작정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을 찾았다. 이미 악명 높은 응급실 대기시간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집에서 마냥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았다.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더 힘든 상황이었다.
병원에 입장하는 과정부터 남편과의 동행이 계속 제한되었고, 코로나 관련 설문지와 열 체크 등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고 복잡했다.
진료 접수를 마친 후 생각보다 일찍 호명되었다.
대기실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임산부에 대한 배려인가?’라는 생각으로 진료실에 들어갔다.
간단한 내 상태를 확인 후 피검사를 진행했다. 임신이 맞으며 피검사 수치는 안정적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그 답변은 나에게 전혀 도움 되지 않았고, 내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갔다.
‘난 지금 하혈 상태가 더 궁금하니, 제발, 빨리 초음파 좀 봐줘.’
산부인과 전문의를 연결해 주겠다고 한지 8시간이 지났다.
아 이것이 바로 그 말로만 듣던 기다림이구나!
목마름과 배고픔, 무엇보다 핸드폰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내고 ‘응급실 괜히 왔나, 멀쩡하던 사람도 병나겠다!’하며 울기 직전, 내 이름이 다시 한번 호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