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장
마음챙김
아들과 거리를 두는 방법

조회 789
북마크
좋아요
공유하기
0%

아들과 거리를 두고 나를 돌보는 방법


저희 부부는 매우 서로의 생활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평일 남편 출근 시간 동안 제가 하고 싶은 건 힘들지 않은 정도의 집안일만 하고 쉬었어요. 아니면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잡았어요. 남편이 오면 같이 외식을 하거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아민비는 웅진 숙제를 할 동안 같이 쉬어요. 남편이 쉴 때 저도 같이 쉬어요.

중요한 건 집안일이 안 돼 있다고 스트레스 받지 않는 아내와 잔소리하지 않는 남편입니다.

평일에 못한 집안일은 주말에 온가족이 같이합니다.
저희는 주로 남편이 요리와 설거지를 하고 나머지는 제가 해요.
집안일은 아내의 일이 아니라 가족의 일이니까요.

그러다 아민비가 태어나면서 저의 생활이 많이 바뀌었죠.

우선 나가는 일이 정말 일이 되었어요. 원래 나가서 사람 만나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저는 완전 E입니다.

아민비가 태어나고 조리원에 있다 나오기 하루 전날 남편이랑 소고기를 먹으러 조리원 근처 식당에 가는데 제가 거의 3주 만에 (20시간 진통 후 긴급 제왕 최악의 케이스라 1주 입원 후 2주 조리원 생활을 했답니다.) 바깥 공기를 마셨다는 걸 깨달았죠.

그때의 그 어색함과 기쁨, 또  앞으로 나의 삶에 대한 걱정과 오랫동안 나가지 못한다는 우울감이 지금도 사진 속 소고기를 보면 아주 잘 기억난답니다.

정신없고 잠 못 자는 집콕 생활이 시작되었고 아민비의 예방접종이 저를 집에서 탈출시켜 주었으나, 이제 나가도 될까? 라고 생각한 50일쯤 아민비는 요로감염으로 병원 생활을 잠시 해야 했죠.

이 시기는 아민비만 보느라 우울할 틈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예쁘고 신기하기도 했고 돌봐야 할 일이 워낙 많아서 돌까지는 하루는 길지만 빠른 1년을 보냈답니다.

아민비가 돌이 지나 외출이 제법 자유로워지고나서는 아민비와 정말 자주 나갔어요.
집에서 하루 종일 아민비한테 수다 떠는 게 점점 한계가 와서 유모차에 태워 전철도 타고 안고 버스도 타고 정말 여기저기 많이 다닌 것 같아요.

육아맘들 아시죠. 아이랑 나간다는 게 결코 내 맘 같지 않다는걸.
그래서 많이 안 나오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그래도 바람을 쐬겠다고 열심히도 나다녔지요. 문화센터도 일주일에 세 개나 끊고.

덕분에 아민비는 많은 경험을 하며 낯가림 없이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가 된 것 같아요. 

ⓒ곽정아, 맘블리 앰버서더

지금은 아민비가 많이 커서 저 역시 적응한 상태지만 아민비가 한두 살 때는 아주 힘들었어요.

남편은 아민비가 생길 즘 이직하게 되어 회사에 적응하느라 힘들었고, 저도 엄마가 처음이라 엄마 생활에 적응이 좀 힘들었거든요.

그렇지만 남편은 회식하고 운동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삶인데 저는 갑자기 엄마가 되어 하루 종일 내가 아닌 엄마로 살고 있으니 남편에게 화가 많았었죠.

그래서 저는 엄마도 자유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아민비가 얼집에 다니기 시작한 후 정말 오랜만에 아이 없이 ‘나’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 시간이 행복했지만, 슬프게도 제 친구들은 모두 회사에 있는 시간이었죠.

안 되겠다 싶어 남편에게 이야기했어요. 회식하면 나도 자유부인 하겠다고!

남편도 처음에 그러라고 했는데 제가 정말 그렇게 다 나갈 줄 몰랐을 거예요.
자주 보는 친구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든 가능하면 약속을 다 잡았답니다.
처음에는 집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 놀고 있는데 남편이 울고 있는 아민비를 아기 띠에 안고 노래방으로 와서 달래고 다시 데리고 들어가기도 했죠. 

ⓒ곽정아, 맘블리 앰버서더

남편도 점점 아민비랑 친해지고, 놀아주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무엇보다 육아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고생 많다고 말해주고 자유부인도 많이 하라고 해주고요.

누구나 안 해봐서 그렇지, 하다 보면 다 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부부에게 중요한 건 서로가 안쓰럽다 고생한다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요.
그러면 서로 덜 힘들게 배려하게 되고 노력하게 되어 싸우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 부부의 자유는 서로에게 보장이 되었답니다.

물론 남편에게 많이 감사하죠. 일하고 와서 아민비랑 놀아주고.
이제 회식 때마다 약속을 잡지는 않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그 안정감이 매우 좋아요.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는 건 아빠도 힘들어 하지만 엄마들이 더 힘들어 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걱정에.

중요한 건, 맡기면 아이 걱정, 남편 걱정을 내려 놓고, 몸도 마음도 아이에게 떨어져 자유 시간을 즐기는 거예요. 기왕 잡은 자유 실컷 누리세요.

전화 오기 전까지 나 이외의 것에는 신경 쓰지 마세요.
남편에게는 고마움을 전하고 나에게 집중하세요. 

그렇게 아민비는 아주 잘 성장하고 있고, 유치원이며 태권도며 저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제가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대로 괜찮은 걸까. 물론 금전적인 면도 있었지만, 아민비를 빼면 지금 내가 너무 낭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좋아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고 관심이 있던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도 해보았습니다.

ⓒ곽정아, 맘블리 앰버서더

물론 푹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 시간이 스스로의 자존감을 떨어뜨려서는 안될 것 같아요.
역시 넷플릭스 보다는 책이나 자격증 도전이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처음으로 아이에게서 잠시라도 떨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건 남편과 육아에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게 되는 걸 스스로 느끼고 나서였어요.

엄마의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고 한 걸 어린 아민비가 느끼고 눈치를 보더라고요.

제 기분이 안 좋으면 아이에게 예쁜 말이 나가지 않고, 아이가 크게 잘못하지도 않는데 더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요.

그래서 그럴 때는 잠시 거리를 두는 게 답이라 생각했고 가능하면 지금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한 명의 여자였다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엄마 이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게 슬프고 힘들어서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많은 시행착오 후 한층 건강해진 마음이라 전하고 싶어요.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의 마음 건강이 가장 최우선입니다. 모든 것을 위해서라도요.

ⓒ곽정아, 맘블리 앰버서더

0%
78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앰버서더에게 응원 및 소감글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