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다는 게 뭔가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해 어린 시절 남들 앞에서 절대 울지않으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K-장녀 뭐 그런 걸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친구들도 힘든 일이 있어도 누군가 앞에서 쉽게 울지 못했고, 남편도 연애 시절 같이 슬픈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리더니 끝나고 엄청 쑥스러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어요.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 저는 평소 잘 울지 않다가 술이 많이 들어가면 한 번씩 펑펑 울었던 거 같아요.
다음날 부은 개구리눈은 정말 가관이지만 그래도 한바탕 시원하게 울고 나면 힘들었던 일이나 슬픈 일이 언제 그랬냐는 듯 개운해지고 했답니다. 역시 풀어야 하나 봐요.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인지 남편이 편해져서인지 남편 앞에서 뭔가 자주 울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주 툭하면 우는 울보가 되었죠.
준비하고 바로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이래저래 마음이 힘들었어요. 지나가는 아이들만 봐도 우울해지던 시기였죠. 어느 날은 [ 슈퍼맨이 돌아왔다 ]에서 윌리엄과 할머니의 행복한 장면을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 남편을 매우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어요.
제가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부모님께 저런 손주와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드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임신 후에는 오히려 큰 감정 기복이 없었어요, 다행히.
다른 분들 보면 이때 많이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입덧이나 몸 상태의 변화 그리고 큰 감정기복 등등.
저는 임신중에는 무난하게 지냈어요.
아민비가 태어나고 저는 더욱더 울보가 되었어요.
정확히는 울보가 되었다기보다 울고 싶을 때 참지 못하게 된 것 같아요.
특히 TV에서 아픈 아이나 힘든 아이 혹은 상처받은 아이들 이야기만 보면 너무 슬프고 화가 나고 감정이입이 많이 되더라고요.
가능하면 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보게되고 듣게되면 쌓아두지 않고 속상함을 표현하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의 안좋은 일이 저에게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저는 아민비도 기쁜 감정이나 슬픈 감정을 모두 표현하라고 얘기해줘요.
다치거나 속상할 때 울음을 참으려 하면 저는 왜 속상한지,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고 울고 싶은 만큼 울어도 된다고 안아주었어요.
학교나 유치원, 태권도에서는 선생님께서 많은 어린이를 돌봐야 하므로 가능하면 울지 않고 참도록 지도하시는 것 같아서 집에서만큼은 울고 싶을 때는 울 수 있도록, 집에서는 힘들어도 참지 않고 다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거든요.
처음에는 이러다 집에서 툭하면 울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아민비는 울음도 짧고 왜 울고 싶은지 설명하고 해소되면 금방 기분이 풀리는 아이로 자라고 있답니다.
저 역시 힘들거나 슬픈 일이 있으면 아민비 앞에서 울어요.
왜 엄마가 우는지 이야기해 주고 아이처럼 엉엉 울어요.
제 감정을 공유한다고 해야하나. 제가 처음으로 아민비 앞에서 울었을 때가 아민비가 많이 어릴 때였는데, 그런 아기조차도 엄마가 평소와 다른 게 느껴지는지 저를 유심히 관찰하다가 기어서 안아달라고 오더라고요.
자꾸 얼굴을 살피고 저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게 아이가 불안해하면서도 저를 울지 않게 하려는 것 같은 기분이 든 게 기억나요.
그 아가가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지만, 말 못하는 아가에게 엄마가 이래서 저래서 너무 힘들었다며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았어요. 그 당시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죠.
가능하면 아민비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하는데 그래도 안 되겠을 때 울면 이제는 다 커서 엄마 “누가 그랬어? 누가 힘들게 했어? 내가 혼내 줄게!” 이런 말도 해주고 자기 옷으로 눈물도 닦아주고 한답니다.
물론 원인제공이 아민비일 때도 많지만 저를 달래주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사르르 녹기도 해요.
며칠 전 저는 아프고 친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몸과 마음이 힘든 일주일을 보냈어요.
저도 모르게 가정 보육 중인 아민비에게 툭하면 화내고 짜증 냈어요.
저 스스로 ‘이러면 안 되는데…’하고 몇 번을 반성해도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결국 가정 보육 마지막 날 금요일에 또 한 번의 괜한 짜증을 내고 아민비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아민비, 엄마가 너무 미안해. 왜 이렇게 짜증을 많이 내지. 짜증 엄마라 너무 미안해. 완전 짜증 엄마다, 그치.“ 하고 사과했는데 갑자기 아민비가 “엄마는 천사 엄마야.” 하더니 제 팔을 계속 쓸어내리며 “엄마, 괜찮아 괜찮아”라고 하는데 정말 저도 놀랍게 갑자기 눈물이 막 나는 거예요.
갑자기 우는 저 때문인지 아민비도 놀라서 “엄마! 우는 거 아니지? “하더니 자기 옷소매를 손에 쥐고 그 작은 손으로 제 눈물을 닦아주는데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답니다.
해결된 일도 없는데, 한 주간 힘들었던 게 무색할 만큼 마음이 정말 아무래도 괜찮다는 듯 싹 가벼워졌어요. 너무 신기하고 귀한 경험이었어요.
아이에게 많은 감정을 표현하고 공유하고 들어주고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아민비 앞에서 솔직하게 저의 감정을 보여주고, 감정 교류를 많이 해서인지 아민비는 어린이집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줄 알고, 친구들 마음을 잘 공감해 주는 사랑둥이로 자라고 있어요.
어디선가 들었는데 아이를 낳은 건 엄마와 아빠의 선택이지만 아이는 선택해서 태어나는 게 아니래요.
그래서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정답인 것 같아요.
우리의 선택의 결과로 얻은 힘듦이므로 부부가 함께 책임지고 풀고 짊어져야지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고 해서 엄마도 사람인데 감정까지 보여주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아요.
우리 육아맘들, 아이를 꼭 안고 울어본 적 있으세요?
혹시 아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꾹 참고 있진 않나요?
안 해보셨다면 꼭 한번 해보세요! 아이와의 유대감이 한층 깊어지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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