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 아이의 인생 책 만들기
3-2. 전집으로 알 수 있는 우리 아이의 관심사
문득 지난 시간에 <인생책>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나 장황히 늘어놓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아이들 교육 이야기에 흥분해서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당황했던 기억처럼, 잔소리가 너무 심하지 않았나 새삼 5화 메시지를 다시 들춰보았네요.
흥순이가 7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와 오늘 유치원 생활은 어땠는지, 새로운 일들은 있었는지 등등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책 이야기로 귀결되는 대화 중이었지요. 갑자기 우리 흥순이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 엄마는 항상 모든 이야기가 왜 책으로 끝나는 거야? 책! 책! 책! 책만 이야기 해~~ 난 책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
정말 충격을 받았던 날이었지요. 그렇게 책놀이를 좋아하고 책과 함께 만들어 온 우리의 추억이 얼마나 많은데~~ 책이 세상에서 가장 싫다니 말이지요. 그날 저의 내상은 어마어마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반성도 했습니다.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고 하지요. “과유불급. 넘치는 것은 없는 것만 못하다.” (물론 그런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근육이 키워졌는지, 사춘기가 시작된 지금도 여전히 책을 곁에두고 가끔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
그래서 오늘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안정 시킨 후 차근차근 욕심 내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지요:) 함께하시는 분들도 따뜻한 차 한잔 챙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자녀교육 여정은 이제 시작이며, 아직 한참 가야 하니까요!!
우리 아이의 <인생책>을 만드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충분히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활동은 아이들이 책과의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위한 도서관이나 서점 나들이 추천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서점 등에서 관심 있는 책을 발견하고 책과의 긍정적인 경험을 만든 것에 더해서 집에 소장하는 나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아이들이 읽고 싶어 하는, 또 부모가 읽히고 싶은 모든 책을 구매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책에 폭발적으로 흥미를 갖는 시기(아이들마다 시기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유아기에 반복적으로 사물의 이름을 묻기 시작하면서 세상에 호기심을 갖는 시기부터는 ‘책 흥미’도 높아집니다) 에는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그 흥미를 훨씬 더 키울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사실 요즘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외식을 가거나 키즈까페를 한 번 나가도 4인 가족 기준 10만 원 소비가 훌쩍 넘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물론 부모의 교육관에 따른 선택이지만) 주변 분들께 체험 학습을 간다고 생각하고 월별 또는 분기별 등 가족 기준에 맞게 도서 구입비를 책정해서 우리 아이들의 책장을 채워주시기를 권해드려 왔습니다. 사실 아이들 책은 시기에 따라 교체도 필요하기에 외동의 경우에는 구매가 부담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의 인생책을 마련한다는 마음으로 특별히 아이가 애착을 갖는 책들로 소중한 책장을 채워보시는 것도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책장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재미도 한몫합니다 ㅋㅋㅋ 거실 인테리어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 이제 소장 책을 만들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해보지요. 아이들을 위한 도서 구매를 하려고 하면 생기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어떤 책을 사줘야 할까?’ 사실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독서 논술 현장에 오래 있었던 저는 고전과 명작의 경우는 같은 출판사에서 정리한 다양한 작품을 비교해보는 게 더 좋으니 전집의 형태가 필요하겠지만, 일반 창작 동화에 대한 전집에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전집은 “상술”과 “끼워팔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일단 색안경을 끼고 있다 보니, 전집은 당연히 제외하고 여러 정보를 통해 또 직접 제가 읽어보며 단행본을 선택,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흥순이가 5세가 되었을 때, 한 도서 유통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열심히 선택한 책을 우리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소식지도 받아보고, 서점에 갈 때마다 읽히고 싶은 책들을 선별해서 책육아를 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전집은 없었지만. 주변에서 선물 받은 다양한 책을 잘 읽히고 있다고 자부하던 때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유독 애착을 갖는, 여러 번 반복해달라고 하는 <인생책>이 생기며 제가 원하는 분야에 대한 책 추천을 받기 위해 말씀을 나누고 있었는데,
“아이가 선택했다는 그 <인생책>도 결국 엄마가 선별한 책 중에서 선택한 거 아닌가요? 정말 아이의 관심사를 보고 싶다면 처음 분야의 선택부터 아이가 할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분야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 선택안에서 더 세부적인 관심사들 – 예를 들어 세계문화 동화, 경제 동화, 수학 동화나 과학 동화 같은 전집의 경우에 40-60권에 해당하는 다양한 소주제 중에서 유독 관심 있어 하는 책이 무엇인지를 보면 아이의 구체적 흥미를 알 수 있지요. 세계창작과 명작, 전래 시리즈에서도 유난히 반복해서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전집에 어머님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한꺼번에 사서 읽지 않는 책이 생긴다고 단행본만 엄마가 골라주는 친구들도 많지만, 전 그건 좀… 아이의 선택 기회를 빼앗는 일이지 않을까 해서 안타깝더라구요.”
정말 충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도서 유통업에 종사하시는 분이니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제가 읽고 싶었던, 제가 읽히고 싶었던 책들을 위주로 책장을 채우고 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줄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더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무언가 바꾸어야겠다는 깨달음이 생기면 전 바로 행동하는 실행 파 엄마이거든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웠던 그 주 주말에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이번 주말에 파주 가자. 우리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집 좀 사야겠어!” 그리고 전집 5세트를 구매했습니다. 흔쾌히 따라나섰던 남편은 눈이 똥그래져서 저를 말렸지만, 저의 선택은 단호했습니다. “우리에겐 할부가 있잖아. 그동안 우리 아이들의 선택권을 내가 막고 있었다니…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골라보는 재미를 누리게 해줘야지!” 그리고 그 이후부터 전 전집에 대한 저의 선입견을 바꾸었습니다.
마음을 바꾸고 전집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아이들의 흥미를 탐색하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기질이 다른 아이마다 참 다르듯 우리 집도 큰 아이 흥순이는 같은 책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책을 여러 권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에 마음껏 책을 골라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리듬동화, 세계창작, 성경 동화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해서 달려오곤 했습니다. 야심차게 준비한 ‘수학 동화’와 ‘삼국사기 & 삼국유사’ 전집은 그 때까지 늘 외로운 아이였습니다.
1년 정도가 지나 유치원 생활을 하며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흥순이는 전래동화와 명작동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전래와 명작을 읽는 횟수가 많아질 때 아빠의 재미있는 목소리로 수학동화 끼워 읽기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끼워 팔기가 싫다고 하더니 저는 끼워 읽기를 시도했다는 사실 ㅋㅋㅋㅋ) 하지만 막상 스토리를 들어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느낀 흥순이는 자연스럽게 수학동화 전집에서도 <인생책>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끼워 읽기도 집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책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집소장과 활용을 강추합니다. (사실 삼국사기 & 삼국유사 전집은 초등 3학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돗자리 만들기 놀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를 출력해서 나오는 인물 책 찾아서 돗자리 만들기 등으로만 활용했었습니다 ㅎㅎ)
그런데 우리 집 둘째 흥돌이는 또 누나와 다르게 한 권의 책을 외울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마찬가지로 읽고 싶은 책을 골라오라고 하면 흥돌이는 한 분야 즉, 오늘은 경제 동화에서만 4-5권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재미가 있다고 느끼면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거나 또 경제 동화에서 다른 책을 찾아오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음에 드는 책을 통째로 외워버리거나 흉내 내는 일이 많아졌고, 너덜너덜해지는 책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누나와 다르게 본인이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은 끼워 읽기가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를 고려해 흥순이에게는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과학동화, 인물동화, 직업동화 그리고 쉬어가며 읽는 애니메이션 동화 등을 새롭게 채워갔고, 흥돌이를 위해서는 폭발적인 관심이 있는 책을 중심으로 비슷한 주제로 연결할 수 있는 단행본들도 개별 준비를 했습니다.
이제는 초등 중학년을 지나 고학년으로 간 우리 흥순이는 학습 독서가 필요한 시기이기에 삼국사기 삼국유사와 함께 다양한 역사 동화와 고전까지 활용하는 전집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누나의 영향으로 흥돌이는 누나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먼저 접하면서 사회과학 어휘 질문을 또래 아이들보다 꽤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매들끼리 서로 작당 모의를 하며 자기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시리즈 (프래니,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엉덩이 탐정 등)는 사주지 않아도 학교 도서관과 친구들에게 빌려오기도 하면서 스스로 <인생책>들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학습만화 시리즈도 흥순이가 3학년까지는 허용하지 않았으나, 학교 도서관을 스스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매일 빌려오기 시작하더니 우리 흥돌이는 1학년부터 (둘째는 허용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 수학도둑, 반지의 비밀일기, 카카오프렌즈, 쿠키런, 에그 박사! 우리 흥한남매의 영원한 인생 멘토 ㅋㅋㅋㅋ <흔한 남매>시리즈는 흥돌이의 최애 소장 책으로 유일하게 만화책 중에 우리 집 책장 메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학습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해도 또 2-3시간은 나눌 이야기가 많은 주제입니다. 오늘은 참기로 하지요 ^^ 늘 강조드리지만, 우리 아이들이 책과 함께 하는 긍정적인 경험이 늘어갈수록 독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고, 글감을 찾는 다양한 시도가 많아질수록 풍성한 글을 쓸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를 위해 꾸준한 전집 활용은 아이들의 작은 호기심을 발견하는 도구로 부모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반드시 소장이 아니어도 요즘은 전집대여 서비스나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전집 공유 등도 가능하니 저처럼 아이들의 <인생책>만들기와 책육아에 진심인 분들은 꼭, 전집활용을 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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