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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come true

아이의 몽글몽글한 세상을 들여다 본 적이 있나요?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열할때의

반짝이는 눈속의 별들을 본적이 있나요?

부모가 본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의 눈에는 그러한 별들이 뜹니다. 


존중 받는다는 기분은 참 좋은 것이다.

‘어떤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을까?’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선물’을 생각해보면 현금이나 상품권, 명품 등이 떠오른다. 그런 것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기분이 좋다.

그런데 ‘어떤 선물을 받으면 감동받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편지 혹은 주는 이의 정성이 깃든 것을 먼저 상기하게 된다.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의 길거리 데이트 장면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여자 주인공이 노점을 지나며 ‘예쁘다’라고 말했던 물건을 남자 주인공이 기억하여 다음 데이트에서 여자 주인공에게 건네는 클리셰가 뇌리에 스친다.

감동은 내가 사랑 받는 존재이고 존중 받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과 함께 한다.

어른들도 이런 작은 것에 감동을 받는데 하물며 아이라고 다를까 싶다. 본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집중해주는 부모님의 양육 태도가 아이를 감동하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귀여운 인생 42개월차 시절의 우리 아들은 탈것과 공룡에 빠져 있었다.

백과사전에 나와있는 탈것들의 종류를 구분하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설명한다. 30여 년을 사는 동안 처음 들어본 종류의 탈것과 생소한 자동차 회사 이름, 어려운 부품을 줄줄 외운다. 저 작은 머리에 어떻게 저런 많은 내용이 들어찰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길고 어려운 공룡의 이름을 줄줄이 외고, 특징까지도 끝도 없이 설명한다. ‘파라사우롤로푸스 왈케리’와 ‘파라사우롤로푸스 시르토크리스타투스’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 아빠는 아이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십번 이상 탈 것 책과 공룡책을 뒤적이며 엄마아빠의 곁을 맴돈다.

아이의 머릿속에는 얼마나 멋진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걸까?

여느때처럼 저녁을 먹으며 신나게 공룡이야기를 하던 아이는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듯 시선을 허공에 두더니 말을 이어갔다.

“비행기 안에서 불이 났을 때 로젠바우어 판터(공항 소방차)가 비행기를 뚫고 불을 끄잖아~ 그러면 뿔이 뾰족한 트리케라톱스가 로젠바우어가 되면 어때?”

아이의 생각이 너무 기발해서 맞장구를 쳐주니 아이의 머리를 거친 재미난 이야기들이 줄줄이 펼쳐진다.

공룡들이 공항에서 일을 한다면 어떤 공룡이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말을 잇는다.

비행기에 기내식을 실어주는 케이터링 트럭의 역할을 입이 큰 티라노사우르스가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목이 아주 기니까 비행기에 승객을 탑승시벼주는 계단차가 되고, 후진을 할 수 없는 비행기를 활주로까지 끌어주는 토잉카는 아주 튼튼한 안킬로사우르스가 맡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스테고사우루스의 등에 골판이 있어서 승객들이 손잡이로 사용할 수 있으니 승객들을 비행기까지 태워오는 버스 역할을 맡고, 관제탑은 멀리 봐야하니까 키가 매우 큰 아파토사우스르가 맡으면 좋겠다고 한다.

공항의 안전을 위협하는 악당이 나타난다면 머리가 엄청나게 단단한 파키케팔로사우루스 경찰이 등장해서 머리로 꽈앙 날려버리고, 케찰코아툴루스가 휙 잡아서 바다에 풍덩 던져버릴거란다. 그러면 바다에 있는 쇼니사우루스랑 모사사우루스 해양경찰이 혼쭐을 내준다고 한다.

42개월 시절의 나는 과연 이런 놀라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가 있었을까. 어떤 면에서는 아이에 대해 존경스러운 마음이 피어 올랐다.

그날 밤 남편과 나는 스케치북 앞에 앉아서 아이가 말한 내용들을 곱씹으며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본디 훌륭한 소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면 원작의 아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듯 아이가 머리로 그려낸 유쾌한 세상을 드로잉으로 풀어낼 때 그 재미를 잃을까 염려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훌륭한 이야기를 들은 감사의 표시는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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