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우주
우리 아이의 우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이가 바라보는 우주를 함께 만들어보세요.
지금보다 대기오염이 적고 밤을 밝히는 불빛도 적었던 30여 년 전에는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밤 하늘에 뜬 별을 심심치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수 천 년 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자극했던 밤하늘, 별자리로 명명되어 이야기가 되고, 항해자들의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으며 노래의 소재가 되어 왔던 그 별들.
인류는 끊임없이 고개를 들어 우주를 희구했고 수십 년 전부터는 직접 우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대단한 천체물리학적 소양을 갖추지 않고 있더라도 블랙홀, 달 탐사, 혜성, 태양계 등의 개념은 꼭 한 번씩 가슴의 꿈처럼 스치는 벅찬 이야기이다.
고개를 들고 다니는 것보다 바닥을 보며 다니는 일이 더 많아진 어른이 되어버린 후에는 우주는 그저 다른 차원의 세상처럼 먼 개념이 되었다.
엄마가 된 후 아이의 관심사를 따라가다 보니 우주가 보였다.
예전 우리의 조상들이 고개를 들어 막막하게 펼쳐진 밤 하늘을 보며 경탄했듯 우리 아이도 우주를 바라보는 눈을 떴다.
호기심이 넘치는 우리 아이, 42개월을 지나며 우주와 행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관련된 책을 열심히 탐독하였다. 식탁에서도, 잠자리에서도 온통 우주 이야기였다.
‘엄마, 블랙홀에 들어가면 빛도 빠져나오지 못한대’
‘아빠, 보이저 1호는 이제 태양계를 벗어나서 엄청나게 먼 우주를 향하고 있대’
아이 덕분에 잊고 있던 우주의 이야기를 다시 접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지나던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입체 행성 스티커를 본 아이는 그 앞에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 평소 장난감을 사달라고 때를 쓰지도 않는 아이인데 이렇게 망부석처럼 앉아서 두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니 생소하였다.
나는 아이의 반짝이는 눈빛에 약하다. 신기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스티커 행성을 요리조리 뜯어본다. 엄마와 아빠를 불러 세워서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같은 생각이었다. 계획에 없던 지출이었지만 이것은 꼭 사주어야겠다는 동감의 신호였다.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스티커를 이리저리 살피며 눈을 반짝였다. 만면에 가득한 미소,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테니 잘 들어보라는 상기된 목소리에 엄마와 아빠는 그저 웃음이 나온다.
스티커 놀이는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이다. 무(無)의 공간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장식한다는 점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는 모양이다. 다만 주부 입장에서 아이의 행동을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어떻게 하면 집을 보존하면서도 아이가 만족스러울까 고민을 한 끝에 아이와 태양계를 함께 만들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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