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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주는 말은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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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어를 줄이고 긍정어로 이야기해주세요~” 육아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단골 멘트입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말과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부모님의 말투와 행동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을 테니까요.

금지옥엽 키운 내 자식에게만큼은 상냥하고 따듯한 말만 해주고 싶었는데 현실은 쉽지 않더군요. 아이들 말하기 습관을 교정해주면서 부모님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고 부모 교육 때 권유해 드렸던 이론들이 제가 엄마가 되고 나니 정말 이상과 현실의 갭차이가 크구나 느끼게 되었답니다. 

가장 후회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아들이 3살 무렵까지는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떼를 쓰거나 소유욕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공룡 피규어 선물을 받게 되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하루 종일 그 장난감만 가지고 놀더라고요. 그 장난감을 쥐고 잘 정도였어요.

하루는 이 공룡들이 싸우는 시늉을 하며 공룡 피규어를 던지는데, 딱딱한 장난감을 던지는 행위가 조금 위험해 보이더라고요.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던 아이에게 저는 본의 아니게 협박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나~ 안되겠다~ 이렇게 공룡들 자꾸 던지면 이거 다 갖다 버려야겠네~”

그러면서 제가 그 피규어들을 버리는 시늉했습니다.
그랬더니 엄청 충격을 받으며 울더니 그다음부터는 다시는 피규어를 던지지 않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가 피규어를 던지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곧잘 할 때부터 아이는 화가 나면 “버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엄마~ 버려~”, “동생 쓰레기통에 버려~” 이렇게 말이죠.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다그쳐도 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아이에게 “버려”라는 말이 강하게 인식되었는지 금방 고쳐지지 않았답니다. 

그 이후로 제가 하는 부정어를 아이가 따라 할 때면 저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죄책감들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화가 날 때 “나는 엄마가 싫어!” “엄마 저리 가!”라는 식의 상처 주는 말을 할 때면 내가 아이에게 그렇게 말했었나? 하며 흠칫 놀랄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였지만 아예 그런 말을 안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부정어’도 꼭 필요한 상황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이를 닦지 않으면 입 냄새가 나~ 그건 더러운 거니까 이를 닦자!”라고 이야기했다고 가정해보아요.

그런데 아이가 처음 본 낯선 어른에게 “할아버지 입 냄새 나~ 더러워”라고 했다면요?

상황에 따라 말하는 방법을 아직 모르는 아이는 엄마에게 들은 대로 말했지만 실수한 것이죠. 


📖

< 오늘은 정말 정말 엄마가 싫어요! >

ⓒ이은예, 맘블리 앰버서더

그런 날 있죠. 뭐든 하는 것마다 엄마가 다 “안 돼~ 하지마~”라고 하는 날 말이에요.
주인공에게 그런 날이었어요. 어항에 콩깍지를 넣으면 안 된다. 책상 위에 올라가면 위험하니 안 된다. 엄마 통화 중이니 시끄럽게 말하면 안 된다. 등등 말이에요.
모든 것을 안된다고 야단 맞은 주인공은 결국 화가 나 자신의 방에 들어가 화가 난 엄마의 모습을 벽에 그려봅니다. 그걸 본 엄마는 또 혼을 내며 벽에 그림을 그리면 안된다고 야단을 치죠. 주인공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요.

결국 그는 큰소리로  “엄마가 정말 싫어요!”라고 소리치고 말죠.
막상 소리치고 나니 엄마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에 당황합니다. 후회되어 바로 그 입을 막아버렸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충격받아하는 엄마의 얼굴을 보며 주인공은 변명을 둘러댑니다. “엄마가 어제 브로콜리가 싫다고 했잖아요~ 나도 그래서 엄마가 싫다고 이야기한 거예요.”

그때 엄마가 브로콜리 등 취향을 이야기할 때는 싫다고 말해도 되지만, 엄마처럼 사람한테는 싫다고 말하면 상처받는 말이 된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주인공은 싫다고 말해도 되는 것과 말하면 상처 되는 말을 구분하게 됩니다.

더욱 미안해진 주인공이 묻습니다. “엄마 혹시 내가 싫어졌어요?” 그때 엄마는 대답하죠. “내가 왜? 나는 네가 그렇게 말해도 너를 사랑한단다.” 아이도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서로 꼭 껴안으며 책은 끝이 납니다.

읽으면서 스토리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책을 통해 부정어를 적절하게 사용해도 되는 상황이 있고 잘못 사용했다가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기회가 될 것 같아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

다빛이네 대화독후감

“빛이도 가끔 엄마가 싫다고 이야기하잖아~”

“맞아!” 

“그런데 정말 엄마가 싫어? 얘도 엄마가 진짜 싫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했을까?”

“화가 나서 그런 거야. 진짜로는 얘는 엄마를 사랑하는 거야~ 빛이도 엄마를 원래는 사랑해.”

“맞아, 아무리 화가 나도 엄마 싫다고 말하면 왜 안 될까? “

“음… 상처받으니까.” 

“맞아~ 그런데 브로콜리 싫다고 이야기하는 건 될까? 안될까?”

“음… 몰라.”

“브로콜리가 싫다고 하는 건 괜찮아~ 너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니까!”

“엄마…브로콜리는 괜찮을까? 상처 받지 않을까? “

“그럼~ 괜찮아~그런데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면 매우 상처받아서 나중엔 네가 놀자고 해도 안 놀아줄 수도 있어~”

그 이후 아들은 “엄마 싫어~”,”친구 버려” 등의 말을 순간 화가 나서 할 때면 “빛이야~ 그건 친구가 상처 받는 말이라고 했지? 그렇게 이야기하면 속상할 거야~ 그러니 그런 마음이 들어도 좀 참아보자!”라고 지도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아들은 부정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구분이 가능해진 것 같았어요.

“너 초코 우유 먹을래?”

“난 초코 우유 싫어해 난 딸기 우유가 더 좋아! 난 그거 먹을래~”

사물에 대한 선호도를 표현하는 것과 사람을 미워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된 거지요. 

ⓒ이은예, 맘블리 앰버서더

놀라운 것은 이런 대화를 나눈 것을 듣기만 했던 세 살인 둘째 딸이 이 내용을 전부 이해하고 있다는 거예요.

아직 말을 유창하게 못 하는 딸이지만, 요즘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바로 이 책입니다. 

화가 난 주인공의 얼굴이 나온 페이지를 보며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되어 연기를 하며 “엄마가~정말~ 싫! 어! 요!”라고 흉내를 낸 후 검지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하며 “띠이~~~”(그런 말은 안된다는 의미로)라고 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를 넘겨서 “브로콜리가 싫어요~”를 읽어주면 고개를 끄덕이며 “돼 돼 돼!”라고 말합니다.

가끔 오빠와 친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상처 받은 것 같으면 상처 받은 친구를 안아주고 상처 주는 말을 한 친구에게 가서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하며 “띠!!”라고 합니다.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겠죠. 

이렇게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부정어는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것을 어린 둘째 아이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답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말을 유독 예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많고 늘 사랑받는 사람이 되지요.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회성이 좋다고도 말합니다.

우리 아이가 예쁜 말을 하는 아이로 자라길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만 앞서서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못된 말에 부모는 화를 내거나 엄하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사회성에 관련된 그림책을 읽으며 어떤 맥락에서의 부정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나의 말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들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건 어떨까요?

책은 언제나 저에게 참신한 교육 방법을 알려줍니다. 
책은 우리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알려줍니다. 

책을 읽고 나서 하는 대화 독후감은 주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사실 이해에 대한 퀴즈가 아니고 줄거리를 요약해보는 시간이 아닙니다. 이야기를 통해 삶의 태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나누게 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맘블리 독자분들도 이 글을 읽고 책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세상을 알려주시는 귀한 대화 독후감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사회성 동화책을 읽을 때 대화 꿀팁

1. 같은 말, 행동이라도 상황, 상대방, 사회,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시면서 그 차이를 찾아보세요. 

2. 아직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나의 행동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물어보며 대화해보아요. 

3. 내가 주인공이면 어떻게 할지 동화에 나온 대로 행동하게 되면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감정이 나올지 조명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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