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책에게 세상을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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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에게 스마트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가지 이유로 스마트 미디어를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나 요즘 이른 시기의 스마트폰 사용은 부모님들의 육아 도구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TV나 스마트 패드,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스마트 미디어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간접 경험의 도구로 아이 교육에 중요한 매체인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청소년 게임 중독’에 대한 이슈가 컸다면, 이제는 ‘유아 미디어 중독’도 고민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자주 보여주면 중독이 된다, 뇌가 작아진다.” 등등의 위험한 경고가 있는가 하면 반대쪽에선 “이제는 미디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이다. 코딩이 필수 과목이 되는 요즘에 미디어 활용을 할 수 있게 자주 접해주어야 한다.” 등의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맘블리 어머님들은 미디어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미디어 생활에 대해 어떻게 지도해주시나요? 미디어에 대한 상반된 의견이 모두 강조되는 현실과 교육관 사이에서 혼란스럽지는 않나요?

저는 스마트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매우 민감한 엄마였습니다.
처음 아이를 양육할 땐 절대 미디어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보여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부단히 노력했지만 공동 육아를 하면서 스마트 미디어를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피했습니다. 

아이들의 조부모님들은 미디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미디어 노출을 시작하였고, 또래 친구들을 만날 때 친구들이 미디어를 보면 우리 아이만 안 보여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가 크고 나서는 미디어를 보고 싶다고 스스로 주장했는데, 그때마다 강하게 안 된다고만 이야기하는 것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미디어를 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아이가 미디어를 할 때 엄마인 저 몰래 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에요. 또 미디어에 대한 경직된 생각이 지금 살아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었고 미디어 때문에 조부모님과 의견 충돌하는 게 아이들에게 혼란스러움을 주지 않을까 염려도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내가 왜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미디어 노출에 민감한 이유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를 절제하면서 자란 환경이 지금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12살일 때 TV를 너무 좋아해서 학교를 자꾸 지각했었어요.
그래서 가족회의에서 TV를 집에서 치우자고 안건을 내서 지금까지 저희 친정에는 TV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더 많은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세 남매였던 저는 TV가 없어져 심심해진 그 시간을 오빠와 남동생과 함께 놀면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거나 서로 퀴즈를 내며 놀았어요.  조금 더 커서는 서로 대화만 해도 밤을 샐 정도였죠. 그랬던 저희는 성인이 되어서도 관계가 좋습니다.

저는 미디어 시청을 절제하고 가족과 소통하는 시간을 늘었던 것이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미디어는 일방적인 소통이기 때문에 미디어를 절제하고 사람을 만나 쌍방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었습니다. 

남편 역시 게임을 하거나 미디어 사용을 즐겨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남편과 만나 연애와 결혼한 시간 동안 함께 대화도 많이 하고 같이 여행을 다니고 자연을 거닐던 것이 전 너무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에 중독되어 시간을 낭비하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제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제가 왜 아이들에게 미디어 절제를 하려고 했는지 미디어 대신 어떤 가치를 알려주고 싶어 했던 건지 고민 끝에 저는 어린이 미디어 절제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첫째, 미디어를 보되 횟수와 시간을 정하고 보는 습관 들이기

둘째, 미디어에서 오는 즐거움 외에 다양한 경험과 자극들을 할 수 있도록 돕기


📖

< 방구석 감자 >

ⓒ이은예, 맘블리 앰버서더

이 책을 읽으면 방구석에서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TV만 보는 감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소파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서 밖에 나가지 않고 TV만 보는데요. TV도 한 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틀어놓죠.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많은 TV 사용으로 전기가 나가게 됩니다.
방구석 감자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왔다가 눈 부신 햇살, 시원한 바람. 낯선 자연을 경험하며 새로운 기쁨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감자는 산도 오르고 도전적인 경험을 하며 스스로 미디어를 절제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방구석 감자는 달라졌습니다. 많은 경험을 하고 세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미디어를 보며 즐거움을 느낄 때도 있지만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책을 만나 매우 기뻤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책을 읽을 때마다 아이들이 책 내용에 몰입할 수 있도록 그 책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니다.
마침 방구석 감자라는 책을 읽을 때도 아들은 주인공과 대화를 나누더니 몇 번이고 더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

다빛이네 대화독후감

언제 한번은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가을이어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질 때였죠.

아들은 떨어진 낙엽을 주워서 물가에 떨어뜨리고는 혼자 까르르 웃었어요.
물 아래로 낙엽이 졸졸졸 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방구석 감자 책을 찾아서 표지 속 방구석 감자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방구석 감자야~ 지금 가을이야~
가을이 뭔지 알아, 너?
가을이 되면 나뭇잎이 막 떨어져.
떨어진 나뭇잎을 물에다 떨어뜨리면 졸졸 떠내려간다.
흐흐흐 다음에 너도 해봐. 깔깔깔”   

“빛아~ 그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

“엄마, 얘는 밖에 안 나가고 맨날 집에만 있는 애야~
그래서 내가 뭐가 재밌는지 이야기해주려고.
밖에 재밌는 게 많다는 거 알려주는 거야.”

ⓒ이은예, 맘블리 앰버서더

가끔은 낙엽들을 잔뜩 주워서 방구석 감자에게 보여주겠다고 집으로 가져온 적도 있었고, 비가 올 때는 뭘 하면 좋은지, 눈이 올 때 눈을 만지면 무슨 느낌인지, 그 눈을 집에 가져오면 녹는데 그게 얼마나 신기한지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한동안 아들은 그 책을 자기 전에 가지고 와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는 그 책을 끌어안고 잠들었답니다.

이런 시간을 가지며 저는 엄청난 희열을 느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일방적인 내 생각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아이와 충분히 했던 대화와 책 활동이 아이 스스로 미디어를 절제하는 이유를 찾게 해준 거니까요.

어릴 때 제가 그랬듯 미디어를 절제하는 자기 모습이 멋지다고 자부심을 느끼며 긍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고요.

현재 저희 아이들은 스마트 미디어를 즐기되 미디어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TV를 많이 볼 수 있는 날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가는 날입니다. 아이들은 가서 TV를 볼 생각에 매우 기뻐하지만 집에 가서 더 보여달라고 떼를 쓰지 않아요.

더 나아가 먼저 TV를 끄면서 “이제는 엄마랑 놀래, 밖에서 놀아야지~”합니다.

가끔 아빠가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아빠 핸드폰만 보고 있으면 안 돼요. 엄마랑 놀아줘야지! 밖에 나가서 같이 놀아요~”라고도 이야기합니다.

미디어의 재미와 관계에서 오는 기쁨, 자연에서 오는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사실 아들은 유독 딸보다 TV 보기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약속한 시간이 되어 미디어를 끄면 울며 떼를 쓰는 날도 있었지요.

그러나 꾸준히 약속한 대로 절제하는 것을 반복하니 습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미디어를 절제하면 왜 좋은지 많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TV를 많이 보면 눈 나빠지고 머리도 아프다는 엄마들의 잔소리 같은 이야기도 해보았고, 제 지난 이야기를 하며 친구들과 가족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아이에게 교육한다는 것은 성급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하지요.

그림책을 읽는 시간 속에 아이만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엄마도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이야기 나누면 좋을지를 그림책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유익한지, 왜 교육하려 하는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은 엄마를 더 단단하게 합니다.

요즘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하는 1순위가 미디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디어에 관한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며 대화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 미디어 관련 책을 읽을 때 대화 꿀팁

1. 가르치려 하지 말고 아이의 생각을 먼저 들어보세요.
또 주변 친구들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미디어를 접하는지 물어보며 또래 친구들 생각도 물어보세요.

2. 미디어의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주인공에게 미디어를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알려주자고 하며 이야기 나눠보아요.

3.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맞는 미디어 방침을 아이와 상의해서 만든 후 지키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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