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생후 24개월쯤에 본격적으로 그림책을 읽기 시작할 때 생활 동화를 추천합니다.
바로 자기주장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가 24개월부터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할 시기를 지나 엎드리고 기고 걷는 24개월쯤이 되면 자기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듣고 표정과 옹알이로 반응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24개월쯤이 되면 “좋아, 싫어” 등의 자기 표현을 할 수 있는 언어적 발달이 이뤄집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더 이상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게 생깁니다.
그래서 엄마는 너무 당혹스러운 시간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요즘은 생활 동화가 너무 잘 되어있습니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가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는 시리즈로 연재되는 형식의 전집도 많은데, 그것을 접하다 보면 아이들은 그 캐릭터가 실존 인물은 아닐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며 캐릭터는 아이의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 캐릭터에 애정이 생기면 모든 이야기에 애정을 가지고 읽기 때문에, 책에 흥미를 갖게 하기엔 제격입니다.
제 아들은 비교적 순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두 돌 전까지는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왜 하면 안 되는지 부드러운 어조로 설명해주면 하면 안 되는 건가 보다 하고 고집을 꺾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갈수록 자기 표현이 뚜렷해지고 제가 아무리 설명해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당혹스러움이 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의사: 아이가 슬슬 말을 너무 안 듣죠?
그거 너무 당연한 거니까 너무 혼내지 마세요~나: 선생님! 어떻게 아셨어요~
요즘 뛰지 말라는데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밀지 말라는데 밀어요.
안 혼내고 싶어도 순간 저도 마음이 급하면 소리부터 나가게 되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의사: 어디를 가기 전에 그곳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먼저 하고 가세요.
그러면 아이가 더 주의 깊게 들을 거예요.
영유아 검진을 갔을 때, 들은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는 장소와 그 장소에 맞는 질서들을 미리 이야기해주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다가 아들이 좋아하는 공룡 캐릭터를 주제로 한 생활 동화를 우연히 사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아들은 정말 그 책에 빠져 살았어요. 총 100권이 되는 책을 모두 5번 이상은 읽었고 좋아하는 책은 거의 30번은 읽었던 것 같아요.
읽어줄 때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아서 책을 좋아하라고 읽어줬는데 그 책이 빛을 발할 때는 생활 속에서 아이를 지도해야 할 때였습니다.
📖
우리 아이들, 무진장 뜁니다. 쿵쾅쿵쾅!!
아이들은 자신이 뛰는 바닥이 누군가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죠.
그래서 뛰지 말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잔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어느 날, 층간 소음에 관한 책을 읽어준 적이 있었어요.
큰턱이의 아파트 윗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윗집에서 너무 쿵쿵대서 큰턱이는 너무 괴로워합니다.
고민 끝에 큰턱이는 윗집에 조용히 해달라는 편지를 써 보내면서 자신이 쿵쿵거릴 때 아랫집도 시끄러웠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랫집에도 그동안 뛰어서 죄송했다는 편지를 써 보내며 이웃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따듯한 결말로 마무리합니다.
“엄마, 우리 집에도 천장에 누가 살아?”
“응, 근데 빛이가 밤에 잠을 잘 자라고 조용히 살금살금 다녀주시는 거야. 만약에 윗층에서 시끄럽게 한다면 빛이는 싫겠지?”
“엄마 그럼 우리 집 바닥에도 누가 살아?”
“그럼~ 당연하지. 너희가 너무 신나서 쿵쾅거릴 때 꾹 참아주시다가 밤에 가끔 전화 주시는 거야. 이렇게 우리집 천장 집도(윗집) 바닥 집도(아랫집) 다 우리를 배려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살금살금! 우리도 편지 쓸까?”
아들은 바로 아랫집에 죄송하다는 편지를 썼답니다.
생활 동화만 읽었을 뿐인데 동화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해서 일상이 변화된다는 것은 엄청난 힘입니다.
👩👦
하루는 아이와 아울렛에 놀러 갔습니다.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는데 아이가 장난감 가게에 가려고 했어요.
어린 둘째 아이를 안고 있었던 저는 첫째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 다녔는데 아무래도 첫째가 이곳저곳 궁금한 게 많아서인지 자꾸 손을 놓으려고 하더라고요.
“빛이야~ 이 손 놓으면 안 돼!
여긴 사람이 너무 많아! 같이 다니자!”
수도 없이 이야기해도 이미 새로운 장난감에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에게 제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러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공룡 주인공이 시장에서 빵 굽는 냄새가 좋아서 그 냄새를 따라갔다가 엄마를 잃어버렸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빛이야~ 빛이야! 그때 우리가 본 대발이가 빵 냄새 따라갔다가 어떻게 됐지?
엄마를 잃어버렸잖아. 너도 엄마 손 놓으면 엄마 잃어버릴 지도 몰라~”
그 순간! 아들이 멈칫합니다.
아들의 눈에 그 내용이 스쳐 가고, 그 주인공의 두려움과 슬픔 등의 감정들까지 다 떠오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제 손을 잡더라고요.
그때 저는 생활 동화의 힘을 맛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왜 하지 말라는 것을 하고 싶을까요?
어른들은 많은 경험을 통해 행동에 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경험이 없고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먼저 그림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왜 하면 안 되는지 이해하기 쉽고 그 행동을 안 하려고 할 확률이 높습니다.
생활 동화는 호기심이 많아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그 행동의 결과를 먼저 알려주는 역할도 하지만 공동체와 함께 할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야기해주면서 아이에게 공동체 정신과 예절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아이들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한 상황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 게 엄마가 할 일이지요.
그럴 때 생활 동화는 엄마를 도와주는 큰 힘이 됩니다. 아이는 생활 동화를 읽으며 자기 행동이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 더 나아가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땐 그냥 읽어주는 것보단 질문을 많이 하셔서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시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생활 동화로 상대방과 사회까지 시야가 열린 친구들에게 자기 행동에 대한 근거를 단단하게 해준다면 주체성 있게 생활 질서를 잘 지키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다급히 화내기 이전에 책을 통해 일상생활 속 태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시켜주어 보아요.
💡 생활 동화책을 읽을 때 대화 꿀팁
1. 새로운 체험을 할 때 관련된 생활 동화를 읽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와 약속하고 가보세요.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체험학습을 간다면 체험학습에 관한 생활 동화를 읽으며 주의할 점은 뭐가 있는지 먼저 이야기 나누고 약속하면, 가서도 아이가 당황하지않고 돌발행동도 줄일 수 있어요.
2. 생활 동화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내가 피해 봤던 경험이 있다면 떠오르게 해줘요.
나도 모르게 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사회성을 자라나게 해주세요.
3. 하지 말라는 경고보단 올바른 행동에 대해 알려주시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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