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을 풀어놓을 수 있고 치울 걱정 안 해도 되는 곳은 어디일까?
그건 바로 놀이터!
제주에는 정말 다양한 볼거리와 관광지가 많지만, 한 번에 너무 많은 자극은 때때로 아이들에게 더 큰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큰맘 먹고 여행을 왔고 제법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으니 이리저리 다니며 본전을 뽑고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그럴수록 오히려 숨 한번 크게 들이키고 내쉬면서 슬로우 여행을 해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여행 중이든 일상 중이든 간에 어찌 됐든 하루에 최소 한 번 이상은 마음껏 뛰놀아야 에너지가 발산되는 아이들을 위해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제주임을 만끽하면서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특별한 놀이터를 소개한다.
제주도에는 육지처럼 대단지형 아파트가 많지 않고, 잦은 태풍과 유달리 강한 바람 때문일까 놀이터에서 그네를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제일 좋아하는 제니를 위해 그네 있는 놀이터를 찾던 중, 숲길 산책하러 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초록초록한 그 길을 따라 나와서 아주 널따란 정원을 지나다 보면, 금세 놀이터를 두 개나 발견할 수 있다.
화장실 좌측으로는 일반 놀이터가, 목재 체험관 우측으로는 숲 놀이터가 있다.
내가 이곳을 유독 추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숲 놀이터 때문이다!
제주에는 당연히 숲 놀이터가 많을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막상 제니를 낳고 키우면서 찾아다녀 보니 좀처럼 찾기 쉽지 않다.
물론 자연 그 자체가 아이들에게 놀이터인 건 맞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그 평범한 놀이터들은 생각보다 흔치 않고 많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러니 여기처럼 목재로 이루어진 숲 놀이터는 특히 더 귀하다.
처음에 알게 되었을 땐 정말 보물찾기에서 보물을 나 혼자 발견한 기분이 들었을 정도다.
제니를 20개월쯤 데리고 갔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몹시 추운 겨울날이었다.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그리고 털모자까지 꽁꽁 싸매고 갔었는데 다행히도 산책로를 걷는 것도, 연못을 둘러 걷는 것도 아이가 아주 좋아했다. 그때가 한참 그네 재미를 알아버렸던 시기였는데, 자기도 살겠다고 그네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넷줄을 양손 꽉 붙들어 쥐어 맨 그 조그맣던 손이 어찌나 사랑스럽고 귀엽던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정말 한참 동안 그네를 탔는데, 다행히 다른 아이들이 없어서 독점하고 탈 수 있었다. 정확한 기구 명칭까지는 모르겠지만, 미끄럼틀부터 시작해 약 10가지 내외 기구들과 소소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어영공원은 오션뷰 놀이터가 있는 곳이다. 게다가 놀이터에 그네도 있다.
제주에서 유독 흔히 볼 수 없는 그네를 타면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멋지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인기가 많은 놀이터 중에 하나라서 그네 같은 경우는 아이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주공항과 아주 가까워 아마 차를 타고 지나다니면서 한 번쯤을 봤을 수도 있는 놀이터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아름다운 바다가 바로 눈앞에 쏟아지는 곳이다.
이곳은 제주시에 살 때 닉과 데이트하면서 자주 들렸던 곳이기도 한데, 그때엔 아이가 없었으니 놀이터는 관심 밖이었다.
노을 맛집 중 한 곳이라 간식거리 사 들고 종종 이곳에 앉아 남편과 수다 떨고 놀던 곳 중 하나였다.
우리는 서귀포에 살고 있어서 아무래도 내가 상대적으로 잘 알고 있는 서귀포 위주로 추천하는 경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도 아름다운 것을 알아서일까?
제주시 쪽에 일을 보러 올라갔을 때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면서 스쳐본 놀이터를 어떻게든 가겠다고 제니가 고집을 부렸다. 결국엔 차를 돌리고 돌려 다른 일정들을 취소하고, 여기서 한참을 놀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비행기 타고 오느라 지친 아이에게 빠른 시간 안에 환기를 시켜주기 위해서, 또는 오랫동안 이동하느라 차 안에서만 있어 지루했을 아이에게 에너지 발산을 시켜주기 위해서 등 여러 이유와 상황에 유용한 놀이터다.
혹시 공항 근처를 지난다면 꼭 한번 들려서 푸른 파도가 눈앞에서 철썩이는 바다 그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면 아이에게 분명 특별한 기억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다만 이곳은 도로 바로 옆에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용담레포츠공원은 어영공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열렸던 동네 청소년 가요제에 그 유명한 양지은 씨가 공연 온다고 하기에 겸사겸사 지인들을 만날 겸 구경하러 가보고 알게 됐다.
이 안에 어린이놀이터가 있는데, 세상에… 집라인이 있는 데다 근사한 목재 놀이터다.
이곳에 그네는 없지만 아이들이 마구 뛰어다녀도 될 만큼 충분한 공간과 미끄럼틀부터 시소 등 여러 놀이 기구가 있다.
공항 근처다 보니 이륙 또는 착륙하는 비행기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놀이터이기도 해서, 비행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 취향에 맞을 테고 관심이 없더라도 하늘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 동네에선 아이들에게 굉장히 인기가 많은 놀이터라는데, 우리가 갔던 저녁 시간에는 행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학교 마치고 많이들 놀러 오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집라인!
집라인은 아주 어린 아이들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초등학생 아이들까지도 충분히 커버하는 놀이기구이니 마음껏 즐겨보길 바란다.
다만, 우리가 갔을 때 캄캄한 저녁 시간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있다 보니 집라인을 타고 내려오는 아이와 지나가시던 할머니가 부딪혀서 사고가 나는 걸 목격했는데 밤에는 집라인을 타는지 안 타는지 잘 보이지 않는 데다 조명이 없다 보니 어두워서 다치기 쉬워 보였다.
나도 지나가면서도 여기에 집라인이 있는지 몰랐을 정도이니, 밤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그 사고 이후에 집라인을 계속 운영하는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앉아 있을만한 벤치도 넉넉하게 있고, 워낙 터가 넓은 편이다 보니 제니가 친한 언니, 오빠들을 만나서 정말 몇 시간을 원 없이 뛰어놀았던 놀이터다.
어영공원과 함께 묶어서 들려보길 추천한다.
제니가 닉과 제일 자주 가는 놀이터가 있는 공원이 칠십리시공원이다.
동네 어르신들이 게이트볼 치러 가시는 대표적인 곳이기도 하고 동네 주민들이 운동하러 많이 가는 곳 중의 하나인데, 그 게이트볼장 바로 앞에 꽤 규모가 있는 놀이터가 있고 무려 집라인이 있다!
제주시에 용담레포츠공원이라면, 서귀포시에는 칠십리시공원이다.
아마 서귀포에선 집라인이 있는 놀이터는 여기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곳도 역시 그네는 없지만 목재로 된 놀이터고, 영유아와 유아 미끄럼틀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 데다 제법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어 어린아이들도 놀기 좋은 곳이다.
제니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어려서 그런지 집라인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실제로 키즈카페 같은 곳을 가더라도 집라인은 안전상 나이 제한이 있어서 제니는 타 볼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언니, 오빠들 타는 모습을 한참 관찰하더니 본인도 타고 싶어하고, 옆에서 보조해주고 잡아주면서 태워주면 무척 재밌어하기도 한다.
혼자 줄을 잡고 매달려 있어야 하다 보니 그 힘을 키우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집라인은 인기가 많아서 아이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편인데, 평일 어린이집 마치기 전이라면 훨씬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이 놀이터에는 그늘이 있는 벤치가 있는데 항상 가보면 아이들을 놀이터에 풀어놓고 수다를 신나게 즐기고 계신 엄마 그룹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공동육아 하기에도 좋고 엄마들도 쉴 수 있는 인기 놀이터다.
게다가 이곳을 정말 자주 가면서도 우리가 무척 애정하는 이유는 위에서 소개한 다른 ‘공원’이란 이름과는 결이 다르게 정말 아름다운 공원 속에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매화꽃을 특별한 장소를 찾아가지 않으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데, 많은 매화나무가 이곳에 심어져 매화군락을 이루고 있어, 매화꽃이 피는 봄에는 코끝에 맴도는 짙은 향기와 더불어 하얗게 피어난 계절의 아름다움을 그야말로 만끽할 수 있다.
또 지금처럼 겨울에는 동백나무가 많아 일부러 멀리 동백군락을 찾으러 가지 않아도 이 공원에서 붐비는 사람 없이 아주 한가로이 동백꽃을 즐기며 떨어진 꽃잎을 가지고 실컷 놀 수도 있다. 가을에는 놀이터 바로 옆에 낙엽이 아주 폭신폭신하게 쌓여있어서 낙엽 놀이를 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올레길 7코스 또는 하영올레길 코스 중 하나일 만큼 대표적인 산책길인데, 작은 연못길과 천지연 폭포 전망대도 있어 놀이터에서 놀기 전후 아이와 함께 산책을 즐기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다.
제니는 유독 발에 열이 많은지 한번은 낙엽 놀이를 실컷 하고 난 뒤 양말이랑 신발을 죄다 벗어 던지고는 이 길을 계속 뛰어다녔다. 맨발이라 발이 다칠까 걱정하며 쫓아 다녔는데, 다행히도 관리가 잘 되는 곳 중에 하나라 바닥에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놀이터 갈까?”라고 물어볼 때면 항상 “칠십리놀이터 가자”라고 대답하는 제니의 최애 놀이터,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한다.
신화월드는 리조트나 워터파크, 테마파크로 워낙 유명해서 많이들 알고 있지만, 이 안에 아이들 취향 저격 놀이터가 있다는 것, 게다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아시는지 모르겠다.
초반에 신화월드가 처음 개장하고서 한동안 도민들에게 무료입장시켜줘서 닉과 단둘이 다녀온 적이 있었다.
놀이기구가 전부 다 뱅글뱅글 도는 것들이라 몇 개 안 되는 기구를 다 타고나면 어질어질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고, 라바 캐릭터 위주인 데다 당시에는 아이가 없었다 보니 나에게는 전혀 흥미롭지 않은 놀이공원이었다.
그런데 이게 아이를 낳고 보니 완전 또 다르다.
작년 추석 연휴 때 이곳에서도 민속놀이 행사를 한다고 해서 만삭인 몸을 이끌고 제니를 데리고 찾아가 봤는데, 세상에나 일단 무료로 입장 할 수 있어 깜짝 놀랐다.
추석이라 한시적으로 무료입장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장료는 무료고, 놀이기구를 탑승할 때만 해당하는 비용을 내면 되는 구조였다.
그날은 제니 손을 붙잡고 들어가자마자 출구로 나오시는 어떤 어머님이 나에게 쓱 종이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몇 초간 벙쪄 있었는데, 3개 중 1개가 남았으니까 쓰라면서 주고 가시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종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리조트 투숙할 때 연계된 것으로 놀이기구 3개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었는데, 아이가 2개만 타고 나와서 하나 남았으니 아까워서 주고 가신 거였다.
우리의 본래 목적이었던 민속놀이 존에서 제니가 윷놀이며 제기차기며 신나게 놀고 난 뒤, 시간이 여유롭다 보니 제니가 탈 수 있는 기구가 있으면 하나 타볼까 하는 마음으로 산책 겸 돌아다녔는데 마침 타이밍이 맞아 메인 무대에서 진행하는 공연도 관람할 수 있었다.
아이들 취향에 딱 맞는 인형탈을 쓰고 나온 배우들이 마술쇼 공연을 해줬는데 기대보다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맨 앞에서 보고 나왔다.
작년 9월의 제주는 여름 날씨처럼 아주 뜨겁고 더운 날이 유독 많았고 이 날도 야외에 앉아서 공연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의 땡볕이었지만, 운영팀이 센스 있게 공연 시작 전에 햇빛 가릴 수 있는 긴 우산을 쫙 준비해 원하는 사람들은 우산을 가져다 쓸 수 있게 해주어 아이와 편히 관람할 수 있었다.
대부분 놀이기구는 나이제한보다는 키 제한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개월 수에 비해 작은 키에 속하는 제니가 탈 수 있는 기구가 많지 않거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이동산의 꽃인 회전목마는 그래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티켓 찬스를 이용하러 가봤다. 이곳은 라바 회전목마다. ‘회전목라마’라고 불러야 할까? 말이 아니라 라바 캐릭터들을 탄다.
미디어 노출을 아직 일절 하지 않고 있는 제니인데도 도대체 어디서 봤는지 신기하게도 라바를 알고 있었다. 아이들은 캐릭터를 금세 기억하고 금세 친숙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원래 말을 좋아하는 데다가 라바 말이라면서 반짝이는 눈과 빨갛게 상기된 뺨으로 타면서 얼마나 좋아하던지, 다음에 쑥쑥 커서 혼자 탈 거라며 신나게 깡총깡총 뛰던 모습이 잊히지지가 않는다.
이 라바 회전목마 바로 앞에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놀이터가 있다.
이름하야 포토존 미끄럼틀 놀이터.
대부분 놀이기구가 미끄럼틀인데 커다란 배 미끄럼틀부터, 과일 미끄럼틀, 개구리 혓바닥 미끄럼틀 등 신기한 미끄럼틀이 가득하다.
캐릭터나 디자인이 무척 화려하고 재미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네나 시소 등 다른 기구들은 없지만, 줄로 된 놀이기구도 있고 사진 찍어주는 재미가 크다.
이런 놀이터가 무료라니 나는 아주 놀라웠다.
진작 알았으면 자주 데려올걸 싶었던 신화월드의 테마파크 라바놀이터.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즐길 거리와 공연들도 무료로 볼 수 있고, 복합 쇼핑몰에서 먹거리도 곧바로 해결되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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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놀이터가 이상하게도 제주에서는 육지만큼 흔하지는 않다. 또 워낙에 대단지 아파트가 없다 보니 아파트 놀이터 자체도 육지만큼 시설이 좋거나 뛰어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육지에서 접하던 시설 좋은 놀이터들을 생각하고 찾는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제니와 함께 가봤던 곳들 중에서 가장 이색적이면서도 시설이 좋은 곳들을 골라 추천해보았으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나는 우리가 같은 책이나 영화를 여러 번 볼 때마다 느끼고 보이고 와 닿는 것이 달라지는 것처럼, 같은 장소도 갈 때마다 날씨나 기온에 따라 또는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매번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제니는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이가 거의 두 돌 무렵에 가까워 질 때까지는 가급적 집 근처나 동네 위주로 아이와 함께 반복적으로 다녔다. 그 이후부터 차츰 범위나 장소를 넓혀 갔는데, 지금 31개월이 되어서도 놀이터도 가는 곳들만 주로 가고 있고 새로운 곳은 천천히, 하나씩 소개해주고 있다.
같은 곳을 반복해서 갔을 때 좋은 점은, 갈 때마다 기구를 타는 방법이나 동작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발전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고 이전과 다르게 어떻게 응용하는지도 관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장소를 다니는 것도 다양성이나 호기심 자극 면에서 필요하지만,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올 때마다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아주 크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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