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태희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길쭉길쭉 신기한 모양, 겉은 딱딱하지만 껍질을 까면 나오는 부드러운 촉감과 식감에 달달한 맛까지…
바나나는 태희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아버렸다.
과장 조금 보태서 첫돌쯤부터 29개월인 지금까지 집에 바나나가 떨어진 날이 거의 없을 정도로 태희의 최애 과일이 바나나다.
사실 나는 수없이 반복했던 다이어트로 바나나라면 냄새조차 맡기 싫은데, 태희는 먹을 때마다 자꾸 내 입에도 넣어준다.
태희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다가오는 바나나를 거절하기 조금 힘들어질 때쯤…
바나나를 빵으로 만들어서 함께 먹어 볼까 하고 바로 바나나 틀을 주문했다.
틀까지 사는 건 내가 너무 성급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차피 바나나 빵을 만들어 줄 거 태희가 엄청. 엄청. 엄청나게 좋아하게 바나나 모양으로 만들어주자! 앞으로 자주 쓰겠지! 합리화하며 틀을 6개나 사버렸다.
나의 목표는 바나나가 들어간 바나나 모양의 식사 대용 빵 만들기!
레시피는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손이 가는 데로 휙휙 만들었더니 첫 번째 바나나 빵, 모양은 대성공이였지만 맛은… 태희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역시 사람은 자신을 너무 믿으면 안되는 거였나 보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휘릭휘릭 만든 두 번째 빵은 다행히 맛도 모양도 대성공!
길쭉길쭉한 바나나 빵을 두 개나 먹고도 하나 더 달라고 할 정도로 태희가 좋아했다.
이 바나나 빵도 앞선 고구마 비스킷과 함께 태희에게 변비가 오거나 밥은 거부 할 때 간간히 해주는 메뉴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태희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첫 바나나 빵을 맛있게 먹어주던 태희 사진을 찾았는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을 정도로 아가아가한 태희를 보며 빨리 자라기만 바라던 나를 반성하게 된다.
첫 돌이 엊그제 같은데, 사진만 봐도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니… 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는 것 같다.
매일 하는 다짐이지만 내일은 꼭 태희에게 화내지 않고 사랑만 듬뿍 줘야지.
그런 의미로 내일 아침을 위해 바나나 빵 반죽을 만들어두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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