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희는 낱말 카드 속 과일과 채소로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태희가 단어에 관심을 가질 때마다 채소를 하나씩 눈으로 보여주고 맛도 느끼게 해준다.
하루는 당근 카드를 들고 왔길래 당근을 보여주었는데, 영롱한 주황색 당근이 매력적이었는지 그 뒤로 매일 당근만 찾았다.
당근으로 알려 줄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다.
태희가 확실하게 당근을 인지하고 나서는 당근을 먹는 동물을 알려주었다.
그 뒤로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을 함께 찾아다니고, 직접 먹이를 주면서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동물들까지 보여줄 수 있었다.
알려주는 나도 계속 찾아보면서 새롭게 알게 되어서 재미있었고, 태희의 호기심을 자극해주기에도 당근은 정말 좋은 소재였다.
당근은 엄마에게도 너무 매력적인 소재다. 당근으로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당근으로 또 뭘 만들어줄까 고민하다가 당근 케이크, 당근 쿠키, 당근 스틱, 당근 스프 등 여러 가지를 만들어 주었다.
태희는 당근러버 답게 당근으로 만든 건 뭐든 잘 먹었고, 나는 신이 나서 주 3~4회 당근 반찬이나 당근 디저트를 만들어줬다.
그러던 어느 날, 태희랑 놀다가 무심결에 본 태희 발이 노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며칠을 지켜 보던 나는 점점 더 노랗게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초록창에 검색해보았다.
아이 발이 노래요, 노란 아기 발, 노란 손발 이유 등등…
검색 결과들을 보면서 겁쟁이 엄마는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초록창 내용으론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손발이 노랗게 될 수 있다는 글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당장 소아과를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긴장한 날 보시더니 웃으시며 물어보셨다.
“혹시 태희가 최근에 귤이나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었나요?”
그렇다. 태희의 발이 노랗게 변했던 이유는 바로 당근 때문이었다.
당근을 줄이면 발바닥은 다시 돌아올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주셨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그때의 기억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나는 당근을 조금씩 줄였고, 이제 태희 발바닥은 원래의 예쁜 색으로 돌아왔다.
당근은 반찬에 색감을 곁들여 주는 정도의 채소라 웬만한 반찬에 조금씩 넣는데, 태희는 그 일을 겪고도 여전히 당근만 쏙쏙 골라 먹는 당근러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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