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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리더가 된다

‘리더’하면 보통 기업의 회장이나 대기업 팀장, 학급의 반장을 떠올리지만, 이런 사람들만 리더가 아니다.

조별 과제를 할 때 자연스럽게 리더가 될 수도 있고 종교활동 중 성경학교 등의 선생님도 리더다. 과목의 선생님도 해당 수업 시간에는 리더이며, 엄마와 아빠도 아이들의 리더이다.

우리가 회사에서 좋은 리더를 만나면 잘 따르고 싶어지고 본보기로 삼는 것처럼, 아이들도 부모를 잘 따르고 싶고, 본보기로 삼고 싶을 수 있다.

그리고 세상 전부가 부모와 가정인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그대로 또래 친구들에게 적용한다.

부모는 억압적이고 지시적으로 하는데 자녀가 소통하며 설득력 있을 수는 없다.

*

한국은 권위자가 리더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리더가 되어야 리더십이 생기거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급에서 반장을 선출하고, 모든 아이는 반장의 말을 들어야 한다. 반장은 담임선생님의 대변인이라는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장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든, 그것이 옳건 그르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군대가 아니다.
반장 역할을 많이 해봐서 리더십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이 있는 아이들이 모인 학급은 반장이 필요하지 않다.

대학생들은 조별 과제를 극도로 꺼리고 개인 과제를 선호한다.

반장 문화에 젖은 아이들은 4명 남짓 조 모임에서도 조장을 선출하려고 하고, 조장은 조원에게 역할을 분배해준다.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통치이다.

조원 모두 리더십을 갖추고 있다면 조장이 필요 없고, 협력하는 분위기에서 과제는 잘 수행될 것이다. 그 어떤 조보다 빠르고 훌륭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조원 중 한두 명이 리더십이 없거나, 리더십 있는 학생이 조장으로 공식적으로 선출되지 않아도 모두가 그 학생의 의견을 존중하여 자연스럽게 리더가 된다.

진짜 리더십 있는 학생은 “이건 네가 해” 등의 명령조로 이야기하지 않고,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진해서 “그럼 이건 내가 할게”라는 의견이 나오게 된다.

**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리더가 되는 시대, 한국의 가정에 잘 맞는 리더십은 무엇일까?

수백 년간 연구되어 온 리더십 이론은 아주 많다.

대부분의 리더십 이론에서 공통으로 중요하다고 언급되는 것은 ‘소통’과 ‘전문성’이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가 성공하려면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라고 하였고, 링컨대학교의 조교수 앤마리*(Ann MArie E. McSwain)는 “지도력은 능력(지도자의 능력이란 듣고 관찰하는 능력)에 관한 것으로, 모든 수준의 의사결정을 하는 가운데 대화에 힘을 고양하려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그들의 식견을 이용하고 의사결정에서 투명성과 절차를 확립하며 그들만의 가치와 전망을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지도력은 환경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예정된 것에 반응하고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 관리가 아닌 실질에 부합하게 개선하려는 변화를 제안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주장하였다.

(*출처: Wikipedia)

이러한 ‘거래적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셀프 리더십’, ‘공유 리더십’, ‘분산 리더십’ 등 수많은 리더십 이론은 한 가지 특정한 능력이나 환경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제부터, 보다 포괄적이고 한국의 가정에 잘 맞는 리더십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은수 교수의 ‘온정적 합리주의 리더십*(Compassionate Rationalism Leadership)’에서 리더는 합리적인 인지능력과 온정적인 감성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합리주의 구성 요인으로,

▶ 이성적 상황판단 : 조직의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최적의 대안을 결정하는 것

▶ 전략적 예측 : 분석을 통하여 미래의 모습을 예상하면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

▶ 논리적 문제해결 : 상황을 파악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최상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

▶ 최적화된 수행관리 :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파악하고 효율성 증대를 위해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꼽았고,

온정주의 구성 요인으로,

▶ 포용적 겸손 : 자신을 낮추고 공손한 태도로 진실하게 대하는 것

▶공감적 배려 : 구성원의 처지에 관심을 두고 구성원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 이타적 협력 : 자신의 이익을 버리고 조직의 이익을 위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

▶ 신뢰 기반 임파워먼트 : 진정성 있는 언행을 통해 얻은 신뢰를 기반으로 권한을 위임하고 의사결정에 구성원들을 참여시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꼽았다.

위의 리더십 이론에서도 전문성과 소통을 기본 골격으로 세분화한 것을 알 수 있다.

***

이 리더십 이론을 가정의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4인 가족 3팀이 계곡으로 여행을 갔다. 

한여름,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모여 물놀이할 생각이 신이 났고, 부모는 수박, 고기 등 갖가지 음식 등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텐트를 치고 수박을 물에 담가 놓고 부모들이 준비하는 사이, 아이들은 이미 튜브를 타고 물놀이를 시작했다. 

2박을 계획하고 모였으나, 두어 시간 만에 먹구름이 몰려왔고 이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는 오다가 그칠 수도 있고 소나기가 되어 물이 불어날 수도 있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부모들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는 한여름이고 장마가 언제 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이다.
텐트를 바로 물가에 쳐놓았기 때문에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텐트가 물에 잠길 수 있다. ➡️ 이성적 상황판단

물이 불어나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일단 철수하고 비가 그치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안전하다. ➡️ 전략적 예측

아직은 물이 불어나지 않았지만 언제 불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계곡에서 멀리 벗어나기로 한다. ➡️ 논리적 문제해결

성인은 6명이고 아이는 4명이기 때문에 엄마 두 명이 아이들을 데리고 차로 먼저 올라가고, 남은 엄마 한 명이 펼쳐놓은 음식 정리를, 아빠 세 명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 텐트 등 철수를 시작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옆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보고 각자 일을 찾아서 협력적으로 이루어졌다. ➡️ 최적화 수행관리

여기까지는 많은 부모가 하는 부분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다.

“놀고 싶겠지만 우리는 가야 해”라고 명령조로 말하기보다, 현재 상황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준다.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반복해서 설명해준다.
부모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의 원래 계획이 무엇인지 또는 대신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 포용적 겸손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울고 있다.
어떤 아이는 가지 말자고 떼를 쓰는 중이다. 달리는 차 안은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떼쓰는 소리로 난장판이고 부모들은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꾹 참고 아이들 마음에 공감해준다.
아이들이 얼마나 속상할지, 얼마나 서운할지, 어른인 부모들도 이렇게 속상한데 너희들은 어떻겠냐며 공감하고 안아준다. ➡️ 공감적 배려

아이들은 여전히 물놀이가 하고 싶다고 한다.
어른들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기도, 다시 텐트를 치기가 힘들지만, 비가 그치면 상황을 봐서 텐트를 다시 치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다른 부모들과 아이들 모두 동의한다. ➡️ 이타적 협력

만약 비가 그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대신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보며,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두 가지 정도 제안한다. 아이들은 의논하여 그중 하나를 고르고 부모도 그에 동의하여 약속한 대로 이행한다. ➡️ 신뢰기반 임파워먼트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호통치고 명령하는 것보다 오래 걸리고 귀찮다.

부모가 무섭게 호통쳐서 아이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해서 찍소리 못하게 하면 1분이면 해결될 일을 30분을 의논했다. 부모는 진땀이 빠지고 기진맥진해졌다.

하지만 첫 시도에 30분이 걸렸으니, 이런 노력을 30번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모가 설득하고 대안을 제시해주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상황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무엇을 해도 되는지 물어보며 대안을 찾아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울거나 떼를 쓰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평화롭고 건강한 방식으로 의논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부모는 안전이라는 울타리까지 지켜줄 수 있다. 리더십은 이렇게 성장한다.

(*출처: 강혜정, 최은수 (2019). 중등학교장의 온정적 합리주의 리더십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

나는 내 삶의 리더이다.

나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생각해보자.
100살에 죽는다고 가정하고, 100년짜리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것이다.

목표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을 산다면 100년이 되었을 시점에는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그 과정은 희생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버릴 것이다.
100년을 참고 버티며 성공한 뒤 죽어버리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나의 100년짜리 프로젝트는 과정까지도 즐거워야 한다.
생존이 아닌 ‘삶’이 되기 위해서는 과정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여기서 즐겁다는 말은 쾌락적인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겪는 경험들, 작은 성공과 작은 실패들을 배움이라고 느끼고 열정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즐거움이고, 나는 내 삶의 리더인 것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자녀들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유아기부터 리더십이 길러진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어떨까? 

이제는 공부해야 할 때이다. 메타인지가 잘 발달한 아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러나 수없이 실패하고 고민하고 자신의 계획을 수정한다. 

가령, 숙제가 있는데 게임이 너무 하고 싶어서 ‘게임 딱 한 판만 하고 숙제해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한판이 3시간이 되고 결국 숙제하지 못했다.

이렇게 실패를 경험한 아이는 계획을 수정한다.
‘지난번에 안됐으니까 이번에는 알람을 맞춰놓고 게임을 해야지’.

하지만 게임에 빠져 알람을 끄고 게임을 지속하였고 또 숙제하지 못했다.

또 한 번 실패를 경험한 아이는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게임 먼저 하면 안 되겠구나. 숙제를 빨리 끝내놓고 게임을 해야겠다.’
아이는 숙제를 1시간 만에 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숙제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고 결국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잘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은 종일 게임을 할거라고 다짐하며 숙제가 많지 않기를 기도했다.
하지만 숙제가 많았고, 집에 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숙제가 많아서 오늘도 게임을 못할 것 같다.

나는 숙제를 포기하고 게임을 할 것인가, 게임을 포기하고 숙제를 할 것인가.

이때, 부모가 개입하여 숙제를 도와줘서는 안 된다.

오답 노트 작성하는 숙제에서, 시험지를 풀로 붙이고 상자를 그리고, 문장을 옮겨쓰는 단순 작업이라고 해도 부모가 해줘서는 안 된다.

아이는 실패의 경험 속에서 자신이 숙제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 확인하고, 빨리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면서 자기 능력을 깨닫게 된다. 그래야 한다.

아이의 실패를 못 참고 도와주거나 해주는 부모는, 아이를 위해서 ‘돕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조급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른의 시각에서 보는 아이의 숙제는 너무 쉽기 때문에 그것을 빨리해내지 못하는 아이가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부모가 가장 못하는 것이 ‘기다림’이다.

이 아이가 고등학교에 가면 어떻겠는가?

학습의 방법을 스스로 깨닫고 시간 관리를 스스로 하게 되며,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밀고 나가는 힘이 생길 것이다.

여기서 부모가 해줄 것은 아이의 체력을 위해 밥을 꼬박꼬박 차려주는 것, 보약을 지어주는 것, 아플 때 바로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 포기하려고 할 때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

자기 삶을 스스로 이끌어 온 이 아이는 당당하다.

자기 삶에서 수많은 실패를 하고 역경을 만나고 다양한 환경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며 리더가 되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과 사람이 섞인 대학교에서, 혹은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어 있다.

공식적으로 리더라고 임명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따르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아이를 따르면 자신의 삶도 밝게 빛날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것을 비전이라고 한다.

리더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기 삶에서 셀프 리더십을 경험한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능숙하다.

자기 삶의 리더건, 조직의 리더건 말이다.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분명한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고 항상 이기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거나, 성공 신화나 군주론 같은 이론을 따라 하다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리더는커녕 자기 삶도 끌고 갈 수 없게 된다.

성공하거나 유명해진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 나 스스로가 내 삶의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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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이름없음
    1년전

    셀프리더십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네요~~^^

  • 이*애
    1년전

    자기 삶속에서 샐프 리더십을 경험한후
    스스로 자기의 리더가 되어 늘
    다른사람의 눈치 안보고 나이와 상관 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부분
    매우 공감합니다.
    스스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아이가 되는 것이겠죠.
    다음이 기다려집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