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기준으로 유치원을 고를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같은 유치원이라도 기관마다 굉장히 다양한 교육적 특성을 지니고 있고,
아이를 보내 본 경험이 있지 않은 이상 자세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결정이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크게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첫번째는 기본 생활 습관, 즉 자신의 일을 아이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고,
두번째는 함께하는 삶, 다른 누군가와 무언가를 함께하는 힘을 기르는 것인데요.
유치원에 갓 입학한 5세 아이들은
신발 신기, 가방 메기, 밥 먹기 등 어른들에게는 사소한 행동도 아직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스스로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기능들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친구들과 놀이를 하거나 서로의 의견을 전달하고 조율을 하거나 부딪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런 것들을 배울 수 있도록 합니다.
이런 것들은 지식을 통해서 배워지는 것이 아닌 유치원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지식이나 교과서는 따로 없지만 유치원 시기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에게 잘 맞는 유치원을 선택해야하는 엄마들이 더 힘들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치원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물리적 조건, 부모의 교육관, 아이의 기질과 성향 이렇게 세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살펴보려고 합니다.
1️⃣ 등하원 가능 거리에 있는 유치원 목록 작성하기
가장 처음으로는 거주지에서 가까운 유치원부터 등원이 가능한 유치원의 목록을 뽑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지도를 통해 거주지역 인근 유치원 목록을 추려보아요.
차량이용 시간이 길면 등하원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이용 시 15분 안쪽, 최대 20분 이내 도착할 수 있는 거리까지가 적당해요.
2️⃣ 엄마, 아빠의 조건에 맞는 곳 골라내기
등하원 시간: 맞벌이 가정이면서 등하원 시 조부모나 도우미 이모님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등하원 시간을 가장 우선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정규 등원시간은 보통 8시30분 경이고 원에 따라 8시부터, 혹은 더 이른 시간에도 가능한 경우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정규 하원시간은 보통 4시 경이고, 연장 시 6시 전후로 마치는 곳이 대부분이에요.
방학 운영 방식: 방학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방학 기간 내 급식과 차량운행은 어떻게 되는지 꼭 확인하셔야 해요.
제가 있는 지역의 사립유치원의 경우 총 3주의 방학 중 1주는 전체방학(모두가 쉬는 기간), 2주는 자율방학(원하는 경우 등원 가능)이고 자율방학땐 급식은 운영, 차량은 비운영하는 곳이 많더라구요. 공립유치원의 경우는 방학이 한달 가량 되고 맞벌이, 다자녀 등 해당 원의 기준에 부합한 경우만 등원이 가능해요. 그리고 급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 도시락을 싸서 보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자차 등원 가능 여부: 아침에 바쁘게 아이들 챙겨 등원시키다 보면 유치원 차량을 놓치는 경우가 생겨요. 늦잠을 잔다거나, 옷을 가지고 실랑이를 한다거나, 밥을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늘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지요.
이럴 때 자차 이용이 어렵다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도보가 가능한 유치원을 택하는 게 좋아요.
경제적 여건 고려: 사립유치원의 경우 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매월 지출되는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기본교육료는 정부지원금으로 대체되지만 입학금부터 시작해서 간식비, 방과후과정 특별활동비, 교재비, 각종 행사비 등 월 평균 20-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해요.
반면 공립유치원은 입학 시 원복비, 가방비 등을 제외하면 추가 지출 비용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고요.
3️⃣ 유치원 시설/여건 살펴보기
바깥놀이 공간: 유치원 부지에 놀이터 등 바깥놀이 공간이 있는 경우도 있고, 공간이 협소한 경우에는 인근 놀이터를 활용하기도 해요. 후자의 경우라면 아무래도 바깥놀이의 빈도가 적을 가능성이 높으며 타 기관의 아이들과 겹치게 될 가능성 등이 있으므로 가급적 단독 놀이 공간을 보유한 곳이면 좋습니다. 모래놀이장이나 텃밭 등의 공간이 있는 곳도 좋고요.
화장실 위치: 대부분의 유치원은 교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오가기 편하게 되어있는데요, 간혹 복도 끝이나 교실 밖 공간에 별도로 화장실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곳은 아이들이 편안하게 화장실을 이용하기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으므로 선택 시 고려하여야 하는 부분입니다.
교사 근속연수: 교사의 스트레스가 높으면 자연히 아이들에게 그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물론 예외는 있겠으나 교사의 근속연수가 인근 유치원 대비 많이 짧은 경우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기타 내부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참고하여야 하는 정보입니다.
학급 당 유아 수: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유치원의 경우 학급 당 유아 수가 많은 편인데요, 투담임제로 운영하거나 보조교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수의 유아가 한 학급에 있는 것은 좋지 않아요. 특히 감각적으로 예민하거나 섬세한 아이들의 경우 높은 밀집도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잘 살펴보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참고) 교사 근속연수, 학급 당 유아 수 등 유치원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시거나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표준화된 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는 초등학교 이후 교육기관과는 달리,
유치원은 ‘누리과정’에 의해 운영되기는 하지만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원마다 특색이 모두 다르고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방과후과정* 중 이루어지는 ‘특성화 활동’은 각 유치원의 특색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다양해요.
(*유치원에서는 오전 9시부터 1시 전후까지를 교육과정, 1시 이후부터 하원 시간까지를 방과후과정으로 나누어 지칭합니다)
부모의 교육관 못지 않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바로 아이의 성향입니다.
결국 유치원에서 긴 시간 동안 생활해야 하는 것은 아이 본인이고, 아이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면 결국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유치원 선택에 있어서는 물리적 조건 다음으로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높은 비중으로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또 한 가지 고민이 생깁니다.
아이의 성향과 기질에 잘 맞는 유치원과 아이의 성향과 정반대되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유치원.
둘 중 어느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독서, 스포츠, 악기 동 각 유치원마다 특색 있게 내세우는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 중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프로그램은 무엇일지, 혹은 유치원 생활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지는 않을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체육활동이 많은 원에 보내면 더 방방 뜨는 건 아닐까, 몬테소리 유치원처럼 조용히 앉아서 하는 활동이 많은 원에 보내면 좀 차분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요.
그러나 유치원 활동 전반을 살펴봤을 땐 신체, 정서, 사회, 인지를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중 각 기관의 교육목표와 교육관에 따라 조금 더 강조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는 것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떤 기관을 선택하든 대체로 잘 적응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여요.
다만, 숲유치원이나 몬테소리 유치원이라 하더라도 강조하는 특색 활동의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은 경우 반대 성향의 아이들은 적응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나타납니다.
유치원을 선택할 때에는 ‘어떤 특정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지’ 보다는 ‘특정 활동의 비중이 얼마나 높은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유치원 현장에서의 경험 상 반드시 피해야 하는 조합이 하나 있는데요,
‘느린 기질의 아이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의 하루 일과는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갑니다. 성인의 속도가 아니라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지요. 활동이 전환될 때마다 화장실에 가는 것, 물 마시는 것, 손 씻고 오는 것 등 자잘한 일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요. 그렇기 때문에 느린 기질의 아이들에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치원의 일과가 너무나 버겁게 느껴질 겁니다. 하나의 수행과제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 과제가 밀려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더군다나 유치원은 초등학교처럼 매 교시마다 고정된 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속도에 따라 활동 시간이 정해져요. 즉, 학급의 대다수 아이들이 활동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종료 시간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느린 기질의 아이들은 매순간 조바심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겠지요. 이는 곧 아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느린 기질의 아이일 경우에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활동이 진행되는 원보다는 조금 밋밋해보일지라도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는 일과를 가진 유치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살펴본 내용과 같이, 유치원은 모두 유치원이라 불리지만 제각각 장점을 내세우며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아이들도 성향이 다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으로 좋은 유치원을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유치원은 이런 유치원이다.”라고 말하기도 어렵고요.
이 유치원에 보내기만 하면 우리 아이가 잘 자란다거나, 대단히 똑똑한 아이가 된다거나 하는 곳 또한 없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유치원, 남들이 좋다고 하는 유치원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잘 맞는,
내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유치원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낼 때 생각했던 좋은 유치원을 찾는 첫번째 기준은 무엇보다도 ‘아이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아무리 좋은 선생님들과 좋은 시설이 있는 유치원도 아이가 가기 싫어하면 모두 소용없으니까요.
그 다음으로는 아이들의 발달수준에 적합한 교육 활동을 운영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들이 원한다고 해서 5세 아이에게 받아쓰기를 시키고 점수를 매긴다거나, 그럴 듯한 결과물을 내보이기 위해 수준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하고, 교사가 일일이 수정, 보완을 하는 곳이라면 명단에서 제외를 했어요. 발달에 맞지 않는 교육활동은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이의 교육 및 학습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좋은 유치원은 내 아이를 포함해 교실에 있는 아이들이 원 생활을 좋아하며 즐거워하고,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아이의 교육적인 성장까지도 이끌어줄 수 있는 유치원입니다.
지금까지, 유치원을 고를 때에 알아 두면 좋은 유치원 선택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하늘 아래 같은 아이는 하나도 없고, 유치원 또한 말 그대로 각양각색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유치원을 고르는 일에는 절대로 정답이 있을 수 없어요.
다만, 여기에 적힌 선택 기준들에 대해 한번쯤은 깊이 고민해보는 과정을 꼭 거쳐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고민의 시간은 단순히 유치원 선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의 양육관과 교육관, 그리고 아이의 성향과 흥미, 관심사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니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깊게 생각해보시길 바라요.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 지금을 되돌아 보며 ‘그때 참 좋은 선택을 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생각하시는 데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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