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0여 년의 유치원 교사 생활을 마치고 엄마가 되었습니다.
교사 생활을 오래 하며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웠고, 내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나 기쁠까? 나는 육아를 잘할 수 있겠지? 하는 자신감이 가득했죠.
하지만 현실 육아는 유치원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어요.
쏟아지는 정보 사이에서도 전 기준을 세우고 야무지게 육아한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책을 구매하진 않았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책을 골라 재미있게 읽어줄 수 있었고, 아기의 옹알이에도 따뜻한 반응을 아끼지 않으며 상호작용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엄마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으니, 아이의 발달이 빠르지 않을지 하는 기대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엄마의 노력과 기대와는 달리, 아이의 기질은 예민했고 발달은 느렸어요.
낯가림이 심한 것은 물론, 오감 놀이 시 촉감에 예민해 많이 울었죠. 뒤집기, 앉기, 기기, 서기, 걷기 등의 대근육 발달도 모두 느렸어요.
친구들이 모두 하나둘 걸음마를 떼었을 때도 걷지 못했던 아이, 영유아 검진에서 대근육 발달 지연 소견을 받고 큰 병원 가볼 것을 권유받았을 때 비로소 일할 때 만난 학부모님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잘 지내고 있음에도 아이가 작고 느린 것을 걱정하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정말 와 닿더라고요.
그 무렵, 아이의 발달 속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게 된 것 같아요.
느리지만 자기의 속도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아이의 지금을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자, 생각했어요. 영아기 발달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엄마도 아이도 너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좁은 집, 낡고 위험한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게 할 수 없어 매일 먼 거리의 공원에 두세 번씩 나가 산책과 걸음마 연습을 하고, 집에서는 걸음마 보조기로 걸음마 연습을 했어요.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했던 점퍼도 수시로 조립해서 태워주었죠.
이러한 노력이 통한 건지, 아이가 걸을 때가 되어서인지 아이는 15개월이 되자 걸음마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아이가 10~14개월 정도가 되면 의미 있는 첫 낱말을 말할 수 있게 되어요.
우리 아이는 돌 무렵 ‘엄마’, ‘아빠’를 할 수 있었고, 15개월 무렵에는 ‘이거’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손가락으로 원하는 것을 가리키며 ‘이거’라고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조금 편해졌다고 느꼈죠.
아이는 15개월까지 걷지 못하면 정밀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기 때문에 이 시기 저의 신경은 언어발달보다는 온통 아이의 걸음마와 대근육 발달에만 쏠려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도통 아이의 말이 트이지 않았습니다.
22개월 무렵, 아이와 발달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엄마의 말을 따라 두세 단어의 문장을 말하고, 아이보다 생일이 3개월 느린 친구가 숫자를 세고, 음정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은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었어요.
먼저는 신기하고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고, 우리 아이는 왜 느릴까? 하는 걱정이 뒤따랐던 것 같아요.
아이 친구들의 말은 쭉쭉 늘어가는데, 우리 아이의 의사 표현은 ‘엄마, 아빠, 이거’ 세 단어와 ‘주세요’ 손짓, 그리고 옹알이에서 멈춰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했어요. ‘기다리면 곧 말이 트인다, 한번 터지면 금방 말한다’라고요.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육아하는 부모에게 기다림은 참 어려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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