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장
마음챙김
정치 불감증 엄마는 사실 정치적 어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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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부러웠다. 은규와 같은 모습을 가진 어린이가 되고 싶었다.
날카로운 통찰력, 그리고 사회 문제에 대한 예민함을 가진 정치적인 어린이.
한때 이런 어린이가 꿈이었다. 자라서도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적인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광주 출신에 정치학을 전공하고도 정치에 무관심한 아줌마다.

제2의 추미애가 되어라! 우리 학교의 자랑거리가 되거라!

초등학교 졸업식 날 교감 선생님께서는 나를 따로 부르셨다. 그리고 선물을 주시며 제2의 추미애가 되라 말씀하셨다. 그때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뽑은 여성 인재였다. 교감 선생님 눈에는 내가 꽤 정치적인 어린이로 보였나 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우리 학교 최초의 여자 전교어린이회장이었다. 전년도에 부회장을 역임하고 이어서 회장에 당선! 방송부 아나운서 활동까지! 언론과 정치를 아우르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내가 봐도) 대단한 어린이였다. 

아마 큰 인물이 되라는 덕담이었겠지만 그 말이 앞으로의 목표처럼 느껴졌다.
그해 겨울방학 신문 스크랩 숙제를 “OOO 대통령 당선”이라는 주제로 만들었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날카로운 통찰력,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전교 회장이 또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중학교에 진학했다. 

물론 학업에 치이고 교우 관계에 치여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사실 어린이의 정치 활동을 반갑게 바라보는 어른은 흔치 않다. 어른 대부분은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받았거나, 혹은 전교조 소속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서 그렇다고 치부하고 만다. 말 많고 질문 많은 어린이는 귀찮은 존재, 신기한 존재 정도로 생각한다.

어린이 세계의 첫 정치 활동을 축하해주는 이 하나 없이 그저 하나의 경험치가 되고 말았던 전교어린이회장 선거.
내가 어린이 시절 겪었던 선거 활동 역시 정치적인 활동임을 배우기보다는 무언가 되고 축하받을 일이라는, 혹은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는 것에서 그쳤던 것 같다.

지는 것을 승복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부모가 개입하기도 하는 등 소란스러움이 동반되기도 했다. 실제 내가 전교어린이회장이 되자 여자가 무슨 회장이냐, 우리 아들이 졌을 리 없다는 엄마들이 등장했다. 

어른들은 정치적인 행위의 숭고함을 어린이에게 가르쳐주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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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수미
    20일전

    멋진꿈과
    멋진생각으로
    살아가는 엄마의
    모습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