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장
마음챙김
너의 모든 순간이 가치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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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왜 이렇게 내 마음에 남았는지. 한동안 책장을 넘기질 못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나의 어린 시절 새겨진 어떤 경험들은 [상처]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과 그 상처에서는 가치보다 아픔에 더 집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가 있다’는 글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아팠던 나의 시간도, 분명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내 삶의 일부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어린이라는 세계]에 살고 있는 내 아이들의 가치를 나는 온전히 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질문도 내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사람들은 살면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생각해 보고 살까?
행복, 기쁨, 환희, 이런 긍정적인 느낌이 아닌 어린 시절의 상처, 결핍, 아픔들에도 의미 있는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살까? 

이게 궁금한 이유는 내가 그래본 적이 없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동심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내 어린 시절에 [아름답다]라는 말이 아닌, [딱하고 안쓰럽다]라는 라벨을 붙이고 살았다. 상처가 많은 어린 시절을 떠올릴수록, 피해의식 같은 것이 나를 감쌌기에 어른의 시선으로 나의 어린 시절을 [아프다]라는 말 한마디로 그냥 뭉뚱그려 치부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을 재단했던 내 어른의 시간을 반성했다. 그리고 나의 어린 두 아이의 시간을 재단했던 나를 반성했다. 어린아이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을 가진 김소영 작가님의 글을 읽다 보니 그런 눈을 가진 엄마로 살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하고, 어린 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들을 보지 못하고 산 시간이 후회되기도 했다. 

엄마가 되고부터였을까?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이니까, 엄마가 더 책임지고 가르쳐 줘야 한다는 색안경을 껴버리고, 어른의 시선으로 어린이라는 세계를 [아직 어려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라며 어린이의 시절을 평가절하했다. 

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그럴싸하게 어른처럼 말해 놓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는 너희들의 행동과 말에는 너희들이 알지 못하는 정답이 있다는 식으로 가르쳤다. 

나라는 사람은 사실 나와 함께 하는 두 어린이의 세계를 몰랐고, 어쩌면 그 세계를 그다지 알고 싶어 한 적도 별로 없었다는 걸 이 책을 읽을수록 깨달았다. 그냥 내 감정이 육아에 휘둘려 지치고, 엄마로 살기 버거워 아이들의 마음을 외면한 여러 날을 내 마음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둘을 잘 키워내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박과 엄마라는 틀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어린이의 시간을 존중하기보다 맞는 답에 끼워서 맞추며, 그렇게 잘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에 빠져 머리로 아이를 키웠던 나의 모습들…

책을 중반쯤 읽고 나서야. 내 아이들에게 갔던 시선들이 다시 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내 어린이의 세계는 어땠었나. 기억을 더듬고 나의 어린 시절 상처들을 들춰보고 의미를 다시금 만들어 본다. 

그때 혼자 집에 있었던 나는 외롭다고 생각했지만, 열심히 풀을 뜯고, 나무랑 돌로 그릇을 만들어 소꿉놀이했었던 씩씩한 나도 외로운 기억 옆에서 발견했다. 1시간의 등굣길에 혼자라서 슬펐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었지만 지나가다 만났던 수많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의 인사를 받으며 갔던 웃음이 많았던 길이었던 것을. 

김소영 작가님처럼 어여쁘게 내 과거의 상처와 시간을 돌아보며, 그 상처 덕분에 더 단단한 그 이후의 성장기가 있었다는 것을. 그것은 여전히 아플 때도 있지만 그래도 딱지가 입혀진 만큼은 분명 더 아름다운 내 인생의 시간이 그 위에 덮였고 혼자라고 생각한 그 시간조차 주변에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가치와 의미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때 느꼈던 감정과 다른 감정들이 내 안에서 따뜻하게 피어올랐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삶의 순간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일상에서 접하는 지금 나의 인생을 더 소중히 생각해야겠다. 아이들과의 시간도 의무적인 양육의 시간이 아닌, 의미 있는 시간임을. 가치를 더하는 것은 그것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의 차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관점을 바꾸자 내 눈앞의 아이들과의 일상이 새삼 감사해지는 마음이 올라온다. 
그런 일상의 순간 가치를 찾고, 오늘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어른인 나는 몰랐던 아이의 순수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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