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여유
만약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가 뿅 나타나 소원을 묻는다면, 무얼 말할까요? 시간에 쫓겨 허덕허덕 살고 있는 지금은 주저 없이 ‘여유’라고 말할 거에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 실컷 읽고,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그런 여유가 저는 늘 고프답니다.
<대지>의 작가 펄 S. 벅은 말했어요.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말라붙은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 라고요.
세계를 무대로 인권 운동을 펼치고,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작가이자 선교사로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도 전형적인 내향인이었나봐요.
맞아요. 내향인에게 여유는 숨 쉬게 만드는 산소 한 모금이죠. 고독한 장소에서 내면의 샘에 침참해야만 마음이 단단해지고, 그 맑은 에너지가 소신껏 사는 근원이 되죠.
외향인과 내향인이라는 개념이 생소하실 수도 있어요. 이 두 성향은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나눠져요.
외향인은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 세계에 주로 끌리죠.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서 시끌벅적한 모임이나 액티브한 스포츠와 같은 활동을 즐기고, 바로 이런 활동에서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반면 내향인은 ‘느낌과 생각’이라는 내면 세계에 에너지를 집중해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많은 사람이 모인 장소에 있으면 체력이 금방 소진이 되죠. 감정이 풍부해서 상처도 잘 받고 불안감도 많지만, 이 민감성 덕분에 타인을 섬세하게 배려할 수 있고 공감력도 뛰어나고요. 내향인은 사람과 환경에 접촉하는 순간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일명 ‘에너지 활용 효율’이 썩 안 좋아요.
때문에 수시로 ‘회복 환경’이 필요합니다. 혼자 쉬면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야 내향인은 자신의 모습대로 살 수 있거든요.
즉 여유와 회복이 필수적인 생존 전략인 셈이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아무도 안 만나고, 푹 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하지만 이건 육아가 끝난 후에야 가능한 일, 우리 같은 워킹맘, 육아맘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죠.
결국 틈새의 여유를 누려야 해요.
때문에 매일 저는 매일을 새벽 5시30분에 일어납니다. 생수 한 잔 마시고, 요가로 굳은 몸을 풀어요. 막 자고 일어난 복슬 강아지도 함께 쓰담쓰담하고요.
구수한 작두콩차를 홀짝이며 묵상을 해요. 그러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면서, 하루를 살아갈 새 힘이 솟아나죠.
남은 30분은 행복습관방송 멘트를 쓰거나 구글 시계를 맞춰 놓고, 프리라이팅을 합니다.
유난히 버겁고 지친 한 주였다면, 주말 아침 카페에 가요. 아이들이 깰 까봐 현관문을 살포시 닫고, 공원길을 가로질러 별다방에 가죠.
참 신기해요. 카페 문이 열리면 마음의 온도가 확 바뀌거든요. 업무와 평가, 아이들 문제와 교육 등으로 복잡했던 머리 속이 순간적으로 맑아져요.
선물 받은 쿠폰으로 ‘브라운슈가 오트쉐이큰 에스프레소’라는 신상 음료를 시켰어요. 음료 세 잔을 합친 듯한 긴 이름, 과연 어떤 맛일까요?
오트 우유에 흑설탕과 에스프레소 샷을 넣고, 계피가루를 톡톡 뿌려 아이싱한 음료래요. 마셔보니 오트의 깔끔함과 부드러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드는 계피향이 독특했어요.
낯선 음악과 차 덕분에 문득 설레기까지 해요.
“휴우~ 좋다.”
여행을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면, 혼자서 누리는 아침의 카페는 가성비 좋은 진짜 여행인 셈이죠.
이제 바인더를 펼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마음껏 일기를 써요.
글쓰기의 첫 번째 본질은 치유거든요. 복잡하게 얽힌 생각을 활자로 거침없는 쓰다보면 마음 속 먹구름이 걷힙니다.
글쓰기는 ‘~해야 한다.’는 의무와 ‘~여야 한다.’라는 강압, ‘나 때문이야.’라는 자책을 향해 용기를 내어 반기를 드는 일이에요.
덕분에 곳곳에 생긴 생채기를 다독였어요. 글로 자신의 마음만 알아줘도 훨씬 편안해집니다.
“이 모습 그대로 소중한 걸. 나는 충분히 잘 했고, 잘 살고 있고, 잘 해낼 거야.”
비로소 내면의 샘에 맑은 물이 몽글몽글 차오르네요.
그리고 나면 한 주간 읽었던 책을 꺼내서 생각을 정리하지요. 마음을 울렸던 문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서 독서기록 파일에 남깁니다. 그러다가 글을 쓰고 싶으면 컴퓨터 타자를 마구 두드려요. 글쓰기의 두 번째 본질은 자유니까요.
거침없이 쓰고 지우고 위치를 바꿔서 완성한 글을 읽으면 뿌듯한 희열을 느끼지요.
물론 오래 앉아서 생각하고, 쓰는 일은 인내심과 집중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그런 연습의 결과로 점차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생기더라고요.
새벽 카페는 글쓰기 작업에 최적화된 장소에요. 나태해지고 싶은 마음을 다잡아서 글쓰기의 세계로 안내하거든요.
그윽한 커피 향은 어린 나를 깨우던 엄마의 밥 짓는 향기, 차분한 음악은 자의식을 토닥이며 존재의 감각을 깨우고, 내면의 속살로 빠져들게 만들지요.
작정한 시간, 고독한 장소는 다시금 용기를 내서, 세상이 정한 금기와 위반을 깨고,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응원합니다.
글쓰기 덕분에 지극히 평범한 제가 다시 특별한 존재로 됐어요. 물찬 카타르시스의 향연, 덕분에 다시 용감한 잔다르크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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