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성장
본질육아의 엄마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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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살, 육아 12년차, 본질육아로 아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저는 54세 초5 신기한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혹시나 제 삶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가 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약골이던 저는 결혼에 대해선 부정적이었지요. 몸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결혼을 포기했던 제가!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은 거죠. 그것도 떡두꺼비 아들을.

아기 엄마가 꿈이었던 저는 아이에게 사랑을 듬뿍 주면 알아서 쭉쭉 쑥쑥 커 가는 줄 알았어요.

피아노 수업할 때처럼 공감 한 스푼, 사랑 두 스푼이면 되겠지?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마흔세 살의 깡마른 엄마는 문화 충격과 체력 부진 그리고 야생마인 남편 길들이기까지. 결혼 생활과 육아는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어요.

아이는 제가 생각했던 그 아기가 아니고, 남편도 제가 그리던 남편이 아니고 육아와 결혼 생활도 생각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정말 투쟁이자 전쟁이었다, 라고 밖에 표현되지 않는 하루하루였어요.

30개월에 어린이집 보내면 좀 나아지겠지 하고 보낸 곳은 선생님은 아이가 책 한 권도 안 읽는다고 하셨고,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부분을 강조해서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 뒤로 저는 아이 손을 잡고 기관을 나왔습니다. 기관에 적응을 못하는 아이라는 생각보다, 아이 손을 잡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는 기관에서 배우지 못 한 다른 색깔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노약 좌석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아이에 대한 사랑과 덕담을 아끼지 않았고요. 아이는 지하철이 전기로 인해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 후 우리는 수력발전소에 놀러 가서 전기의 원리를 못 알아들어도 보여 주었지요. 그렇게 아이의 관심에 따라가며 아이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여주었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세상을 같이 찾아가는 건 참 행복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보다 앞서기 보다 엄마가 아이와 손잡고 같은 세상을 보던 때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1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거든요.

아이가 커가면서 4살쯤부터 내가 봐 왔던 평범한 아이들과 성향이 조금 다른 걸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잠깐 만진 건데 물건이 깨져버렸다든가, 살짝 눌렀는데 터졌다든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호감 표시를 했는데 친구 엄마에게는 때린 것으로 보았습니다. 엄마들은 서서히 아이에게 거리를 두는 걸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이한테는 표현을 안 하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엄마만 쳐다보는 아이에게 제 마음이 어떻게 표시가 안 나겠나요.

아이에게는 저의 이런 불안한 마음이 표현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아이가 정말 저의 마음을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건사고의 연속이었고 결국 화 한번 내지 않고 키우던 저는 그 시절 즈음부터 내면의 화를 억압하면서 아이의 행동과 말에 강압적으로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완벽주의가 아닌 엄마가 아이를 완벽한 아이로 만들려고 한 것부터 잘못된 일이었던 겁니다.

제가 듣고 보던 모든 정보를 합쳐 아이에게 쏟아붓는 시간을 보냈어요. 호기심 천국과 에너지 넘치는 아이의 이해되지 않던 모든 행동과 사건사고들까지 스펙터클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지냈고요.

사실 저는, 피아노 선생님으로 32년을 보내는 시간 동안 아이의 행동과 말투만으로도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조금은 반 전문가가 되어있었습니다. 내 아이는 그렇게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오만했습니다.

‘왜?’ 라는 생각보다 ‘아니야!’ 라는 부정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더 맞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름의 교육자로 살았던 제가 사랑하는 아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알겠더라고요.

내가 아이를 통제한 것은 내 아이가 좋으라고 한 게 아닌,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는 나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평소대로 산책을 하는 길이었습니다. 머리를 스치듯이 지나가는 생각에 저는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통나무를 깎다가 베어내고 또 깎고 또 베어내는, 누군가가 조각을 하는 모습이 떠오르며 소스라치게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그 생각이 지금껏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의 어떤 부분을 베어내고 잘라내고 싶어했던 저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생각을 계기로, 아이에게 집착하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때 저희 아이는 11살이었습니다. 이렇게 집착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까지 엄마인 나도 54세가 된 지금에야 가능한 일일 줄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맹훈련하는 조련사가 되는 함정에 빠지지 말기를 바란다. 아이를 존중하면서 스스로 자기 물을 찾아가게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자존감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찾는 주체적인 아이로 기를 수 있다. 

─ 지나영,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21세기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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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lovelyjj
    3일전

    글이너무와닿아서
    마음이 따뜻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