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복직 후 육아를 잘 버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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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의 여유


저는 11살 딸과 8살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2023년 현재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죠.

2019년 첫째 아이가 6살, 둘째 아이가 3살 때 그토록 바라던 육아휴직을 했어요.

계속된 육아와 업무에 지쳐서 심신이 지칠 때로 지쳤거든요.

휴직은 제 삶에 큰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꿈같은 여유를 맘껏 누렸거든요. 아이들이 등원하면, 긴장감이 거짓말처럼 ‘휴~’하고 사라지더라고요.

안마 의자에 풀썩 앉아서 마시는 커피 맛은 훌륭했죠.

새소리가 정답게 들리면, 책 한 권을 들고 뒷산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다 돌아왔고요.

감성과 여유가 넘치는 제주 ⓒ 이은아 앰버서더

‘아, 이렇게 한가한 오전이라니, 이런 삶도 있구나.’

책에서 봤던 ‘금빛 아침 햇살’을 고요히 만끽하며 행복했어요.

마음이 섬세하고 복잡한 내향인에게 여유 있는 시간과 장소는 산소만큼 중요한 자원이고 생존전략이에요.

외향인은 ‘사람과 상황’에 집중하길 좋아하고, 그것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죠.

하지만 내향인은 ‘생각과 내면’에 많은 에너지를 써요. 때문에 사람 많은 곳에서, 복잡한 일처리를 하고 나면 쉽게 지치고 말아요.

전형적 내향인인 저에게는 외향성의 갑옷을 벗고 생각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독이는 ‘여유’가 수시로 또 많이 필요하답니다.

엄마의 휴식과 성장은 아이에게도 큰 의미가 있어요.

휴직 덕분에 저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창의성을 길러주려 ‘제주도 일 년 살기’도 다녀왔어요.

꿈꾸던 ‘책 쓰기’에도 도전했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마음껏 읽고 쓸 수 있었거든요.

덕분에 2023년 3월, <사교육 대신 제주살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엄마에게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도 예뻐 보이는 법이거든요. 매일 아침마다 아이의 팔다리를 쭉쭉 주물렀고, 통통한 볼에 입을 쪼옥 맞췄어요. 이렇게 황홀한 감각 파티라니, 아이들의 만족스런 표정은 저를 더 행복하게 했답니다.

종종 유치원 등원을 미룬 채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2층 버스를 타고 서울 여행을 가고, 숲 속 놀이터에서 신나게 그네를 타기도 했지요. 제 손을 꼬옥 잡고, 까르륵 웃으며 신나하던 아이를 보며 뿌듯했죠.

이렇게 돈과 커리어를 포기하고 선택한, 일상의 여유는 벅찬 행복으로 치환됐습니다.

엄마에게 여유가 생기니 집안 분위기도 바뀌더라고요.

일할 때는, 주말 저녁마다 밀린 집안일을 종일 해치우느라 늘 짜증이 났죠. 그런 다툼이 말끔히 사라지고 집안에 웃음이 넘쳤죠.

또 식물 키우는 건, 제 취미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여유가 생기니까 거실 창가가 식물들로 제법 초록초록하게 변했어요.

식탁도 달라졌죠. 편하고 자극적인 인스턴트 음식 대신 건강한 엄마표 반찬이 자주 등판했어요.

아이들이 하원하면 인근 도서관에서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엄마표 영어를 한답시고 부산을 떨었죠. 이렇게 4년의 휴직은 저와 아이를 함께 키웠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제주에서 행복을 만끽하는 아이들 ⓒ 이은아 앰버서더

하지만, 세상에 살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가 있나요? 어떤 성취든지 그것을 이루려면 반드시 인고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법이죠.

휴직 기간이 끝난 시점에 주택 담보 대출금의 이자율이 껑충 올랐어요.

복직을 앞두고, 학생들 만날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아직 초등 1학년인 둘째 아이가 마음에 걸렸어요.

워킹맘에게 시간이란 자원은 아무리 노력해도 충족되지 않은 물리적인 한계니까요. 바쁜 부모 때문에 아이들은 가장 원하는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또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비상 시 의지할 친척도 하나 없었어요.

‘내가 먼저 출근해야 하는데, 아이들끼리 무사히 등교할 수 있을까?’  

‘퇴근하고 집에 오면 피곤할 텐데, 학습 습관은 어떻게 잡아주지?’

‘건강하게 집밥 먹고, 매일 운동도 해야 활력이 생기는데, 과연 워라밸을 지킬 수 있을까?’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누구한테 부탁하지?’

초등 저학년까지는 부모가 알림장을 꼼꼼히 확인을 해서, 아이가 꼼꼼하게 숙제를 완수하고, 학교 준비물을 챙기도록 도와줘야 해요.

하지만 정신없는 워킹맘에게 이것은 큰 부담이죠. 준비물을 자주 빠뜨리는 날도 많겠죠. 그러면 아이에게 자주 미안할 테고요.

엄마에게 죄책감이 있으면 아이는 불안해요. 전문가들은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미안한 건 미안한 거에요.

고심 끝에 아이들을 집 근처 대안 학교에 보내기로 했어요. 영어와 성품 교육을 중시하고, 자기주도학습을 훈련시키는 학교였죠. 비인가라서 시설은 낡았지만, 오후 늦게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줬어요.

학생 수가 적어서 선생님들이 섬세하게 개개인을 지도할 수 있고요. 뒷산에서 썰매를 타고, 수시로 공원으로 산책을 가며, 교내에 고양이와 강아지, 닭과 칠면조를 수십 마리 키우는 학교였어요.

대안 학교는 아이들에게 덜 미안하기 위한 저희 부부의 최선의 선택이었죠.

아이와 둘이서 제주 데이트 ⓒ 이은아 앰버서더

워킹맘이 되면 하루하루가 버팀의 연속이 되겠죠?

남김없이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쓰면서도 회복할 시간과 자원은 턱없이 모자랄 테니까요.

계속 행복한 엄마, 다정한 선생님으로 살기 위해서라도 워라밸을 지키면서 건강과 여유를 누리고 싶어요.

너무 과한 욕심일까요?

하지만 옳은 방향을 잊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좌충우돌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결국은 원하는 삶을 살거라고 확신합니다.

다만 포기하지만 않으면요. 저, 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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