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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엄마, 내 아이의 인플루언서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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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상희와 미나는 너랑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잘 지내, 안녕” 

중학교 입학식 날, 9번이었던 너와 10번이었던 나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얼마 뒤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사실 초등학교 때 따돌림을 당했어.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너무 힘들었고. 너처럼 좋은 친구를 만나서 정말 행복해.” 

어린 나이에는 이런 솔직함이 다시 화살이 되어 날아올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왜 네가 따돌림 당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다’는 9번 친구의 편지를 받아 들고 하염없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뒤 한참 뒷 번호였던 키가 컸던 선영이가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선영이 또한 이내 속내를 드러냈다. 자신의 숙제를 안 해주면 같이 안 놀 거라며 과제를 들이밀기도 하였다. 자신이 푸는 학습지가 재미있어서 나에게 다 줘도 괜찮다며, 9번 친구가 놀지 말라고 시켰다는 상희의 숙제를 대신해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 9번 친구는 내 옆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순간이 이랬던 건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전교 어린이 회장에 당선되기도 했고, 방송실 아나운서를 도맡아 전교에 내 얼굴이 나가기도 했다. 때마침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전국 최초 OO 연구 학교로 지정이 되어 교육청 방송에도 나가는 등 말 그대로 ‘관종의 시대’를 즐겼다. 나는 내가 충분히 잘났다고 생각했고, 누구나 공부 잘하는 애, 말 잘하는 애, 그리고 친해지고 싶은 애라고 여긴다고 알고 있었다. 

이런 내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난 한 친구 때문이었다. 

“너는 네가 잘난 줄 알지? 잘난 척 좀 그만해. 우리 다 너 잘난 척하는 거 질리거든?” 

그 말을 듣고 서야 스스로 잘난 척이 심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진짜 잘난 것이 아니라 친구들의 눈에는 그저 ‘척’ 하는 아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주동자였던 친구만의 생각이었는지, 내 눈길을 피하며 동조하던 친구들의 생각도 모두 동일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나 역시 어느 날은 동조의 무리에서 또 다른 친구의 눈길을 외면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그 힘든 시간을 경험하면서도 또 내 차례가 될까 무서워 다른 친구의 힘듦을 외면해야 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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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냈던 시절, 중학교에서 처음 사귄 친구의 배신은 충격적이었다. 사람을 너무 믿었구나, 정말 잘난 척이 심했던 걸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나는 점점 말을 잃었고 표정은 어두워졌다. 담임 선생님의 면담 요청에도 울기만 했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따돌림의 시절”을 경험하며 나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선뜻 꺼내지 못하는, 그리고 다른 이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커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절한 상대에게 마음을 쉽게 내어주었다. 그리고 또 상처받기를 반복했다. 상처의 경험이 쌓여가며 점점 내 의견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싫어한다 이야기하며, 내 마음을 거부하는 그런 사람으로 자란 것이다.

그런데 마침내 그 ‘관종의 시대’를 다시 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특히 출산 후 육아휴직으로 집에만 있게 되었다면 자존감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격한 역할 전환(role transition)의 순간에 해로운 생각이 틈탈 수 있다. 그건 바로 ‘아이를 잘 키워냄으로써 내 자존감을 회복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 지나영,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21세기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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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이유진
    2달전

    미소가 아름다운 유정 엠배서더 사랑맘님❤️
    비슷한 힘들었던 경험, 특히 자존감 회복의 늪..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극복하려는 노력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애잔하고도 아름답습니다 ❤️
    함께 호두까고 그 고소한 열매를 나눠요 😊

  • 이유정
    2달전

    그 고소한 열매를 같이 나누자는 말이 넘 마음을 울립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상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