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고 "엄마" 라는 말을 듣기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습니다. 모든것이 처음이라 서툴렀던 첫째육아, 꽤나 민첩해진 둘째육아를 거치며 4명의 '완성형'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를 낳기 전 저는, 모난 돌같은 사람이었어요. 근거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파워당당하고, 예민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감사를 모르는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 행성에서 떨어졌는지도 모를 '아기인간'을 품에 안고서는 세상이 확 달라보이더라고요. 유모차를 끌고 대중교통 타보신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장애인들의 불편함을요... 아픈아기데리고 대학병원 다녀보신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희귀질환으로 장기입원하거나 평생 난치병을 안고살아야 하는 아이와 부모의 심정을요...그 외에도 아이와 함께 다니며 타인에 대한 생각을 할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습니다. 또한 생각지 못한 배려에 따뜻함을 느끼는 날도 많았어요. 이를테면 식당에서 아이가 음식투정으로 못먹고 있을때 옆테이블에서 건네주신 김한봉지가 그렇게 감사할수가요. 학교나 직장에서 배우지 못했던 마음수업의 연속이었습니다. 감수성은 또 얼마나 풍부해졌는지 '세 발 강아지 뽀삐' 라는 책은 읽어주다가 같이 울어버렸어요. 출산 전에 희노애락의 주기가 일단위 였다면 지금은 시간단위, 분단위가 아닐까 합니다. 방금 슬픈이야기를 읽으며 울었는데 점프해서 등에 매달리는 아이를 야단치며 화를냈다가, 잠시뒤의 애교에 사르르 녹고, 웃으며 놀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면 저의 mbti 따위는 온데간데 없고 엄마라는 타이틀 만이 남을 뿐입니다. 또한 감정적인것 이외에도 내아이맞춤 의사, 요리사, 기술자, 선생님, 판관 포청천의 역할까지 멀티플레이어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노라면 내가 이렇게 민첩한 사람이었나, 내가 아닌 느낌마저 듭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들을 거치며 제가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커가는 만큼 저도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성장하고 있으니 아이나이와 내 나이를 합친것이 연륜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아이에게 물질적인것이나 감정적인 부분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더 어려운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치관을 정립시켜주는 일이에요. 본인의 생각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부모가 '맞다, 아니다'를 판별하여 결정하고 아이를 사회구성원으로 맞춰넣는일을 하게되는데 누군가의 인생이 나에의해 결정된다는것은 여간 부담스러운일이 아니더라고요. 육아서적이나 TV,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도 그것은 참고사항일 뿐더러 딱 맞게 적용될리가 없죠. 그럴때 저와 다른 성향인 남편의 의견이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아이를 크게 야단치고 있으면 남편이 나지막하게 타이르고, 교육에 대한 의견도 다르며, 감정적인 부분도 다릅니다. 누군가는 부부싸움이 되지않냐 물으시지만 저희 부부는 "당신이 나와 똑같지 않아 다행" 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서로 다른 의견을 들으며 아이가 다방면으로 생각할수 있는 기회를 얻을수 있을것같거든요. 육아 초창기때는 의견충돌로 이어지던 부분들이 이제는 조율이나 수용이 가능하다는것이 우리부부가 아이들을 통해서 또한뼘 성장했음을 알려주는 방증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아이가 특이해보일때가 많습니다. 저처럼 예민한 아이를 키우신다면 더더욱요..고쳐야할 습관을 오래도록 고수하는것, 버려야할 물품을 버리지못하고 모아두는것, 오감을 자극하는것 많은것들에 대한 두려움, 대체 왜때문인지 모를 짜증과 울음, 엄마로써 한숨이 푹푹 쉬어지는 순간들입니다.대체 이아이가 기관에서 잘 적응할수 있을까? 잘하고있나? 수많은 물음표가 들지만! 네, 잘 적응하고있더라고요. 어느날 아이가 밤하늘을 보다가 "엄마 저 별들은 모두 조금씩은 다르지?"하고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별것아닌 질문에 저는 머리를 쾅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모든 아이들은 별과같구나.작건, 크건, 형태가 어떻던 , 반짝반짝 빛나는 네가 나를 부모로 만들어주었지. 세상에 똑같은건 하나도 없는거지. 하면서 미안함이 몰려오더라고요.그날이후부터는 아이를 특별하게 바라보게되었습니다.전에는 반드시 고쳐야할 습관으로 보였던것이 , 나중에 아이의 강점이 될수도있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저희아이는 손을 가만히있지않고 뭘 엄청 만지고 실수해서 주의를 주는편인데 나중엔 사진만봐도 촉감을 알수있는사람이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가 어렸을때 추운 겨울이면 호빵과 귤을 사와 가족이 이불에 둘러앉아 먹던 기억이 납니다. 밖에서 엄마아빠의 목도리와 옷으로 중무장됐던 기억도 나고요. 물론 돈버시느라 아둥바둥 바쁘셔서 저에게 관심을 표하지 앉으실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제가 자식을 키우며 생각해보니 저한테 좋은기억이던, 나쁜기억이던 단 한순간도 저의 부모님은 저를 잊으셨던적이 없으셨던것 같습니다. 돈을 버는 것조차 자식을 위한 일이라는걸 지금 저희가 느끼고 있으니까요. 지금 이순간도 가장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제 남편에게 등을 맞대 기대어 말하고 싶습니다. " 쫄지마 여보! 우린 잘살고 있어! 당신 뒤에 나있다! " 매일이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