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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변했다

사춘기 아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올해 열두 살, 아들은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5학년 여름방학을 보낸 후 등교한 아이들은 하나같이 눈빛과 자세가 달라져 있다며,
아이들이 5학년 여름방학만 되면 도대체 한꺼번에 무슨 일을 겪는 거냐던 한 현직교사 유튜버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아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라고 생각하며 들었던 것 같은데.

우리 아들은 당당히 변화에 앞장서는 중이다. 5학년 1학기가 되기 전부터 벌써 꿈틀꿈틀
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도무지 엄마 마음대로 되는 법이 없다는 말이 맞나 보다. 정말 그런가 보다.

아들의 변화는 다방면에서 시작되었는데, 그중 가장 빨리 시작된 변화는 바로 몸.
아들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엄마! 나 음경에 음모 났어!”
“에이, 그냥 솜털 같은 거 아니야?”
“아니야, 진짜 났어! 빨리와 봐.”

유튜브 <슬기로운 초등생활 성교육 편>을 본적이 있다.
당시 10살이었던 아이와 함께 성교육을 들으며 음모가 나면 파티를 열어주기로 했었다.
아이는 그것이 떠올랐는지 신나는 얼굴로 나를 불렀다.

응, 그래, 축하할 일이지.

부모가 축하해 줘야 할 일이라고 성교육 편에서 배웠잖아. 아이는 성교육 편을 시청하며 듬뿍 성장했는데, 어쩐 일인지 엄마는 성교육을 받기 전 그대로다.
축하해 줘야 한다고 배워놓고는 기뻐하는 아이 앞에서 시기를 고민하는 중이다. 음모가 왜 이렇게 빨리 난 거지? 이제 11살인데. 너무 빨리 나면 사춘기 빨리 오고 키 안 크는 거 아니야?
당황한 엄마는 아이와 함께 기쁨을 나누는 대신 인터넷을 뒤지며 음모 나는 시기를 검색해 댄다.
성장 주사는 겁나서 못 맞추겠다는 결론을 내리고서야 의미 없는 검색을 멈추었다.
아들이 파티 메뉴로 선택한 ‘선명희 피자’를 주문한다. 우리는 음모 파티를 열었다.

“와! 아들, 잘 자라고 있는 거야. 축하해.”

진심으로 기뻐하는 아이와 달리 성교육 효과를 보지 못한 엄마는 당황한 마음을 열심히 감추고서 로봇처럼 대사를 읊었다.

2022년 싱그러웠던 가을, 아들의 변화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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