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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 교포의 남편을 만나 30대 이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혼 이민을 오게 되었다.
결혼 전까지 빳빳하고 깨끗한 여권의 소지자였던 내가 결혼 후 정신 차리고 보니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 있었다.
가족들과 떨어지고 나의 커리어를 포기하며 적지 않은 나이에 캐나다로 오기까지의 결심이 절대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캐나다에 도착하여 살아보니 생각보다 외롭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부족한 영어 실력은 남편의 그늘아래 크게 불편하거나 문제 되지 않았고, 새로운 환경과 자유로움이 주는 즐거움으로 그저 여행하듯, 남편과 긴 신혼여행에 온 듯한 기분으로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이후에는 마치 20대로 돌아가 유학 온 듯한 설레는 기분으로 자유롭게 캐나다 삶을 즐기고 있던 어느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줄을 보았다.
결혼 3년 차에 맞이한 큰 기쁨도 잠시, 갑자기 든 생각. 나 지금 여기 캐나다지!
한국이었다면 바로 당장 가까운 산부인과로 달려가 모든 것이 속전속결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낯선 외국 땅. 더군다나 나는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임신의 기쁨과 나의 영어 실력에 대한 걱정이 동시에 찾아왔다.
이곳에서 적응하고 있다는 핑계도 이유도 통하지 않는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은 여행 온 듯 새로운 경험과 배움으로 신나고 즐거운 느낌이었지만, 이제 아기가 생기고 난 후의 해외에서의 삶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라 실전이고 생존이었다.
언제까지 남편 뒤에 숨어서 수동적인 삶을 지속할 수 없었다.
영어뿐 아니라 이젠 이곳의 교육시스템과 육아 환경에 대해서도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내 한 몸만 건사하면 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을 책임지고 보호하며 이끌어야 하는 사람이 돼버린 것.
길었던 나의 신혼여행과 유학 놀이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