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아들, 덥지?”
“아, 하지 마.”
민망하다. 학부모들과 선생님까지 모여 있는 축구대회에서 아들이 나에게 짜증을 냈다. 땀을 뻘뻘 흘리는데 수건이 없어서 더워 보이는 아들의 이마를 쓸어주었을 뿐인데. 아들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얼마 전까지는 고분고분 가만히 있었던 것 같은데.
민망한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떤 집 엄마는 그라운드에서 걸어 들어오는 아들에게 과한 허그를 했다. 이해한다. 나도 뜨거운 땡볕에 악착같이 뛰는 아이가 대견해서 안아주고 싶었으니까. 아이는 엄마 품에서 신속하게 빠져나갔다. 어떤 집 엄마는 나처럼 이마를 쓸어주다가 거부당했고, 어떤 집 엄마는 음료수 뚜껑을 열어 아들의 입 가까이 대령했다.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는 엄마들과 달리 아이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아. 저 집 아들은 아직 엄마하고 뽀뽀를 하네. 우리 아들이랑 같은 학년인데. 저 집 아들도 곧 변하겠지. 우리 아들도 불과 몇 달 전까지 나한테 평생 뽀뽀해 줄 거라고 했으니까.
“자기. 큰아들 성교육 다시 해줘야 할 것 같아. 요즘 행동이 심상치 않아.”
“…뭐라 말해야 하노.”
아들의 행동이 심상치 않은 날들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3학년에서 멈춘 성교육을 다시 해 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남편은 눈만 꿈뻑 꿈뻑 나보다 더 쑥스러워했다. 이번에도 내가 나서기로 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성교육 유튜브를 1.5배 속으로 시청하고, 도서관에서 빌린 성교육 책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마음을 굳게 먹고 야심 차게 아들을 불렀다.
“아들. 이리 와 봐. 엄마가 아들한테 할 얘기가 있어!”
“뭔데. 나중에 하면 안 돼?.”
“아니야. 동생 오기 전에 우리 둘이서 해야 할 얘기야.”
동생한테는 비밀로 해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들은 다행히 큰방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래.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직구를 날려보자. 그게 더 나을 거야. 마음을 굳게 먹은 엄마는 아들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아들. 엄마가 아들한테 성교육을 좀 해주려고. 아들이 요즘 많이 자란 것 같아서. 몇 년 전에 하고 안 했잖아.”
“무슨 성교육?”
“정자랑 난자가 만나면 아기가 만들어지는 건 알지? 그런데 아들은 정자랑 난자가 도대체 어떻게 만나는지는 안 궁금해?”
하교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아들이 원하지도 않은 성교육을 하겠다고 불러 앉혀서는 예열도 하지 않고 200도로 오븐을 돌려버린 센스 없는 엄마라니.
“…..”
아들은 대답 대신 눈을 반짝였다. 궁금한 것 같았다. 잠시 조용하던 아들은 훅 치고 들어왔다. 돌직구를 날렸더니 더 큰 돌직구로 받아쳤다.
“그런데 아빠 몸의 정자가 엄마 몸속으로 들어가려면 속옷을 다 벗고 그렇게 하는 거야?”
뭐야. ‘그렇게’라고? ‘그렇게’라니. 얘가 뭘 벌써 알고 있는 건가. 맞다. 에 나온 ‘그 그림’ 보고 하는 말이겠지. 그건 그렇고 속옷을 벗고 그러는 거냐니. 아이의 직설적인 질문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질문을 들으면 질문하는 사람의 지식수준을 알게 되는 건 성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이 녀석.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라도 해 본 건가. 강력한 첫 질문에 당황한 엄마는 아들에게 당황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인자하고 온화한 표정을 지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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