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쑈 (애정표현)

아이의 인정 욕구

사소한 칭찬으로부터 차곡차곡 쌓아봅시다.


아이는 부모의 칭찬을 먹고 자란다.

아이의 자존감 역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주식으로 한다.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던 내 아이에게도 소위 ‘미운 4살’이 찾아왔다.

이리저리 모나고 투박한 아이의 감정덩이들을 하루 종일 온몸으로 받아내다 결국 아이에게 화를 내고야 만다.

아, 그렇게 엄마는 또 천하의 모진 사람으로 전락하여 아이가 자는 시간을 반성의 시간으로 할애 해야만 하는 형벌을 받는다.

버즈의 ‘비망록’이라는 곡을 보면 ‘어제와 오늘은 단하루가 차이날 뿐인데 마치 꿈인듯 다 변했어’라는 가사가 나온다.

혹시 우리 아이가 4살이 되는 해를 기점으로 갑작스럽게 마치 꿈인듯 다 변해버린 것일까? 

아니다. 분명 그것은 아닐 것이다.

언어는 사고의 한계를 규정하고는 한다.

‘미운4살’ 이라는 관용어에 압도된 내가 밉지 않은 나의 아이를 미운 존재로 바라보고자 애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것은 약 4년동안 아이와 합을 맞추며 적응해온 일과를 지키고 싶은 어른의 고집과 스스로 틀을 깨고 성장하려는 아이와의 대립일지도 모르겠다.

악뮤의 ‘얼음들’이라는 곡에서 어른들은 차가운 존재인 ‘얼음’으로 표현된다. 얼음은 차갑기만 할 뿐만 아니라 굳어 있는 존재이다. 어른은 변화를 즐기지 않는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갑자기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리며 엄마의 속을 긁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본인은 본인의 불편함을 표현했을 뿐인데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엄마를 보며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정적 언어가 만든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방법을 찾고자 머리와 마음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던 중에 ‘피그말리온 효과 –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효과(네이버 사전)’ 에 기반한 ‘칭찬 샤워’ 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칭찬 샤워’는 학교 폭력 예방 및 학급 구성원간 긍정적 관계 형성을 위해 학교에서 활용하는 활동 중 하나라고 하였다.

같은 반 친구에게 구체적인 칭찬을 쓴 포스트잇을 직접 부착해주거나 씽킹보드 형태로 칠판에 부착하는 형태로 사소하고 구체적인 칭찬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을 강화하고 학급의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당시 우리 아이는 아직 글자에 관심을 보이기 전이었기 때문에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것은 조금 더 자란 이후에 시도해보기로 하고, 기존 방식을 간략하게 만들어 아이에게 적용해보고자 했다.

차가운 얼음, 아니 차가운 어른이었던 나를 덥혀 스스로를 녹이고 칭찬의 수도꼭지를 열어 아이를 흠뻑 안아 온기를 전하고자 마음먹었다.

📌 1. 필요한 것

하루 중 아이에게서 발견한 구체적인 칭찬거리.

아주 사소한 것도 좋다. 아니 사소할수록 좋다.

📌 2. 놀이 방법

우리 가족은 주로 잠자리에 들기 전 수면 의식처럼 활용하였다.

Step1. 말로 하는 칭찬

엄마와 아빠가 박수를 치면서 노래 부르듯이 이야기한다. (무반주가 어색하다면 신나는 MR을 까는 것도 괜찮다.)

“오늘~ 우리~ OO이 아빠랑 놀 때 규칙을 잘 지켜서~ 정말~ 멋졌어!!”

“오늘~ 우리OO이 엄마가 식사 준비할 때 잘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웠어!!”

등과 같이 구체적인 내용을 칭찬해준다.

Step2. 몸으로 하는 칭찬

칭찬을 전해주며 아이의 머리 위에 엄마, 아빠의 손가락을 올리고 마치 간지르듯 손가락을 움직이며 샤워기로 물을 뿌리는 모양으로 ‘솨아~’ 소리를 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킨십이다. 아이의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물이 흘러내리듯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본인이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아이의 몸이 기억하도록.

 “오늘~ 우리~ OO이 엄마랑 산책할 때 엄마 손을 꼭 잡고~ 길거리의 자동차들에 대해~ 설명해줘서 진짜 멋졌어! 고마워~! 샤라라라~”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칭찬 샤워 활동을 했을 때 아이가 환하게 웃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어른의 시선에서 사소한 일이었을지라도 아이에게는 정말 중요하고 신나는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아이에게 칭찬으로 되돌려주면 아이는 큰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Step3. 되돌려 받는 칭찬

엄마와 아빠가 모두 칭찬 샤워를 해주고 나면 아이에게 묻는다.

“아들, 혹시 엄마랑 아빠한테 칭찬해줄 것은 없어?”

“있어요! (박수를 치며) 오늘~ 아빠~ 블록 놀이 할 때 새로운 방법을 알려줘서~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샤라라라~”

진심을 담은 칭찬이 아이의 입을 통해 엄마와 아빠에게 돌아온다.

이렇게 칭찬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나면 하루를 잘 정산하는 기분이 든다. 그러면서 늑골 주변에 박하 사탕을 머금은 듯 환한 청량감이 올라온다.

Step4. 성장

칭찬 샤워로 아이와 나의 하루를 돌아보게 된다. 아이의 표정, 행동, 그가 표출한 감정들까지. 그리고 그것들을 받아내던 나의 모습들을 들춰보게 된다.

수면 의식으로 ‘칭찬 샤워’를 하면서 육퇴 후 잠든 아이를 보며 반성하던 시간에도 변화가 생겼다. 

성난 엄마를 잘 인내해준 아이의 공로를 칭찬하며 반성과 사과를 대신해도 좋다. 아이에게 미안한 것이 있으면 칭찬 샤워의 시간을 빌어 엄마, 아빠의 부족함을 고백하곤 한다. 잠든 아이를 쓰다듬으며 하는 반성과 사과는 사실 도착점이 없다. 사과는 사과할 대상에게 하는 것이 옳다. 아이와 마주하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낯뜨거운 시간이지만, 이로써 사과할 줄 아는 엄마가 되어간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아이는 엄마 아빠의 모든 시선이 본인에게 향해 있다는 안도감을 받는다.

내가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아이의 입을 통해 따뜻하게 빚어져 내게 돌아오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아이의 만면에 가득한 미소를 보는 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얼음이 녹아 따뜻한 물이 되었다. 그렇게 따뜻한 밤도 함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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