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예술
ONE TAKE
원테이크(one take)는 영화에서 쓰이는 촬영기법 중 하나로,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중간에 끊기지 않고 한 번의 컷으로만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흥미를 가지고 보았던 영상 중에 유명 가수들이 자신의 생애 마지막 한 곡을 공연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공연을 원테이크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저마다 마지막 공연을 멋있게 완성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한 그룹의 공연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곡을 선택하고 그 곡에 맞춰 기획을 합니다. 정말 넓은 공간에 수 백 명이 되는 댄서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그에 맞춰서 악기들이 연주가 되며, 그 가수는 라이브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 모습을 찍기 위해 카메라 감독과 보조 감독은 계속 호흡을 맞추며 뛰어다니고 그것들을 조율하는 본부에서는 지켜보며 지시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획과 음악, 몸의 움직임에 맞게 메이크업, 헤어, 의상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고 이 모두를 조율하는 사람도 있지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원테이크로 진행되는 공연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실수 없는 공연이 완성되었어요. 드넓은 공간에 색감이 아주 예쁜 옷과 기획에 맞춘 무대 디자인, 그리고 댄서들의 움직임, 예술의 한 부분씩들 차지하는 분야들이 다 모여 하나의 예술을 한 것이지요.
예술 작품이라 부르는 것들 중에 재료 하나만으로 작품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하지만 한 작품에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 완성되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할 때에도 섞이지 않는 크레파스와 물감의 특성을 이용한 작업들을 하면 완성도가 더 높아 보이기도 하고요. 음악에 있어서도 악기 하나만으로 완성되는 곡이 있지만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악기가 함께 합주를 해야만 완성되는 곡이 있고 악기가 들어가지 않고 목소리로만으로도 완성하는 곡이 있지요. 뿐만 아니라 미술과 무용을 결합하기도 하고 미술과 음악을 결합하기도 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종합예술이라고도 합니다.
저희 집은 25개월 된 딸아이의 아침인사로 하루가 시작됩니다. “엄마, 일어나 봐요!!” 부스스 일어나서 배가 고프다는 말에 간단히 아침을 준비합니다. 이 그릇에 이걸 담고, 이 그릇에 이 음식을 담고, 준비한 아침을 주고 나면 바로 물과 우유를 찾지요. 그럼 또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컵에 담아 주고 조심히 먹으라는 말과 동시에 바닥에 지도를 그리듯 우유를 촤악- 쏟아냅니다. 흘려진 우유를 닦는 사이 둘째 아이가 일어났다며 옹아리 소리를 냅니다. 둘째 아이를 데리고 나와 잠옷을 갈아입히고 분유를 먹이는데 첫째 아이가 다시 우유를 쏴악- 왜 빨대컵에 주지 않았나 자책을 할 새도 없이 무릎에 둘째 아이를 두고 분유를 먹이는 동시에 휴지를 들어 바닥을 닦지요. 이러다 보면 아침이 금방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되는데 영양소를 맞추고 먹는 재미도 있어야 하니 한참을 고민하다 점심을 준비해서 먹이고 낮잠을 시도해 봅니다. 양쪽에 아이들을 눕히고 자장가를 틀기도 하고 직접 부르기도 하면서 둘을 재워보는데 이마저도 쉽게 마음처럼 되지 않은 날이 허다합니다. 둘째가 잠이 들만하면 첫째가 이야기를 시작해 잠이 깨고 첫째가 잠이 들만하면 둘째가 일어나 울어버리는 그런 상황.. 운이 좋으면 그러다 둘이 같이 잠이 들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둘 다 낮잠 때를 놓치고 떼쟁이 모드로 변신하게 되지요. 낮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저녁 시간이 되고 저녁을 먹이고 다시 잠자리에 들게 됩니다.
아이들이 다 자고 그날의 흔적이 그대로 있는 거실을 둘러보면 오늘 하루 부족했던 점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스스로 대단하다 칭찬을 하기도 하며 진짜 이게 종합예술이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답니다. 아이와 듣는 음악소리, 아이들이 떠들고 웃고 우는 소리, 아이들과 움직이는 나의 몸,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요리뿐만 아니라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 잘하지 못해도 하루를 완성한 것,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이 정답을 말할 수 없는 예술이 아닐까 하면서요.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눈물을 흘린다고 하지요. 눈물뿐이겠습니까. 그만큼 욱- 올라오는 화도 눌러줘야 하지요. 그리고 그만큼 아이에게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고요. 세상에 하나뿐인 도자기를 완성하듯 우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을 양육하고 있지요. 울면 어디가 불편한지 찾아 해결해 줘야 하고 속상해하면 어떤 점이 속상한지 공감하며 헤아려 줘야 하고 배가 고프다 하면 배고픔을 해결해 줘야 하고 졸려서 잠투정이 오면 잘 잘 수 있도록 재워줘야 하고요. 이렇게 관심과 사랑을 줘서 세상 속에서 빛을 바랄 아이들을 빚어가고 있는 중이지요.
새로운 도자기를 빚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방법으로 흙을 쌓으려고 했다가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다른 방법으로 해 볼 수도 있고 채색을 하면서도 물이 많아 흘러내릴 수도, 물이 부족해 떨어질 수도 있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흙이 얼기도 하고, 가마 속에서 잘 견딜 것 같은데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리기도 하지요. 완성된 도자기를 보면서도 내 생각처럼 모양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크기가 생각보다 작게 나오거나 크게 나올 수도 있어요. 생각지 못한 금이 가있을 수도 있고 다듬었다고 생각한 부분이 찌그러져서 나올 수도 있고, 바르게 발렸다고 생각했던 유약이 덜 발려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도자기라는 이유로 눈길이 한 번 더 가고 소중하게 다루게 되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육아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와 기질이 맞지 않아서 천성적으로 엄마와 아이가 맞지 않을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주변 환경 때문에 아이와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할 수도 있으며 내 아이가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을 생각만큼 잘 못 견디는 일들이 생기기도 하지요. 미술놀이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예요. 촉감놀이를 하고 싶지만 기질이 촉감이 예민해 촉감놀이가 어려운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손의 운동감각이 느리게 발달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고 색을 보는 눈이 조금 다를 수도 있어요. 하나하나 다른 아이들을 하루하루 빚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답니다.
집에서 예술을 한다고? 그것도 아이들이랑? 너무 어려워하지 마세요. 이미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집에선 예술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중에 새로운 하나씩을 추가해본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요. 똑같은 날에서 오늘은 뽀로로 음악으로 예술을 살짝 더 추가해 볼까, 오늘은 아이와 같이 청소를 하면서 먼지가 없어지는 예술을 해볼까, 오늘은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가 섞이는 요리를 해볼까 하면서 이미 아이와 지내고 있는 똑같은 하루 속에서 예술을 시작해보는 거예요. 정해진 정답이 없는 예술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야 할 필요도 없고 오로지 아이와 엄마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고 둘만이 완성할 수 있는 예술이 될 테니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겠어요!
우리가 빚고 있는 아이들이 작품이기 전에 엄마 역시 누군가의 빚음을 받은 세상에 하나뿐인 너무나도 소중한 작품인 것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누군가의 웃음이었고 관심과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잊지 않으면 육아의 자리에서 더 자신감 있게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아이들이 자존감 높게 세상 속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서 자존감 높게 살아 내는 거지요!
작품과 작품이 만나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미 원테이크로 촬영이 되는 예술이 진행되고 있는 육아의 현장이 매일매일 소중한 날들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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