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우리 아이의 인생책 만들기
3-1. 어린이 도서관&서점은 즐거운 놀이터
햇살이 참 좋은 오후입니다. 이틀 전 함께 육아하는 맘들과의 소통 자리가 있었습니다. 하루 중 온전한 나의 시간이 언제인지 묻는 말에, 아이의 연령과 상황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우리에겐 반드시 우리만의 힐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즐거움과 배움에 대해 쉴 새 없이 고민하는 우리이지만, 정작 우리의 쉼과 즐거움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민하고 있나 하는 반성이 들더라구요. 주어진 상황에서 지혜롭게 힐링하는 나만의 방법! 우리 좀 더 함께 고민하며 찾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꿀팁은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 나눠주시구요 ㅎㅎㅎ
오늘도 책육아 & 독서교육에 진심인 저는 “우리 아이들의 인생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함께 하자고 외쳐봅니다. 인생책. 우리 맘들은 각자 자신의 인생책이 있나요?
“푸른 잔디밭- 허리는 잘록한 긴 팔 원피스를 입고 삐죽삐죽 튀어나온 빨간 양 갈래 머리에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쓴, 마차를 타고 오솔길을 달려가는 빨간 머리 앤.”
“대의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스무 살가량 어린 제갈량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불평하는 장비와 관우를 데리고 세 번 이나 그의 집을 찾아가는 유비의 리더쉽, 삼국지.”
돌아보면 저에게도 셀 수 없는 많은 인생책이 있었네요. 또한 때로는 아이들을 위한 세계 창작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보다 내가 더 울컥 감동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얼마 전에 남편이 아이들에게 오랜만에 “눈사람이 보낸 편지”라는 세계창작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그동안 아기 토끼를 위해 편지를 보냈던 게 엄마 토끼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제게 달려온 적이 있었더랬지요.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아빠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도 놀랐지만, 거기에 숨은 부모의 마음을 느끼고는 마흔의 나이에 눈물을 흘리며 제게 달려온 모습이 넘 기특?해서 한참을 웃었답니다) 이렇게 우리는 책 속의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 지금도 여전히 울림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유독 여러 번 읽어달라고 반복하는 책이 있나요? 그렇다면 정말 대환영입니다. 우리 아이의 인생책이 탄생하는 순간이니까요!
우리 아이들의 인생책은 어른들의 것과는 좀 다릅니다. 어쩌면 매일의 인생책일 수도, 일주일의 인생책일 수도, 한 달의 인생책일 수도 있습니다. 영원한 인생책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즉 오늘 나에게 특별한 인생책을 만나는 그 작은 성취와 기쁨의 경험이 우리 아이들의 장기적인 ‘인생 독서 활동’에 엄청난 긍정적 에너지를 준다는 것만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재미있는 책이네~~’ 라고 넘어갈 수 있지만 독서 일상에 조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보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아이가 특별히 관심을 두고 몇 번 반복하겠다고 하는 책이 생기면 박수를 쳐주며 “오늘 우리 흥순이&흥돌이의 인생책은 이 책이구나!”라고 이야기해주고 때로는 책과 함께 축하 파티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함께 책에 나온 주인공 흉내 내기, 비슷한 다른 책 찾아보기 등 전에 했던 책 돗자리 만들기 놀이로 연결할 때가 많습니다.
책과의 시간을 평소 많이 갖는 아이라면, 매일의 인생책을 일주일 동안 모아 전면 책장에 꽂아두고 그 중의 베스트 인생책을 찾게 합니다. 또 그렇게 선정한 인생책 중에서 한 달을 모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인생책을 찾는 등 자신의 독서 활동에 긍정적 강화를 줄 수 있는 작지만, 나만의 이벤트를 만들어 가보길 권해드립니다. 이런 이벤트를 어린 시절부터 하다 보니 우리 집 흥한남매는 가족 행사때마다 뭔가를 만들고, 시상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을 자연스럽게 많이 합니다. 이런 활동은 학교 모둠 생활에도 자신감을 줄 뿐 아니라 풍성한 감정 표현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일상의 재미있는 소재가 많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기의 글감도 많아지겠지요. 그래서 흥순이는 2학년 때 반에서 “일기 공주”라고 불릴 만큼 재미있는 일기로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또 우리 흥돌이가 2학년 때 쓴 일기 중 한 편을 저의 인스타그램에 올려두었는데, 아이의 진솔한 일기가 재미있고 인상 깊다며 지방 커뮤니티 월간지에 싣고 싶다는 연락을 받아 귀요미 아들은 작가데뷔?를 하고 작지만, 귀한 경제활동을 한 에피소드도 생겨났습니다. 일상에서 작지만, 꾸준히 쌓아오는 스토리(책)의 힘이 얼마나 삶을 풍성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덕분에 우리가족 모두 참 즐거워 했습니다.
또 아빠의 생일파티를 하던 날 우리 아이들이 케이크 촛불을 붙이는 순간 잠깐~~~하더니 달려가서 “아빠의 날”이라는 책을 가져왔던 일이 있었어요. (아빠의 생일이었지만 케이크는 시크릿쥬쥬 케이크였지요 ㅋㅋ 그래도 아빠는 감동을 역시 감동을 받았구요 ㅎㅎㅎ) 책이 지루한 학습의 도구가 아닌, 우리의 삶 속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재미있고 소중한 친구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엄마인 제게도 개인적으로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과 인생책을 만들기 위해서 부모가 도울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기본은 “책과의 노출을 최대한 늘려주기”입니다. 글쓰기의 왕도는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입니다. 특별한 지름길은 없지요. 인생책을 만든다는 것은 애정을 쏟는 책을 발견하는 일이니, 당연히 다양한 책 친구들을 만나보며 애정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자주 가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 마트에 가면 늘 장난감 코너에 필수로 들리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책 구경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요즘은 대부분의 서점에 아동 책들은 보관을 위해 비닐패킹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아이들은 다양한 상상을 통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운이 좋게 샘플로 열려있는 책을 발견했다면 그 자리에 앉아 소곤소곤 읽어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는 기쁨의 시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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