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살려는 드릴게

살려는 드릴게

가끔은 거침없던 성격 탓에 어느 순간부터는 혹여나 실수하게 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가득했다.

다음에는 실수를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복기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들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어릴 때야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 사이니 사과하고 싸우고 고치고 단순하게 그러면 되는 하나의 문제 아니 이벤트 같은 거였다.

점점 나이가 차고 성인이 되고 나니 내가 한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사과를 해도 낙인처럼 쫓아다니게 되었다.

정말 모든 말과 행동엔 책임이 따랐다.

나로서는 배려한다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고르고 골라 한 말이었는데, 상대에겐 그것 또한 재수 없게 느껴질 때가 있었던 것 같다.

*

요즘은 애 키우느라 그런 것들에 대해 크게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걸리는 건 딱 하나.

고민을 아무리 하고 또 해도 결국 이건 재수 없을 수 밖에 없는 그 주제가 있다.

“우리 아가는 아직 짝짝꿍을 안해요.”와 같은 아이 성장, 발달 그리고 외관과 관련된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절절대대, 절대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공유하거나 권유할 수는 있으나 강요를 하거나 예민해진 엄마들에게 자극적인 단어를 써선 안 된다.

만약에 한 단어라도 잘못되면 그 순간에 분위기 얼음 왕국.
하지만 눈빛에서는 강렬한 화력 왕국.

얼려 죽일 건지.
태워 죽일 건지.

매운 걸 먹지 않아도 머리 모공에서부터 땀이 새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순하게 상상만 해보았는데도 지금은 환한 대낮이고 거기에 형광등까지 짱짱하게 켜뒀는데 어째서 닭살이 돋고 한기가 서리는가…

너무너무너무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냥 내 딴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힘이 되고 싶어서 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표정.

**

그날은 아이들은 신나서 파워 각성이 되지만 엄마들의 에너지를 유난히 쪽쪽 빨아먹은 문센수업이었다.

끝나고 나온 엄마들의 얼굴은 수업 들어가기 전과 다르게 생기를 잃었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얼굴에 함께 웃고 있었다.

“엑스트라 사이즈 수혈 가실 분~”

나는 바로 파티원을 모집했다.

이대로 집에 가면 온몸으로 각성해서 에너자이저가 된 아이들과 싸구려 충전식 건전지인 엄마는 제대로 충전도 안 된 채 적어도 1시간, 많으면 3시간을 놀아줘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낮잠이 들어감과 동시에 엄마도 기절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렇게 파티원은 나를 포함하여 4명이 모이게 되었다.

오늘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었는지 웃으며 수다를 떨면서도, 똑같이 고개는 절레절레 하고 있었다. 이럴 땐 오히려 엄마들이 도리도리 너무 잘해. 히히

문센은 마트나 백화점에서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1층에는 꼭 카페가 하나 존재한다.

우리는 당연히 거기로 가서 주문까지 마쳤다.

주문을 끝내자마자 엄마들은 입으로는 수다를 떨면서도 눈과 손은 아이를 케어하기 바빴다.

***

그러던 와중 우리 아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짝짜꿍 했다.

그냥 신이 나서 두 손을 짝짝거리고 있던 것이다. 

그 무리 안에서 아이들은 모두 동갑이지만 우리 아이의 개월 수가 제일 늦었다.
그래서 그런지 짝짜꿍을 하는 우리 아이를 다들 칭찬해 주었다.

머쓱했지만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칭찬이다.

그걸 가만 보고 있던 맞은편의 엄마가

우리 아이는 다른 건 다 하는데
짝짜꿍을 안 해요.”

“어머나 왜 안 할까~
이모 따라 해볼까, 짝짝짝짝”

나도 적절한 대답을 머릿속에서 찾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익히 들어 이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게끔 대답을 해줘야 한다고
나에게 미리 조언해 주었었다.

“에이~ 안 하긴요.
그냥 하기 싫어서 감추고 있는 거예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그 엄마의 표정에 어둠이 보이더니 갑자기 만화에서만 보던 검은색 연기가 그 엄마 주변으로 사아악 생겨났다.

순간 아? 나 실수했나?

어쩌지, 어쩌지…
이 말만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맞아요. 우리 아가도 내 앞에서만 안했어.
몰래 지켜봤는데 혼자 하더라니까요?”

“하하하하;;;; 그러니까요!
감추기 하는거죠, 감추기!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죽기 직전에 저를 살피시고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등에서는 이미 땀 파티. 워터파크 개장.

다행히 맞장구를 쳐주는 엄마가 있었기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혼자 수습하느라 죽는 줄 알았겠다, 진짜 다행이다 하는 마음으로 안정을 되찾아가려고 했다.

****

“그럼 우리 아가가
모방이 안되는 건가…”

갑분싸.

내가 분뇨를 싸질렀네. 하……

저 엄마는 저 부분에 엄청나게 예민함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안 한다는 것에 많은 신경을 쏟으며 스트레스 받고 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 아가가 옆에서 짝짜꿍 하고 있었으니
게다가 그걸 보고 같이 있던 엄마들이 칭찬도 했으니

열심히 재롱을 피우는 아이를 막을 수는 없지만서도 드는 감정은 막을 수가 없다.

아마 그 엄마는 더 어린 개월 수 애도 하는데 우리 애는 왜 이럴까 하고 속으로 자책도 하고 걱정까지 해가며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을 것이다.

나도 충분히 공감하고 알고 있는 감정 중에 하나다.

순간적으로 묘한 감정이 생겨서 거기에 사로잡힌다.

입이 방정이지. 그냥 하겠죠~ 하면 될 것을 나는 여기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감추고 있다는 쓸데없는 소리를 했는지 저 엄마의 표정을 계속 보고 있자니 오히려 내 속이 너무 시끄러웠다.

잘못을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하나까지 생각했다.

“아유, 수업시간에 잘 놀고 그러는거 보면 모방도 잘하고 있어요.
그냥 아기가 엄마랑 하고 싶을 때

하게 될 거예요.”

“그죠~ 하하하하”

겨우겨우 분위기를 풀어 나가려 애썼다.

문화센터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아이와 관련된 자리에서는 계속해서 만나야 하는 순간이 생길 텐데, 굳이 적을 만들고 싶지 않은 곳인데…

혹여나 어떻게 될까 너무 무서웠다.

이상하게, 엄마들이 모이는 곳에서
유난히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항상 실수하지 않으려 신경이 곤두서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정신 빠짝!

각자 사람마다 어떤 예민함을 갖고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마는
그냥 이럴 때는 가볍고 단순하게 대답해 주는 게 제일 현명한 것 같다.

단순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많이 가져다 붙이는 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가끔은 심플한 게 멋스러운 법이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말이 맞는 거 같다.

*****

엄마가 된 순간부터 주변 지인부터 친한 친구들까지 나에게 해줬던 말이 있다.

엄마가 미우면 아이도 미워 보인다는 말.

아이는 한 게 없지만 엄마의 작은 실수나 행동들이 미워보이기 시작하면 작고 예쁘고 소중한 아이도 순식간에 밉상이 된단다.

이번 상황을 겪고 나서 마음 속에 새겨 둔 하나, 잊지 말자.

나 하나 욕 되고 욕 먹는 건 괜찮다.
무섭지 않다.

근데 이제는 우리 아이까지 같이 상처받고 미움 받을 수 있음을.

곤란한 상황을 만들게 될 것 같다면 무조건 심플하고 깨끗하게! 

호랑이 보고 놀라서 정신 안 차리면 떡도 뺏기도 목숨도 잃으니 후딱 정신 차리고 알잘딱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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